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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

 

최무근/건설경제신문 취재부장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유리한 변수로 작용했으므로 새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에 민간합동으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행정수도 건설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1년 내에 건설계획 및 입지선정을 완료한 후 2003년 말까지 입지선정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겠다고 추진 일정까지 밝힌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는 ‘행정수도를 이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는 ‘언제 어느 곳에 어떤 규모로’ 이전 할 것인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말 추진했었던 행정수도 이전계획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이 되자 다시 조명되고 있는 것이 박정희 대통령이 구상했다는 임시행정수도 건설계획이다.

  박대통령은 1977년2월10일 서울시 연두순시 자리에서 “통일될 때까지 서울에서 고속도로나 전철로 1시간이나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점에 인구 몇 십만명 정도의 아담하고 능률적인 임시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처음 밝힌 데 이어, 1978년1월18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다시 “서울에서 2시간이내 거리에 인구50만-1백만의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었다.

  당시 박대통령이 구상한 행정수도 건설의 배경은 수도권 인구집중문제에 앞서, 수도 서울이 휴전선과 너무 가깝다는 안보상의 이유가 첫 번째였지만, 이후 약3년간의 계획수립 과정을 거치면서 행정수도 건설을 촉매로 하여 2000년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개발계획의 형태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계획은 결국 1979년10월26일 박대통령의 서거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 국내외 전문가들이 3년 동안 연구한 결과는 현재의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논의에 커다란 참고가 될 것은 틀림없다.

  그 당시 행정수도 후보지는 조치원과 공주시를 잇는 사선의 중앙부에 위치한 ‘장기지구’로 약 3백㎢의 도시계획구역에 중앙청과 국회, 법원, 시청 등을 입주시킬 예정이었으며, 정부의 재원조달능력을 고려하여 1981년부터 2000년까지 4단계로 나눠 총 5조 2천 9백억원(77년 가격)을 투입하여 건설한다는 구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수출의존형이라는 점을 감안, 물류비용을 줄여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서해안과 남해안 2곳에 초대형 항만을 낀 임해공업기지를 건설하여 수출용 상품은 임해공업지역에서 생산 및 수출하고, 내수용 상품은 전국의 4대 권역(서울권, 영동권, 호남권, 영남권)거점중핵도시 주변에 내륙공단을 위치케 하되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하는 환상도로와 이들 도시들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을 건설하여 물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먼 장래까지 대비한 원대한 국토개발계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

 

  ▶ 행정수도 이전 논의의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의 접근

  새 정부가 추진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의 기능분산을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과 과밀해소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전국토의 11.8%의 면적에 46.7%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비수도권과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현격한 격차를 야기 시키고 연간10조원에 달하는 혼잡비용을 발생 시키는 등, 집적되어 있음으로써 갖게되는 경쟁력 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도권 인구분산책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없으나, 단순히 충청지역의 어느 곳에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것만 가지고는 국토균형발전이란 대명분을 달성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1월27일 대한국토 · 도시계획학회가 개최한 ‘신행정수도 건설정책 공개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섰던 온영태 경희대교수도 “수도로서의 상징성을 강조하여 고립된 환경을 선택하여 자족도시를 건설 할 경우 그 분산효과가 지방 전체로 파급되지 못할 뿐 아니라, 막대한 행정수도 이전비용에도 불구하고 2000만명의 인구(서울 인구 1000만명)에서 30만명 정도를 덜어내는 것으로는 혼잡비용의 감소는 미미한 수준으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이 플러스섬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효과를 전국적으로 파급시키기 위해 상징성이 강조되는 고립된 입지조건보다는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존 지방도시에 인접한 곳이면서 영 · 호남권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입지를 정해야 하고, △행정수도 이전을 계기로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분권적 구조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렇게될 경우 서울의 경제수도로서의 위상은 유지될 것이며, 시장의 효율성에 준거하여 기업이 자신의 입지를 정 할 수 있게 되면 수도권의 기능 고도화는 물론 수도권에 입지해 있는 기능의 지방 분산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체로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부분은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의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점과, 국토개발 혹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통일 이후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행정수도 이전의 난제들

  알려진 바와 같이 충청권의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는 공주 · 연기권, 천안 · 아산권, 논산 · 계룡권, 오송 · 오창권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해당 지자체들은 하나같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등 새로운 행정 수도를 자기지역으로 유치키 위해 벌써부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합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고 지역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게 되면 사업추진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또한 이미 이들 후보지역은 노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부동산투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는 충청권 19억평을 토지거래감시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으나 부동산 열기가 금방 수그러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충청권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부지확보 비용의 증가 부담과 함께 자칫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현지 서민층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러 일으켜 사업추진기간 내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 부족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신행정수도 인구를 5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하루 20만톤 이상의 용수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충청권 추진 댐건설과 같은 용수원 확보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이밖에도 관련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과 자금조달, 이전기관의 범위 및 재원, 이러한 문제들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등 뭐하나 만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정부가 펴왔던 수도권 인구소산의 정책기조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이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인 것은 확실하며, 행정수도 이전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도 틀림없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이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