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공간은 바로 ‘집’이다. 김기훈 국토교통부 서기관은 “코로나 이전, 집이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었다면 비대면 시대의 집은 생산활동의 공간이면서 문화·레저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재택근무 등 코로나 시기 비상조치들이 일상화가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직주근접이 아니라 직주일치 개념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수업, 근무 등 다양한 활동이 집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 따라 기존의 획일적인 주택 공급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리모델링이 용이한 기둥식 건축법을 사용하고, 수명이 3~40년으로 짧은 기존 벽식 건축의 대안으로 수명이 100년인 장수명 주택이 논의되고 있다.

오피스 위치에 대한 기존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가 일반적인 형태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변화하게 된 것이다. 한 취업 포털의 ‘코로나19 발생 이후 직장인 재택근무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43명 중 54.5%가 재택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만족도 또한 76.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재택근무의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오피스로 출근하는 곳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거점 오피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다. 거점 오피스는 각 지역에 소규모 거점을 두고 분산하여 일할 수 있게 한 사무실로,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폐쇄, 통근 중 감염 위험 감소, 출퇴근 거리 단축 등의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타인 간의 접촉이 제한되고, 집에서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은 더욱 소중해졌다. 이렇게 집의 기능이 점점 많아지며 새로운 주거 개념이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레이어드 홈’이다. 이는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는다는 뜻의 ‘레이어드 룩’에서 따온 것으로, 집이 거주의 기능뿐 아니라 일과 여가,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된 것을 의미한다. 재택근무 외에 ‘홈카페’, ‘홈캠핑’ 등 기존에 집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집에서 하고자 하게 되면서 기존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단지형 주택’이 새로운 형태의 주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