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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부동산
오피니언
※ 본 원고는 회원께서 기고해주신 글이며, 오피니언 원고가 협회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 공개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 이선영 감정평가사 (태평양감정평가법인 부산경남지사, 법학박사)

부동산가격 급등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대책
부동산가격제도에 의한 가격 안정은 부동산가격 공개념 효과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 또는 불황 극복을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과 보상비 증가가 있을 때마다 거의 10년 단위로 부동산가격 급등이 있어 왔고 그때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와 가격 안정 대책은 반복되어 왔다. 현재 시행 중에 있는 주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를 보면 지가 및 주택가격 공시제도, 감정평가제도, 토지거래 허가제도, 토지선매제도, 실거래가격 과세제도, 실거래가격 신고 및 등기제도, 미등기 전매 금지, 매매계약서 검인제 등이 있다. 이들 제도는 모두 부동산가격 공개념 관련 제도다. 이 중 토지거래 허가제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한시적으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시행과 해제를 반복하고 있고, 그 밖의 제도는 부동산가격 안정이나 투기 예방 측면에서 평상시에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이다. 금년 들어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급등이 원인이 되어 83만 호의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2.4부동산 정책이 발표되고, LH공사 직원 토지 투기 사건으로 공직자의 윤리와 덕목(德目)을 요구하는 대책이 나왔다.

1980년대 후반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지가의 폭등을 억제하려고 토지공개념제를 시행한 바 있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늘날까지 시행해 오고 있는 부동산가격 급등과 투기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는 폐지되었거나 완화된 것도 아니지만, 가격 불안정과 투기적 거래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2018년 4월 정부는 토지공개념제를 포함하는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통과가 무산되었다. 어떤 방법으로 토지공개념제를 시행할 것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고, 토지 국·공유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므로 아마도 부동산가격 급등 억제, 개발이익 또는 불로소득 환수가 아닌가 추측된다. 간간이 정치권에서는 토지공개념제를 도입하자는 말이 흘러나온다. 토지공개념제는 토지 소유의 국유화나 공유화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재산제, 사회적 시장경제, 배분적 정의, 보편적 평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토지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여 부(富)의 균등(均等)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이러한 정신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주택 재개발·재건축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가격이 급등하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의 투기적 거래나 가격 급등 현상이 공공의 적(敵)이라 할 만큼 우리 사회에 해악이 된다고 한다면 이를 억제하고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토지거래 허가제, 실거래가격 과세제, 매매계약서 검인제, 종합부동산세, 개발이익 환수 및 부담금제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제도로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의 투기 거래 방지와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거래가격 신고 및 공시제도, 표준지가공시제도, 표준공동주택가격 공시제도, 감정평가제도 등의 효율적 운영을 통하여 부동산의 투기적 거래 방지와 가격 안정을 기하게 함이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일반 재화와 다른 부동산의 특성상 부동산가격은 전적으로 시장(市場)에 맡길 일은 아니다.

부동산가격 안정은 부동산시장에서 사회적·경제적·행정적 요인에 의하여 국민소득이나 경제성장 수준에 맞추어 거래가격이 서서히 등락(騰落)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부동산가격제도란 거래가격 공시제도(신고 및 등기제도), 적정가격 공시제도, 감정평가제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3대 가격제도는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하여 거래가격은 감정평가액에, 감정평가액은 공시가격에, 공시가격은 거래가격에 각각 영향을 미치고 작용한다면 거래가격 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3대 부동산가격제도에 의한 부동산가격 안정은 부동산가격 공개념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열은 열로서 다스리고(以熱治熱), 강한 것은 강하게 대응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과 같이 부동산가격 공개념의 확립을 위해서는 가격은 가격으로 다스리고 대응하는 이가치가주의(以價治價主義)를 부동산 투기 방지와 가격 안정의 지도이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즉 부동산 거래가격을 철저하게 적정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표준부동산의 적정가격을 공시하며, 표준지 또는 표준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엄격하게 감정평가나 보상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장기적으로 투기적 거래나 투기가격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산의 적정가격공시 중심주의 확립
시세반영률에 의한 부동산가격공시, 체계정당성 원리에 의문

부동산가격 공개념의 핵심법인 ‘부동산가격공시법’은 국토교통부장관이 감정평가법인등에게 의뢰하여 「조사·평가」한 표준지의 적정가격과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하여 「조사·산정」한 표준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의 적정가격을 매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적정가격이란 “토지, 주택 및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하여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말한다(제2조 제5호). 즉 「조사·평가」에 의한 적정가격과 「조사·산정」에 의한 적정가격을 공시하는 원칙을 적정가격 중심주의라고 한다. ‘부동산가격공시법’은 공시가격 평가원칙을 적정가격 중심주의로 하면서 이례적으로 그 평가 주체를 감정평가법인등과 한국부동산원으로 이원화(二元化)하고 있는데 공익적 필요가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1972년 12월 제정된 (구)국토이용관리법 제29조 제3항은 기준지가(基準地價) 평가원칙을 「조사·평가」에 따른 단위면적(㎡)당 정상가격(正常價格) 결정이라 하여 이를 ‘당해 토지에 대하여 거래가 행하여지는 경우 통상 성립되는 가격’이라고 정의했었다. 그 후 토지공개념제 시행 당시인 1989년 4월에 제정된 ‘지가공시법’은 공시지가 평가원칙을 적정가격(適正價格)이라 하고 이를 ‘당해 토지에 대하여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합리적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정의한 후 크게 수정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기준지가 고시에 대하여는 행정처분설과 행정계획설이 있었고, 기준지가의 법적 성격에 대해 표준지의 지가설(地價說)과 지가수준설(地價水準說)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현행 공시지가제도하에서는 행정처분설과 지가설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가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적정가격 중심주의로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이 제도가 법적 개념인 적정가격 중심주의로 운영되지 않고 경제적 개념인 거래가격 중심주의로 운영되어 왜곡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법률의 규정 내용처럼 공시가격이 「적정가격 수준」이라고 한다면 「실제거래가격 수준」이어야만 개발이익 환수와 조세 부과의 실효성이 있는 개별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이와 반대로 공시가격이 「실제거래가격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는 토지거래의 지표로 삼고 감정평가의 기준으로 삼아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지가공시제도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투기적 거래나 개발이익이 반영된 부당한 감정평가액이나 보상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적정가격 공시와 거래가격 공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관계이며,
견원지간(犬猿之間)이 아니라 금란지교 (金蘭之交)이다.

적정가격 중심주의의 왜곡과 모순은 여러 곳의 관련법 규정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989년 지가공시제도 도입 당시에 제정된 ‘토지보상법’에서 사업인정고시 전의 공시지가를 보상평가 기준으로 하도록 함으로써 그 고시 당시 공시지가에는 이로 인한 개발이익이 포함되었다고 본 점, ‘감정평가규칙’에서 불합리한 거래가격의 적정화 근거가 되었던 이른바 사정보정(事情補正) 용어 정의가 삭제된 점, 2012년 8월 ‘감정평가규칙’을 전면 개정하면서 감정평가 원칙인 정상가격 결정을 시장가치 결정으로 용어를 바꾼 점, 2016년 1월 토지의 감정평가 기준을 표준지공시지가로 하였던 ‘감정평가법’ 제3조 제1항에 단서를 신설하여 ‘적정한 실거래가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기준’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점, 2016년 8월 ‘감정평가규칙’ 제2조에 제12의2호를 신설하여 적정한 실거래가란 ‘거래시점이 도시지역은 3년 이내, 그 밖의 지역은 5년 이내인 거래가격 중에서 인근 지역의 지가수준 등을 고려하여 감정평가의 기준으로 적용하기에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거래가격’이라고 한 점, 2020년 4월 공시가격이 시세에 훨씬 미달 된다는 이유로 ‘부동산가격공시법‘ 제26조의2를 신설하여 적정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도별 시세반영률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점, 그 시세반영률에 따라 적정가격은 인위적으로 거래가격 수준이 되어(동법시행령 제74조의2 신설) 공시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보면, 부동산가격공시제도가 거래가격 중심주의로 운영되고 있거나 그러한 인식으로 적정가격 용어 정의를 해석하고 있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부동산의 적정가격 공시와 거래가격 공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관계이며, 견원지간(犬猿之間)1이 아니라 금란지교(金蘭之交)2이다. 교환가치의 척도인 부동산 거래가격은 재산권의 본질로서 보장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하지만 재산권의 가치보장도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에의 적합의무, 공공필요 및 공공복리를 위한 재산권 제한, 사회적 시장경제 원리 등의 헌법 정신이 준수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 금지와 가격 급등 억제 정책은 이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모호한 부동산가격공시제도 운영은 이러한 만성적 부동산 투기와 가격 급등의 악순환을 근절시킬 수 없을 것이다. 거래가격에 의해 공시가격이 유도(誘導)되는 거래가격 중심주의가 아니라 공시가격에 의해 거래가격이 유도되는 적정가격 중심주의가 명확하게 확립되어야 하며, 그것이 불명확한 제도 운영은 헌법이 요구하는 체계정당성 원리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1 견원지간(犬猿之間): 개와 원숭이의 사이처럼, 매우 사이가 나쁜 관계
2 금란지교(金蘭之交): 단단하기가 황금과 같고 아름답기가 난초 향기와 같은 사귐이라는 뜻으로, 교분이 두터워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 나갈 만큼 우정이 깊은 사귐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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