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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어디라도
‘30분’이면 서울까지···

바짝 다가온 GTX 시대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덕분이다. GTX-A 열차는 지하 40m 이상의 대심도에서 최대 시속 180km로 수도권 곳곳을 달릴 예정이다. 이로써 본래 1시간 이상 소요되던 동탄-서울 구간 이동이 30분 안으로 가능해진다. 이렇게만 된다면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필요가 적어지니, 서울 과밀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황보준엽 기자
(뉴스1 건설부동산부)

20여 년 전 등장한 ‘GTX’···
무관심 속 사장

사실 GTX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십수 년 전이다. 2006년 당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후보의 정책특보로 지낼 때 공약으로 냈던 사안이다. 그 후 김문수 당선자는 GTX를 국토해양부에 국가 사업으로 제안했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GTX가 달리는 곳은 없다. 왜일까? 그동안 암초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역점 사업인 4대강 때문에 GTX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 투입이 없었다. 이는 입안자인 이한준 전 사장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이한준 전 사장은 지난 201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을 발표하면서 GTX를 지자체 주도로 추진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는 바람에 실질적인 지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140대 국정 과제에는 포함됐지만,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정치권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GTX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대운하 사업은 쌍둥이”라며 “개인의 야심에 의해 경제성이 없는 거대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불행”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공약’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렇게 혁명이 될 뻔했던 GTX는 사장됐다. 하지만 10년 후 아이러니하게도 GTX는 민주당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본궤도에 오른다.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선택받게 된 것이다. 집권 이듬해인 2018년 4월 GTX-A노선 사업 민자 사업자를 선정했고, 같은 해 12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기공식을 진행했다.

‘판 더 커졌다’ 수도권 어디서든 GTX 탄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정부는 판을 더 키운다. 강원도와 충청권까지 노선을 만들고, 3개의 신설 노선 역시 발굴하기로 했다. 이번 정부의 교통 대책은 ‘GTX를 위한, GTX에 의한’으로 요약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착공식을 찾기도 했다. 이곳에서 “임기 내 예비 타당성 등 모든 절차를 완료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업무 보고 키워드를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으로 정하고, 대통령에게 GTX 사업 확대 계획을 보고했다.

해당 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A노선은 동탄~평택지제의 20.9㎞ 구간을, B노선은 마석~춘천 55.7㎞, C노선에서는 덕정~동두천 9.6㎞ 구간과 수원~아산 59.9㎞ 구간을 연장 노선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D·E·F 노선은 5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전체 노선을 함께 반영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을 위해 구간별(1~2단계) 개통을 추진한다. 1단계 노선은 2035년 개통을 목표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동시 예비 타당성 통과를 목표로 하고, 예비 타당성 신청과 함께 민간 제안 절차도 병행할 계획이다.

관심이 높았던 D노선은 ‘더블Y’자 형태로, 인천공항과 김포 장기를 각각 출발하는 노선으로 구성됐다. 이 노선은 다시 부천 대장에서 만나고, 이곳에서 각각 이천과 원주를 종점으로 또 나뉜다. 교산에서 팔당을 잇는 구간은 2단계로 추진되며, 나머지는 1단계 사업이다. E노선은 인천공항에서 대장까지는 D노선과 공용으로 사용하며, 인천공항~대장~연신내~광운대~덕소를 잇게 된다. F노선은 의정부~왕숙2~교산~수원~부천종합운동장~김포공항~대곡~의정부를 도는 순환선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GTX가 내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가 무리한 말도 아닌 셈. 예컨대 인천에서 서울까지 지금은 2시간이 걸리지만, GTX-D 노선이 개통되면 영종에서 서울 삼성까지 약 40분, 검단·청라에서는 약 30분으로 단축된다.

수십조 필요한데···
재원 마련은 어떻게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재원이 가장 큰 과제다. 노선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수천억 원에 달한다. A노선의 추가 사업비는 2,500억 원 안팎이고, B노선 연장 구간은 55.7㎞, C노선 연장 구간은 69.5㎞에 이르기 때문에 사업비가 더 클 전망이다. 현재 GTX-B 노선의 총사업비는 최대 4,238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비로도 수십조 원이 소요될 전망인데, 제때 투입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물음표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해도 낮은 사업성이 문제다. D노선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상당 구간이 겹치고, E노선은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도시철도 강북횡단선과 노선이 유사하다. E노선은 서울 상암 DMC역을 제외하면 업무 지구를 통과하지 않고, F노선은 의정부~부천~수원~교산·왕숙2 등 수도권을 한 바퀴 도는 순환선으로 사업성이 높지 않은 편에 속한다. 즉 신설 노선의 경우 제때 개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같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GTX로 인해 수도권이 단일 생활권으로 묶이게 되면,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취지는 좋지만 이대로면 지역 균형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

4,000원대 요금, K패스 할인받으면 3,000원대

요금은 4,000원 대로 추정된다. 수서~동탄 노선 요금이 4,450원(기본 요금 3,200원, 거리 요금 250원, 10㎞ 지나면 5㎞당 250원)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토부 광역급행철도 신속개통기획추진단은 노선 시행사인 SG레일이 제출한 최종 요금안을 교통연구원, 국가철도공단 등과 함께 검토 중이다.

4,000원대 중반의 요금은 현재 수서~동탄 간 광역버스 요금(3,000원 이상)보다는 비싸고, SRT 7,400원보다는 저렴하다. GTX는 대심도 (지하 40m 이상)에 건설되고, 최고 속도 180㎞에 이르는 준고속철도급의 철도인 만큼 기존 지하철보다는 요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신 정부는 할인 등을 통해 실질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 5월부터 시행하는 K패스로 일반인 기준 20%가 할인되면 3,500원대의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해진다. 환승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게 요금 책정을 할 것으로 알려져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민자 사업이라고 해서 요금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고, 5월부터 시행되는 K패스 같은 것도 있다”라며, “민자 건설이 되더라도 100%로 요금에 전가될 것은 아니고 요금에 대한 지원이 적절히 이뤄져 이용 시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한 바 있다.

GTX 수혜지 투자해야 할까요?

GTX로 인해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 평택시와 김포시 등이다. 평택시는 GTX A노선과 C노선이 평택지제역으로 연장되고, 인천광역시 서구와 김포시는 D노선이 지난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6,827건으로 전월(5,718건)보다 19.3% 증가했다. GTX-C노선이 지나는 화성시는 1월 거래량이 564건으로, 12월 거래량(407건) 대비 27.2% 증가했다. 수원시(676건)와 용인시(583건), 안산시(246건) 등도 지난해 12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지금이라도 예정지 인근 투자에 나서야 할까? 전문가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GTX 사업이 당장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GTX와 같은 대형 인프라 사업은 재원 마련 등 불확실성이 크고,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거쳐야 할 절차도 만만치 않다. 또한 과거의 사례를 보면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지난 2021년 GTX-C 노선 정차역에 인덕원역이 포함되자, 8억~ 9억 원 선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4㎡가 10억 원을 돌파했다. 실제로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전용 84㎡는 16억 3,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당시 호가만 해도 2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1년 후에는 8억 원대 거래가 이뤄지며 반 토막이 났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회복 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점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단순히 투자만을 위한 매수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