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A의 여행 PICK!

당신의 봄은
어떤 색인가요?

PINK vs YELLOW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면, 저마다의 색채로 피어오르는 꽃들의 경쟁이 쟁쟁하다. 특히 고운 빛깔을 지닌 분홍꽃과 노란꽃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데, 둘 중 우열을 가리기란 짬뽕과 짜장면 중에 고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둘 다 보러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당신을 무엇을 골라 어디로 떠나겠는가.

글·사진. 김정흠 여행작가

   PINK   

벚꽃

제주는 왕벚나무로 가득한 섬이다. 그중에서도 녹산로 일대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올곧게 뻗어 나가는 주위로 벚꽃과 유채꽃이 펼쳐지는 명소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를 끌기 시작해 봄철이 되면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예래생태공원도 봄마다 벚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생태공원답게 자연 친화적인 산책로가 이어져, 녹산로보다는 벚나무숲 깊숙한 곳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벚꽃 군락지도 곳곳에 숨어 있다. 해비치 컨트리클럽, 이승이오름이 대표적이다. 마을과 어우러지는 벚나무 가로수길도 빼놓을 수 없는데, 서귀포의 호근서호로 일대와 제주대학교 진입로, 장전리마을을 찾아 보자.

제주도

매화

매화는 봄의 전령사다. 다른 꽃이 이제 막 망울을 맺기 시작할 때 만개한다. 특히 홍매화가 그렇다. 강원도에서는 눈이 한창 내리는 2월에도, 남쪽에 있는 홍매화는 화려한 자태를 뽐낼 정도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바라보는 백운산, 그 동쪽 기슭에 매화 군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광양매화마을이다.

매년 3월 이곳에서는 광양매화축제가 열린다. 홍쌍리 명인이 운영하는 청매실농원과 그 주변 과수원에서 분홍빛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단순 과수원이 아니다.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설치된 팔각정, 과수원 사이를 흐르는 개울과 그 위에 놓인 돌다리,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어 놓은 초가 건물들이 과수원 사이사이에 자리한 덕분에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광양 매화마을

YELLOW

산수유꽃

겨울 동안 무채색으로 잠들어 있었던 지리산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산수유다. 지리산 주변에서 산수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산동면으로 향하자. 국내 최대 규모의 산수유 군락지가 지리산 기슭에 펼쳐져 있는 곳이다.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와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 태생의 산수유나무가 한반도로 건너와 처음 시배된 곳이 바로 여기다. 수백 년 전 심었다는 시배목이 아직도 봄마다 꽃을 피울 정도라고. 당연하게도 구례 산수유마을에서는 매년 봄 전국 최대 규모의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지리산 기슭을 노란빛으로 뒤덮은 산수유꽃과 계곡, 그리고 정겨운 시골 마을의 조화가 무척 매력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구례 산수유마을

유채꽃

남쪽 끄트머리인 전라남도 완도군에서도 배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섬, 청산도. ‘오지’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섬이지만, 봄에는 예외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여객선이 오갈 정도로 여행객이 몰려든다. 순전히 봄날의 유채꽃을 만나기 위함이다.

청산도는 1990년대 영화 <서편제>로 알려졌다. 등장인물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아직도 영화 속 촬영지가 고스란히 남아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며, 그 주변으로 유채꽃 군락이 조성돼 있기도 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42.195km로 조성됐다는 슬로길을 거닐며 청산도 구석구석 탐방해 보기를 권한다.

청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