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돌봄

운동을 루틴으로 만드는 뇌과학적 방법

매년 초 누구나 하는 실패가 있다.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운동을 등록해 보지만 여지없이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것.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습관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이 느껴지는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이광민 정신의학과 전문의

일상에 기준점이 돼 주는 ‘운동’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때로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근육을 만들기 위해, 취미로 삼기 위해, 스포츠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등.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즉, 하기 싫어도 의지를 가지고 억지로 해야 한다. 당연히 힘들다. 그러니 꾸준히 계속해 나가기 버겁다.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두거나 가끔 하는 운동으로 바뀐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간헐적으로 열심히 하는 운동이 아닌 규칙적인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일정한 강도로 꾸준히 지속하는 운동. 이런 운동은 신체 건강에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에도 큰 의미가 있다. 꾸준한 운동은 우리 몸의 고유 시계인 ‘일주기 리듬’에서 기준점을 잡아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거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다녀왔거나, 스트레스로 잠을 설쳤거나 우리 삶에서 일상생활의 리듬을 흩트리는 요인은 많다. 일상의 리듬을 다잡기 위해서는 삶에서도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 기준이 되는 것이 신체 활동, 즉 운동이다. 일주일에 두 번, 바쁠 때는 한 번이라도 낮 시간에 고정된 규칙적인 운동 시간이 있다면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흐트러지기 쉬운 일상생활에서 기준점을 잡을 수 있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규칙성의 비결

우리 뇌의 네트워크 종류 중에는 ‘통제 네트워크’라는 것이 있다.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노력하는 뇌 기능이 아니라, 욕구와 욕심, 불필요한 계획을 덜어내고 억제하면서 삶을 단순하게 하는 뇌 기능이다. 즉, 더 하는 식이 아니라 덜 하는 식이다. 그러면 삶이 가지는 부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상의 효율성이 좋아진다. 인간의 뇌 기능에서 진정한 고위 중추를 말하자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사는 것과는 반대로 덜어내면서 효율적으로 사는 것이다. 그게 집중이고 통제고 관리다. 물론 덜어내는 것에도 원칙은 필요하다. 바로 ‘우선순위’를 남기는 것이다. 우선순위에 따라 할 건 하되 안 해도 되는 건 과감하게 쳐낸다. 여기에 운동을 대입해 본다면 정해진 일정에는 운동‘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만’ 하는 것이다. 다양한 일상의 계획을 단순화시켜서 그냥 정해 놓는다. 그 외에 다른 옵션을 생각하지 않으면 통제는 간단해진다. 다른 욕구나 유혹을 과감하게 끊어내는 것이다.

운동은 일종의 일이다. 일에 욕심을 내면 번아웃이 온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일을 정해진 양만큼 하는 것처럼 운동도 정해진 양에서 무리하지 않는다. 그러면 꾸준함이 가능해진다. 간혹 운동은 쉬는 시간에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바로 작심삼일이다. 쉬는 시간에는 쉬어야 하는 데 힘든 운동을 한다니 이건 자학이다. 쉬는 시간은 운동과 상관없이 따로 두어야 한다. 운동을 쉬는 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는 것은 운동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영역이 된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는 루틴은 귀차니즘이 힘을 쓰지 못한다. 그렇게 운동이 일처럼 루틴이 되었을 때 운동에 버리던 돈도 굳으니 건강뿐 아니라 일처럼 돈도 버는 셈이다.

운동을 루틴화 하는 방법

  • 혼자보다는 누군가에게 배우는 운동

    귀차니즘을 만만하게 보지 말자. 지금은 의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의지는 조만간 작심삼일을 맞이한다. ‘혼자서 노력한다’는 ‘조만간 포기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고군분투를 벗어나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사회적인 부담을 가지는 편이 낫다. 물론 친구와 같이하는 운동도 좋지만 친구도 꾸준히 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선생님이든, 트레이너든, 코치든 누군가가 옆에서 가르쳐 주는 운동이 적절히 눈치가 보여 빼먹기 어렵다.

  • 꾸준히 할 수 있는 적절한 운동

    운동을 경쟁적으로 하지 말자. 힘들고 지치면 운동하러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럴 때 우리는 귀차니즘에 취약해진다. 힘들면 하기 싫은 것이 정상적인 정신 반응이다. 그러니 힘든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의지가 약해지는 자신을 탓할 것이 아니라, 힘든 환경으로 나를 내몬 자신을 탓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아무리 컨디션이 좋더라도 진이 빠질 정도로 하면 안 된다. ‘이 정도면 운동했네’ 하는 정도의 부담스럽지 않은 강도의 운동을 지속한다. 꾸준함을 위해서는 빅 스텝이 아닌 스몰 스텝을 반복하는 것이 비결이다.

  •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운동

    운동을 거창하게 하면 그만큼 소모되는 기회비용도 크다. 멀리 가야 하는 운동이나 준비를 많이 하는 운동이라면 마음 편히 가기 어렵다. 나의 일상생활 반경 안에서 정해진 시간에 훌쩍 운동을 다녀오고, 다시 기존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가 딱이다. 운동이 거창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면 또 귀차니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니 바람 쐬듯 길지 않은 시간으로 갔다 오는 운동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