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지만 ‘나는 솔로’···?
달라진 청약제도 A to Z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신혼부부에게 ‘결혼 페널티’로
작용하는 정부 지원사업 기준을 확실히 바꾸겠습니다.”
- 지난 4월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신혼부부에게 ‘결혼 페널티’로
작용하는 정부 지원사업 기준을 확실히 바꾸겠습니다.”
- 지난 4월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글.김진수 기자
(비즈워치 건설부동산부)
‘결혼 페널티(Penalty)’는 청년들 사이에서 이미 익숙한 단어다. 혼인신고를 하면 대출을 받거나 아파트 청약을 할 때 불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기자에게 “뭐하러 혼인신고를
했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에 결혼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위장 미혼’이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 19만 3,657건 가운데 결혼 후 1년 안에 이뤄진 혼인신고는 16만 1,171건(83.2%)으로 집계됐다.
신혼부부 10쌍 중 8쌍만이 곧장 ‘법적 부부’가 된 셈이다. 1년 내 혼인신고를 하는 비율은 2014년 89.1%에서 매년 낮아지고 있다.
결혼 생각이 있지만 신혼집 마련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청년들도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 결과, ‘결혼에 필요한 자금을 더 모은 다음에 하겠다’라는
답변이 75.5%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평균 주택자금 2억 4,000만 원, 기타 비용 7,900만 원 등 3억 원 넘는 결혼자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주택 청약 시 결혼 페널티를 없애고, 출산 가구가 더 많은 내 집 마련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개선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3주간 문을 닫고 달라진 청약제도를 시스템에 반영하기도 했다.
청약제도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배우자가 혼인신고 전 청약에 당첨되거나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더라도 본인이 주택 청약을 하는 데에 제약이 사라졌다. 재당첨 제한과 특별공급 횟수 제한 등 모든 청약 규제가
배제된다.
기존엔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배우자 당첨 이력이 있는 경우, 생애최초 특별공급에서 배우자 당첨 이력 또는 주택 소유 이력이 있는 경우 청약 신청이 불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별공급 기회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지
않아도 된다. 예비 신혼부부가 공공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신청할 땐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으므로 오히려 혼인신고를 서두르는 게 좋겠다.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도 인정된다. 민간 주택 일반공급 가점제에서 그동안 본인의 통장 기간만 인정됐지만, 이젠 배우자 통장 가입 기간의 50%까지 합산된다. 결혼한 덕분에 최대 3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합산 점수는 총 17점까지 인정된다.
맞벌이 소득 기준도 개선됐다. 공공주택 특별공급 시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40%까지 허용되던 기준을 200%까지 끌어올렸다. 둘이 합쳐 1억 6,000만 원을 버는 고연봉 신혼부부도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다. 모든 특별공급 유형에 추첨제가 새로 생겨 맞벌이 부부의 청약 기회가 확대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부부 중복 신청이다. 그간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에 중복으로 신청해 당첨될 경우 모두 부적격 처리됐지만, 앞으로는 먼저 접수된 건 유효 처리된다. 부부 모두 청약통장을 보유하는 게
유리해진다. 지난 4월 인천에서 분양한 ‘계양 롯데캐슬 파크시티’의 경우 최대 청약 횟수가 8번에 달했다. 1단지와 2단지가 당첨자 발표일이 다르기 때문에 특별공급, 일반공급을 두 사람 각각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2개 단지 모두 2순위까지 미달이 나긴 했지만 말이다.). 부부 청약자의 신청 시간까지 같은 경우에는 연장자가 당첨된다. 재당첨 제한이 적용되는 ‘무순위 청약’이나 ‘계약 취소된 주택의 재공급’도 중복
신청이 가능하다.
합계출산율 0.72명인 저출산 시대. 출산 가구를 위한 ‘신생아 특별공급(우선공급)’도 신설됐다.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2년 이내 출생한 자녀가 대상이다. 2세 이하 입양아나 임신 중인 태아도 포함된다.
공공분양 연 3만 가구, 공공임대 연 3만 가구가 ‘신생아 특별공급’
으로, 민간분양 연 1만 가구가 ‘신생아 우선공급’으로 나온다. 지난해 3월 28일 이후 출산한 자녀가 있다면 공공주택 소득 및 자산요건을 최대 20%포인트까지 완화해 준다. 민간 주택의 경우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의 20%를 출산 가구에 배정했다. 신생아 우선공급 15%, 신생아 일반공급 5%를 공급한 뒤 우선공급(35%), 일반공급(15%), 추첨제(30%) 순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이밖에 다자녀 특별공급 문턱도 낮아졌다. 자녀 수 요건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해 대상자를 확대한 것이다. 자녀 수 배점도 3명 30점에서 3명 35점, 2명 25점 등으로 더 높게 적용된다.
신생아 특별공급 첫 타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성남시에 공급한 ‘엘리프 성남신촌’이었다. 신생아 특별공급 물량인 11가구에 679가구가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61.7:1을 기록했다. 신혼부부는
158.3:1, 다자녀는 29.3:1, 생애최초는 67.5:1의 경쟁률이었다.
2년 이내 출산한 신혼부부가 기존엔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지원해야 했지만 이젠 신생아 특별공급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경우라면 생애최초보다 다자녀 유형을 신청하는 게 유리해졌다. 신생아
특별공급이 신설되고 다자녀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청약 경쟁에 있어 분산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신생아 특별공급도 이미 자녀가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특별공급 당첨자의 커트라인(당첨선)은 9점, 최소 자녀 수는 2명이었다. 2자녀면 소득·자산 기준이 20%포인트 완화되고 자녀 수에
따른 가점도 받을 수 있어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커트라인이 8점, 당첨자의 최소 자녀 수가 1명으로 나타났다.
청약 문턱은 낮아졌지만 분양가는 높아지고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4월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평)당
3,891만 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2.4%, 1년 전보다 26.8%가량 상승한 액수다.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13억 원이 넘게 필요한 셈이다.
높은 집값은 출산을 망설이게 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매매 가격이 1% 상승하면 다음 해 출산율이 0.00203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셋값 1% 상승은 다음 해 출산율을 0.00247명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첫째 자녀 출산율 결정 요인 중 주택가격의 기여도가 가장 컸다.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금융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개시한 1월 29일부터 3개월간
5조 1,843억 원(2만 986건)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2년 내 출산한 가구에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주는 제도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은 기존 부부 합산 연 1억 3,000만 원에서
하반기 2억 원으로 높아진다. 연봉이 각각 1억 원인 고소득자 부부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기준 역시 6,000만 원에서 7,50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1억 원까지 더 상향된다. 1인 가구 소득 요건(5,000만 원)에 비해 맞벌이 가구가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무주택 유자녀 가구가 민영·공공 부문에서 분양하는 주택의 취득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고 추가 청약가점을 부여하는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1자녀와
2자녀 가구에 대해 차별적인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해 주거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