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의 초상권
혁신적 소통의 그늘 속 법적 딜레마
SNS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손쉽게 SNS에 공유하며 일상을 기록한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매체의 유통성, 저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필연적으로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할 위험이 뒤따름을 양지하여야 한다.
SNS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손쉽게 SNS에 공유하며 일상을 기록한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매체의 유통성, 저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필연적으로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할 위험이 뒤따름을 양지하여야 한다.
글.김예은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먼저 초상권이란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의 얼굴이나 신체 이미지가 본인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개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다.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초상권을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인격권의 하나로 보며, 이를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명예를 보호하는 중요한 법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편, 초상권이 명문으로 규정된 법령은 존재하지 않으나, 우리 법원은 「민법」, 「형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일반규정을 거쳐 초상권을 보호한다.
일례로, 「민법」 제750조에서는 불법행위를 가하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으며, 「형법」 제307조는 초상권과 관련하여 개인의 외부적 명예가 훼손된 경우, 이를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또한 「형법」과 같은 취지로 마련된 형사상 제재 규정이나, 이는 특별히 온라인상에서의 초상권 침해에 대한 보호 수단으로
작동한다.
통상 SNS 인증사진 촬영은 특히 공공장소에서 활발히 이루어진다. 유명 여행지, 식당, 카페 등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방문 사실 또는 소비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쉬지 않고 촬영 버튼을 누르게 되고, 이렇게 촬영된
사진에는 촬영자가 의도치 않아도 종종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포착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일일이 사진에 포함된 타인들의 동의를 받는 것은 촬영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고, 그렇다고 하여 촬영자가 임의로 타인의
얼굴 사진이 포함된 사진을 SNS에 마음껏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부당하다. 이와 같은 극단의 사이에서, 우리 대법원은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에 따르면, 초상권의 침해 여부는 ‘해당 사진이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한 초상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형사상 제재를 가할 정도의
위법성을 띄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다만,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예컨대, 인증사진 문화에서 촬영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촬영하고 타인에게 공유하는 행동 방식을 선택할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피촬영자의 사생활의 자유 내지 초상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때 이익형량의 두 축은, 1) 초상권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 방법의 상당성과 2)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이다. 위 법리에 따르면, 인테리어가 예쁘기로 유명한 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초상권은, 예를 들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그의 직업적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고객의 무분별한 SNS 인증사진 게재에 의하여
침해되었다고 인정받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타인이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증사진을 온라인상에 게재하였음을 이유로 그 타인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한 사례는 드물다. 이는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증사진이 어떤 SNS를
통하여 어떤 방식으로 업로드되었는지 인지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나아가 통상 초상권의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에서 그 청구금액 내지 인용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데
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며 소요되는 권리자의 시간과 비용 등 법적 구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개인이 입는 불이익은 이를 넉넉히 초과한다. 이와 같은 권리구제 절차상의 특성으로 인하여, 초상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하여
우리 사회는 법적 잣대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개인의 윤리적 기준 및 도덕정신에 상당 부분 기대어 온 것이다.
한편, ‘셰어런팅(Sharenting, share+parenting)’에서도 인증사진 문화에서와 유사한 법률상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지만, 여기에는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행위라는 ‘관계성’이 추가된다. ‘셰어런팅’은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이때 자녀는 일반적으로 초상권의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동의할 수 없는 상태인 영·유아 내지 어린이이므로, 자녀로서는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초상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위험을 떠안는 셈이다. 그리고 설령 아동이 촬영에 대하여 동의한다 하더라도, 이는 부모에 의하여 유도되거나 부모의 기쁨을 바라는 심적 동기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세이브더칠드런 유튜브 ‘제3자가 올린 개인정보, 아동의 잊힐 권리’ 캡쳐
2022년의 어린이날에 유명배우 A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들의 알몸 사진을 올렸다가 인격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셰어런팅에 대한 국내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물론 A씨가 부모로서 가족의 따뜻한 일상을 공유하려는
의도를 가졌음을 추측할 수는 있지만,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아무리 어린 자녀라도 알몸 사진을 공개적인 공간에 게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으며, 논란이 일자 A씨는 SNS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하였다.
캐나다에서는 셰어런팅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며 부모에게 합의금을 청구하였던 소위 ‘대런 랜달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애정 어린 시선에서 시작한 셰어런팅이라 하더라도, 이 또한 자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인정될 수 있음을 위 사례들을 보며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올릴 때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면 초상권 침해를 완전히 예방 또는 배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하급심 법원은 일찍부터 단순히 모자이크 처리 여부만을 고려하여 초상권 침해를 판단하기보다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더라도 그 사진을 통하여 특정인임을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초상권 침해를 인정해 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누군가의 뒷모습만을 촬영한 사진이더라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가 남아
있다면, 초상권 침해는 성립할 수 있음에 유의하자.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국가는 초상권 침해의 성립과 처벌 기준을 구체화 또는 강화하는 추세이다. 특히 아동 초상권의 경우, 유럽연합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아동에게 직접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와 관련한 개인정보처리는 아동이 최소 16세 이상일 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GDPR 제8조제1항), 2023년
3월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아동의 초상, 개인정보 등을 임의로 공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인 차원에서 초상권 침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손해배상금 액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 법원은 실무상 수십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를 배상하도록 인정하는 데 비해, 미국 법원은 고의의 행위로 인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적용하여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국내와 국외의 초상권 보호방안 및 인정되는 손해배상 액수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을 연결 매체로 하는 다양한 문화는 현대 사회에서 보편화되었지만, 이는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초상권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를
가볍게 여긴다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한편, 국외의 초상권 보호 기준 및 법안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또한 더욱 강화된 초상권 보호 법제를 마련할 때이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은 역행할 수 없기에
앞으로도 SNS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초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권리가 더욱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