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런 음식

가을걷이, 노동 후 꿀맛 같은 음식

농업 기반 사회였던 과거에 가을은 추수(秋收)의 계절이었다. 봄부터 힘들여 키운 농작물이 마침내 여물어 거둬들이는 시기였다. 기르는 노동만큼이나 수확하는 노동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농사 문화에는 ‘새참*’이 발달했다. 현대에도 노동의 고됨은 유효하다. 그러니 새참까지는 안 되어도,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사이 이름하여 ‘퇴근 후’에라도 꿀맛 같은 음식으로 노고를 달래야 한다.
* ‌새참(사이참): 일하는 중간 쉬면서 간단히 먹는 끼니(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음식)

글.박예나(경성문화사)

  • ‘퇴근 후 맥주 한잔’은 정석

    노동을 마치고 일터를 벗어날 때면 ‘오늘의 할 일을 마쳤다’라는 후련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어진다. 이럴 때 탄산의 청량감으로 상쾌하고 통쾌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맥주’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때로는 스트레스를 개운하게 씻어내려는 듯이 맥주를 찾는다. 마신 뒤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맥주로 시원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잠시 잊어보면 어떨까.

  • 영원한 소울푸드 ‘떡볶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해지면 매운 음식이나 달달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매콤달콤, 단짠한 맛으로 중무장한 ‘떡볶이’는 ‘정답’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떡볶이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먹어왔다는 친근함과 정감까지 더해져 ‘위로와 안정’의 인상을 준다. 그야말로 ‘소울푸드’처럼 찾게 되는 것. 오늘 유독 힘들었다면 맛으로 한 번, 추억으로 또 한 번 기분을 전환해 주는 떡볶이를 저녁 메뉴로 선택해 보자.

  • 노동의 애환이 서린 동네엔 ‘삼겹살’이 있어

    70년대 중반, 소고기 값의 폭등으로 저렴한 가격의 돼지고기가 대체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90년대에 이르러 IMF와 맞물리면서 삼겹살은 ‘국민 고기’로 자리 잡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돼지고기도 꽤 비싸졌지만, 과거의 기억과 인식이 여전해 노동자가 밀집한 동네에서는 어김없이 삼겹살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노동과 가난의 애환을 품은 삼겹살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하루를 풀어내 보면 어떨까.

  • 수고한 나를 위해 근사한 한 끼, ‘오마카세’

    최근 몇 년 사이 오마카세 열풍이 불고 있다.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값비싼 메뉴에 선택적으로 지출을 늘리는 추세에 따른 것인데, 중저가의 오마카세 메뉴까지 늘어나면서 그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은 셀프 보상을 해주는 것도 기운을 북돋고 일의 보람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월급날과 같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날을 정해 수고한 자신에게 호화로운 한 끼를 선물해 보길 바란다.

  • 후루룩 간단 한 끼 ‘잔치국수’

    지나치게 피로하면 입맛을 잃기도 한다.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잠들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 그럴 땐 먹기 가벼우면서도 금세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소화도 잘되는 ‘잔치국수’가 제격이다. 뜨끈한 국물에 얇은 소면과 채 썬 파, 지단 등 소량의 고명만으로 준비되는 단출한 잔치국수가 오랫동안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도 그 때문일 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잔치국수로 피로를 녹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