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맞선 교통 혁명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주요 도시 및 국가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교통 정책을 도입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도시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을 위해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고 교통 시스템과 환경을 바꿈으로써 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장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주요 도시 및 국가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교통 정책을 도입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도시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을 위해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고 교통 시스템과 환경을 바꿈으로써 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장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이민정 기자
(前 뉴스어스)
대표적으로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잘 알려진 덴마크의 코펜하겐이 있다. 코펜하겐은 자전거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2020년 기준 ‘자전거 고속도로(Cycle Superhighways)’를 포함한 약 390km의
자전거 도로가 설치됐고, 도심 곳곳에 자전거 전용 주차장과 같은 편의시설이 생겨났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직장인에게는 회사에서 자전거 구매를 지원하거나 자전거 이용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동시에 유년기부터 자전거 타기 교육을 통해서 자전거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수단으로 인식하게끔 도왔다. 현재 도시 내 통근의 약 62%가 자전거로 이루어질 만큼 자전거 타기가 일상화되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대중교통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Code de la Rue’ 정책을 통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우선시하는 도시 설계를 도입했다. 이 정책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도로의 최우선 사용자로 간주해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교차로 및 횡단보도 근처의 주차 공간을 제거하고, 학교와 같은 주요 공공시설 주변을 ‘차 없는 거리(Rues aux écoles)’로 조성해
학생 및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확대했다. 시내 도로에도 큰 변화를 줬다. 도로 폭을 좁히거나, 도로에 회전 교차로나 굴곡을 추가하는 등의 ‘교통 진정(Traffic calming)’ 기법을 적용해 자동차의 속도를
낮췄다. 또한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고 차량과 자전거, 보행자가 공존할 수 있는 다목적 도로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교통법 집행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재 파리 시내에는 1,120km 이상의 자전거 도로가 구축됐고,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교통량이 40% 이상 줄었으며 대기 오염도 4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도시의 교통 및 공공 공간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하기 위해 혁신적 도시 계획 ‘슈퍼블록(Superblock)’을 도입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도시의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통 체계를 재편성해 보행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9개의
블록을 묶은 가로세로 400m의 작은 마을을 지칭하는 ‘슈퍼블록’ 내에서는 자동차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전에 도로나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간을 공원, 놀이터, 휴식 공간 등으로 재설계했다. 자동차의 통행이
줄어들면서 도보와 자전거로의 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지면서 지역 내 상권도 활기를 찾는 결과로 이어졌다. 슈퍼블록은 현재 도시 면적의 1/5을 차지하고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이를 시 전체로 넓혀 약 70%를 공유 공공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벨기에 브뤼셀은 2022년 ‘굿무브(Good Move)’ 계획을 도입해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 교통 체계를 전환했다. 이 정책은 도시를 여러 개의 교통 구역으로 나누고, 내부
구역에서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외부 구역에서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자전거 도로를 개설했고, 기존 도로에는 일반 차량 도로와 물리적으로 분리해 안전성을 강조한 자전거 전용
차선을 설치했다. 또한 교통 허브를 확장하고 대중교통 서비스의 빈도와 운영시간을 증대해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높였다. 2030년까지 자동차 교통량의 24%를 줄이고자 시행된 이 계획은 약 1년 만에 자전거 교통량을
26% 증가시키고 자동차 교통량은 27% 감소시키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처럼 유럽의 여러 도시와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확고한 목표 아래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을 촉진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통 정책의 변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코펜하겐, 파리, 브뤼셀,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의 사례는 환경 보호와 시민 삶의 질 향상 등 지속 가능한 교통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