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축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까?
무릇 저작권법은 무형의 자산에만 적용될 것 같은 인식이 있다. 그러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건물’을 의미하는 ‘건축저작물’은 생소하기만 하다. 대체 어떤 건축물이 일반적인 건물의 가치를 넘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지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무릇 저작권법은 무형의 자산에만 적용될 것 같은 인식이 있다. 그러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건물’을 의미하는 ‘건축저작물’은 생소하기만 하다. 대체 어떤 건축물이 일반적인 건물의 가치를 넘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지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글.오승종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비트)
건축물은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적 구조물이다. 저작권법은 그중 창의적인 표현이 나타난 것을 ‘건축저작물’이라고 하여 보호한다. 건축물은 토지에 정착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나, 한강의 세빛섬이나
우주정거장과 같이 토지에 정착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건축저작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사람의 출입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조형물, 예를 들어 다보탑이나 석가탑은 건축저작물이 아니라 미술저작물로 볼 수
있다.
모든 건축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창작성이란 남의 것을 베끼지 않았다는 것과 아울러 최소한의 개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흔한 모양의 아파트
같은 건물은 규격화된 설계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의성이 부족하여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2009. 1. 30. 선고 2008도29)에서는 외관상 개성이 없고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설계도는 창작성이 없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들은 창의적인 설계를 인정받아 저작권 보호를 받았다.
삼각형의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펜션에 대해 저작권 보호를 인정한 사례다. 실용성을 떠나 고객들에게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미적인 외형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조정이 성립되었다.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 카페 건물은 단순히 기능적인 설계를 넘어, 건물 외벽과 지붕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법원은 이를 창작자의 개성을 담은 저작물로 보고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UV 하우스’는 독특한 디자인과 공간 배치로 주목받는 건물이다. 법원에서는 이 건물이 특별한 창의성을 가지고 있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항소심에서, UV 하우스를 배경으로 광고를 제작한 피고 KB국민은행과 광고회사가 건물 설계자인 원고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일본 저작권법에서는 건축물만을 건축저작물로 보고, 건축 설계도면은 건축저작물이 아니라 별도의 도형저작물로 분류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건축 설계도면을 미술저작물과 건축저작물 모두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비슷하게, 건축 설계도면이 도형저작물과 건축저작물에 모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완공된 건축물뿐만 아니라, 건축을 위해 제작된 설계도와 모형도 건축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실제로 건축저작물과 관련된 사례들은 건축물 자체보다는 건축 설계도에 대한 분쟁이 많은데, 아파트 설계도나 골프장 코스 설계와 같은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골프장 설계에도 저작권이 적용될 수 있다.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골프장의 연못, 홀의 위치, 코스의 흐름 등이 다른 골프장과는 구분되고 해당 골프장만의 개성을 보여준다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법원은 해당 골프장의 설계가 주변 환경을 잘 활용해 독특한 미적 요소를 표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