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돌봄

번아웃·브라운아웃·보어아웃,

일하는 당신은 어떤 상태인가요?

몇 해 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번아웃(burnout)은 어려움의 대명사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힘들고 지치거나 업무상 어려움 등 무분별한 사용으로 오해를 낳기도 한다. 친숙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번아웃,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보어아웃(boreout)과 브라운아웃(brownout)의 개념과 차이를 살펴보고 예방법과 해결법을 알아보자.

글.이항심 교수
(건국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비슷해 보여도 저마다 다른 ‘소진 상태들’

우리가 일상에서 일로 지치고 힘들 때 많이 쓰고 있는 단어는 아마도 번아웃일 것이다. 말 그대로 ‘다 타버렸다’라는 뜻으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를 의미한다. 번아웃을 측정할 때 많이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인 매슬라크 번아웃 인벤토리(MBI)에 따르면 번아웃은 세 가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된다. 첫째,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 수준에서 총체적인 에너지가 소진 및 고갈된 상태. 둘째, 본인의 일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 셋째, 본인의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나 기여도에 있어서 자기 평가가 낮은 상태. 이에 해당한다면 번아웃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요인별 점수 차이에 따라 치료 개입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브라운아웃은 토스트아웃이라고도 불리며, 번아웃이 되기 직전의 상태로 번아웃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점차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소진되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보어아웃은 반복되는 업무로 인해 일에 대한 흥미나 열정이 사라지고 무기력해져 지루해진 상태다. 보어아웃을 경험하는 사람은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으로 지쳐 있다기보다는 업무에 있어서 적절한 성장 및 도전 자극의 부재로 인해 지루하고 자신의 업무에 대해 동기 부여가 부족한 증상을 보인다.

우리가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인생의 1/3이나 되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번아웃, 브라운아웃, 혹은 보어아웃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면서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재 내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일 사이에서 정서적, 신체적, 인지적인 반응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때때로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 나의 감정이 보내는 신호가 정확하기도 하다. 그 신호에 귀를 기울여서 현재 나와 일의 관계가 어떤지, 건강하지 못한 상태여서 적절한 개입과 쉼이 필요한 단계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검사지나 전문 상담사를 통해서 진단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완급 조절과 회복’

만약 번아웃 상태라고 판단이 되면, 일단 상사와 동료에게 이를 공유하고 가능한 범위를 상의해서 일정 조율이나 업무 조정으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는 것이 필요하다. 멈추고 나서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중 어느 부분이 가장 많이 소진됐는지에 따라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돌봄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자기 평가나 냉소들이 번아웃을 유발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일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만들고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불타기 직전인 브라운아웃 상태라고 판단이 되면, 소진되기 전에 업무량과 속도를 서서히 줄이는 것이 좋다. 하루 중에서 특히 업무에 지치는 시간 전에 쉬는 시간을 확보해 미리 쉬고 나의 에너지 상태를 한번 점검하는 루틴을 생활에서 만들어간다. 주말은 가능하면 업무 관련 활동이 아닌 내가 가장 잘 쉬고 회복할 수 있는 활동으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잘 쉬는 것, 좋은 쉼이라는 것의 의미와 활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잘 쉬어지는지 각자 작은 실험을 통해서 알아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어아웃은 업무에서 단조롭고 반복적인 부분을 줄이고,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직장 내 혹은 직장 밖에서 제안하거나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제안하는 것은 내 삶과 직장 내에서 새로운 활력과 재미를 줄 수 있다. 또한 나와 다른 업무를 하거나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한다면, 같은 일이라도 새로운 통찰을 느낄 수도 있고, 내가 하는 일을 재정의할 수도 있다.

번아웃, 브라운아웃, 보어아웃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나의 상태를 잘 관찰해 예방하고, 진단에 따라서 나에게 맞는 개입 및 해결 방안을 적용해 자신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자신을 잘 돌보면서, 일과 나의 관계를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