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견

지붕 없는 박물관,
안동으로 떠나는 남다른 여행

경상북도 안동은 선비정신으로 상징되는 유교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지켜온 고장이다.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등을 필두로 한 성리학의 본고장이며, 서울과 경주에 이어 가장 많은 334건의 문화재(국가 지정 106건, 경상북도 지정 228건)가 지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의 깊고 짙은 이야기를 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의 여행지들. 세상이 뜨겁게 무르익는 계절,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오랫동안 기억될 의미 있는 여행지로 남다른 여행을 떠나본다.

글·사진. 장은정(여행작가)

조선시대 양반마을로 시간 여행, 안동 하회마을

안동 터미널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안동을 대표하는 유적지,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유학자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형제의 고향이며,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역사적인 씨족 마을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종가를 비롯해 양반들의 목조 가옥, 정자와 정사, 서원과 사당, 평민들이 살던 흙집과 초가집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조선시대 초기의 양반문화를 실감 나게 둘러볼 수 있다. 숲이 우거진 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농경지와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게 배치된 마을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자양분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

하회마을의 이름 ‘하회(河回)’는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S자 형태의 지형에서 유래한다. 강 건너 남쪽에는 일월산에서 뻗어 나온 남산이, 마을 동쪽에는 태백산에서 뻗어 나온 화산이 마을 중심부까지 완만하게 뻗어 충효당의 뒤뜰에서 멈춘다.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두르고 있는 모양은 강 북쪽의 부용대에 오르면 더 확실히 볼 수 있다. 낙동강 줄기를 어깨에 두르고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하회마을의 전경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하회마을 입장권 구입
  • 위치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종가길 2-1
  • 개방시간 : 동절기 09:00 – 16:30 / 하절기 09:00 – 17:30
  • 입장료 : 성인 5,000원 / 청소년 2,500원 / 어린이 1,500원
  • 문의 : 054-853-0109

낙동강 변의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안동은 예로부터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불렸는데,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완성한 고장’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전국의 서원 중 32%가 안동과 그 주변에 모여 있고, 문중과 종가를 중심으로 한 유교 질서가 엄격한 편이다. 하회마을과 멀지 않은 곳의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기관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화산 자락에 자리해 낙동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병산서원은 호젓한 정취와 건축미가 도드라진 곳이다. 서애 류성룡이 후학을 양성한 곳으로,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은 사액서원이기도 하다. 병산서원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36개의 기둥이 넓은 마루를 떠받치고 있는 만대루.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고즈넉한 운치에 마음이 절로 평안해진다.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는 도산서원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서 약간 떨어진 낙동강 변에 들어서 있다. 퇴계 이황이 거처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던 서당 영역과 퇴계 이황 사후에 유림들이 그를 기려 세운 서원 영역으로 나뉜다. 도산서원에서 시작해 고산정에 이르는 낙동강 변의 비경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강나루의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는 고산정은 퇴계 이황이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서서 주변 정취를 바라보니,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지 않고 소중히 보존해 온 조상들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병산서원 정보
  • 위치 :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
  • 개방시간 : 09:00 – 18:00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54-858-5929

도산서원 정보
  • 위치 :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154
  • 개방시간 : 09:00 – 18:00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54-856-1073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봉정사

봉정사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의 유산이다. 1363년에 중창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의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고려시대의 건축물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봉정사의 부속 암자인 영산암 마당 정원은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아담한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등의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한국적인 정원을 이루고 있다. 영산암 전각 툇마루에 앉아 마당 정원을 바라보는 것은 봉정사를 알고 찾는 여행자만의 특권이다. 대충 둘러보면 5분도 걸리지 않는 봉정사에 오래오래 머물러야 하는 이유다.

봉정사 정보
  • 위치 :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 입장료 : 성인 2,000원 / 군인·학생 1,300원 / 어린이 600원
  • 문의 : 054-853-4181

알고 먹으면 더 재미있는 헛제삿밥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며 머리와 가슴을 채웠다면, 이제는 배를 채울 시간.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을 떠나왔으니 그 시절의 음식 ‘헛제삿밥’을 먹어보기로 한다. 헛제삿밥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 재미있는 이야기는 밤늦게까지 글을 읽던 유생들이 속이 출출해지면 하인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하니 제사상을 차리거라’라는 거짓말을 하고 헛제사 상을 차리게 했는데, 제사는 지내지 않고 제삿밥만 나누어 먹는 것을 보고 하인들이 ‘헛제삿밥’이라고 한 데서 비롯하였다는 이야기다. 헛제삿밥은 나물과 간고등어, 녹두전, 명태찜 등의 반찬과 함께 커다란 놋그릇에 따끈한 밥을 담아낸다. 선비들이 먹던 밤참에서 유래했기에 모든 찬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놋그릇에 나물을 모두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속이 든든하면서도 편안하다. 밥을 다 먹은 후에는 고두밥에 무를 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생강즙을 넣어 만든 안동식혜로 입가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낙동강 줄기를 어깨에 두르고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하회마을의 전경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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