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재테크

책도 돈이 된다 ‘책테크’

전자책의 가파른 성장세와 독서율 감소로 종이책의 입지가 줄고 있지만, 책의 물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소비한다. 한편, 다 읽은 후 둘 자리가 부족하거나 기대보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 책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책들이 돈이 될 수 있다. 중고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책테크’다.

글. 구현경(편집실)

간편해진 중고책 거래 ‘책테크’의 탄생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 전자책 연간독서율은 19%로, 2019년 14%에 비해 5%p 증가했지만, 종이책 연간독서율은 60%에서 41%로 19%p 감소했다고 한다. 소장 및 휴대가 편리한 전자책의 성장으로 종이책의 입지는 더욱 줄어든 것이다.

종이를 넘길 때 사각거림과 감촉, 두께와 무게감을 통해 느껴지는 물성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읽을 당시에는 감명 깊었으나 지금은 그 느낌이 사라져버린 소설, 자녀가 성장하면서 목적성을 상실한 아동문학전집 등 소장 가치를 잃어 처리가 필요한 책들이 생긴다.

그럴 때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이 ‘중고책 거래’다. 이삿날 대청소하고 난 다음 두 손 가득 책을 들고 헌책방을 들락거렸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알라딘, YES24 같은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통해 그때그때 손쉽게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다. ISBN 바코드로 매입 가능 여부나 가격을 미리 조회해보고, 매입이 가능하다면 상태를 체크한 후 인터넷 서점으로 택배를 보내 정산받으면 그만. 편리화된 거래 방식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중고책 판매가 활성화하면서 이를 부업이나 용돈벌이 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바로 ‘책테크(책과 재테크의 합성어)’의 탄생이다.

수요 따라 가격도 천차 만별

실제로 어떤 책들은 아주 값비싸게 되팔 수 있다. ‘절판도서’가 그 예다. 책은 처음부터 1,000~2,000부씩 대량 제작한다. 이를 1쇄라고 하는데, 1쇄가 다 나가면 2쇄를 찍어 내보내는 식이다. 잘 안 팔리는 책은 1쇄 이후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단종되거나, 저자와 계약이 만료돼 더 만들 수 없는 책이 절판도서다.

뒤늦게 알게 돼 구하고 싶은 책이 절판도서일 때 사람들은 중고책을 찾는다. 사회적 이슈나 저자의 재조명으로 특정 절판도서의 수요가 높아지면 희소가치와 함께 그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기 마련이다. 실제로 절판된 고 이건희 회장의 첫 에세이는 10~20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당시 판매가였던 6,500원에서 20~30배 가까이 오른 것.

대학생에게 꼭 필요하나 2~3만 원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강의 교재도 중고 거래의 주 대상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중고 책을 되팔거나 구매하는 것이 쏠쏠한 용돈벌이이자 절약 방법으로 유명하다.

‘책테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겨냥한 틈새시장도 생겨났다. 중고책을 팔아 수익을 얻은 전문가들은 ‘중고책 부업 원데이 세미나’를 열거나 책테크로 수익 내는 비법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다. ‘중고책 창업 교육센터’를 설립해 강의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중고책을 활용한 책테크는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부업으로 자리 잡았다.

발전하는 독서 문화와 종이책의 존재감

연이은 종잇값 폭등으로 책의 제작 단가가 높아지는 데 반해 수요는 줄면서 종이책 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종이책 시장은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지만, 출판업 종사자와 애독자들은 SNS를 활용해 새로운 독서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출판사나 서점은 작가와의 만남·북 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SNS를 통해 도서 제작 관련한 자신들의 일상을 내밀하게 공유하며 독자와 거리감을 좁혀간다. 독자는 인상 깊었던 책의 구절이나 감상문을 공유하고, 출판사와 SNS에서 소통하며 그들과 책으로 연결돼 있다는 유대감을 느낀다.

편리성과 휴대성을 이유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종이책 독서가 전자책 독서보다 눈의 피로도를 낮추고 독해력 부문에서도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종이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오감은 독자에게 책을 더욱 풍성하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전자책과 차별화된 종이책의 존재감과 희소성이 커질수록, 향후 중고책 거래 시장 또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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