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이 설레는 이유 중 하나는 미술관이다. 책이나 영상 속에서 보았던 전 세계 거장의 원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소장한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등 미술관이 모두 무료다. 산책하듯 미술관에 들러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도시, 런던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이유다.
글·사진. 장은정(여행작가)
고흐, 모네, 르누아르, 램브란트, 루벤스 등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명화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영국 최고의 미술관이다. 보통 유럽의 미술관은 왕실이나 귀족들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시작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셔널 갤러리는 영국 정부가 은행가이자 예술 후원가, 개인 수집가로 활동했던 존 앵거스타인의 소장품 36점을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로 후원자들의 기부와 정부의 매입을 통해 수집한 작품은 중세시대부터 19세기 초반에 이르는 유럽 회화작품 약 2,300여 점에 달한다. 전시품들이 모두 세계 최고라 불릴 만한 수준을 자랑하니 꼭 들러서 수준 높은 명화를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반 고흐의 <해바라기>,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등은 놓쳐서는 안 될 명작이니 기억해두자. 특별전, 기획전을 제외한 상설 전시는 일 년 내내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넬슨 제독의 동상이 지키고 있는 미술관 앞 트라팔가 광장도 놓치기 아쉬운 또 하나의 명소다.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Sunflowers, 1888
영국의 미술 작품을 소장, 관리하는 국가 재단 TATE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1900년부터 현재까지의 국가 소장품과 현대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컨템포러리 미술관이다. 템스강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미술관으로 템스강을 사이에 두고 세인트 폴 대성당을 마주하고 있다. 연간 약 6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21세기 가장 성공한 현대미술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별전과 기획전을 제외한 상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년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받아 엄청난 규모로 설치되는 1층 터바인 홀의 전시가 특히 유명하다. 본관 6층의 카페와 신관 10층의 테라스에서는 템스강과 세인트 폴 대성당, 밀레니엄 브리지가 어우러지는 런던의 전경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이곳에서 만나는 노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전 세계 근현대 미술작품을 다수 소장한 국립미술관이다. 처음 시작은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품을 나누어 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내셔널 갤러리의 분관이었으나, 1955년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인 미술관이 되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윌리엄 터너, 데미안 허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어 근현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봐야 할 미술관으로 꼽힌다. 특히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첨벙>을 원화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영국 출신 화가 외에도 세잔, 고갱, 피카소 등 유럽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으니 런던 여행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미술관 관람이 끝난 후 미술관 앞 템스강을 따라 걸으며 느끼는 런던의 낭만도 놓치면 아쉽다.
세계 최초의 초상화 미술관으로 1856년에 문을 열었다. 영국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초상화를 모아둔 곳으로 회화뿐 아니라 사진, 조각작품, 드로잉, 영상 작품 등 다양한 형태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초상화. 존 테일러가 그린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를 구입하는 것으로 이 미술관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 시민들이 사랑한 엘리자베스 2세의 어린 시절과 생전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초상화, 나이팅게일, 폴 매카트니, 처칠 수상 등의 초상화 역시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작품 감상 후에는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따뜻하고 아늑하게 머무는 지하 카페에 들러 작품의 여운을 느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