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집값 올랐다는 기사, 믿어도 되는 건가?

글. 심은지 기자(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차장)

유난히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기사가 있다. 바로 집값이 올랐다는 기사다. 대체로 부정적인 댓글이 많다. ‘집값 오른다고 하는 거 보니, 분명 기자가 이 지역에 집을 샀나 보다’ 등 집값을 일부러 띄우려 한다는 의혹 제기가 대다수다(물론 사실이 아니다! 가격이 그리 쉽게 움직인다면 기자들은 모두 부자가 됐을 것이다). 부동산 시황이 워낙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이런 악성 댓글과 항의 메일이 부득이할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는 열혈독자인 그는 ‘진짜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거 맞냐’고 물었다. 악의 없는 피드백이었다. 부동산 시황기사에 대해 평범한 독자, 나에게 우호적인 독자조차 요즘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기사는 거짓이 아니다. 통계와 실거래가, 현장 반응 등을 종합해 취재한 결과다. 하지만 기사를 맹목적으로 믿고 단편적으로 우리 동네에 이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고 지역 간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기사의 행간을 읽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열혈독자들을 위해 부동산 시장 기사를 읽을 때 알아두면 좋은 점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쓰는 이유

아파트값을 쓸 때 가장 많이 쓰는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다. 부동산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간 동향, 한 달에 한 번 월간 동향을 내놓는다. 부동산R114, KB부동산 등 다른 민간 통계도 있지만, 부동산원 통계를 위주로 대다수 언론이 기사를 작성하는 편이다.

부동산원 통계가 중요한 건 국가 공식통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원의 통계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부동산원의 통계 조작 의혹 이슈는 여전히 조사 중인 만큼 논외로 하겠다). 다시 말해 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유추할 수 있다. 정부는 시장이 과열되면 이를 식힐 수 있는 정책을, 시장이 위축되면 촉진책을 펼친다.

작년 말로 돌아가면 당시엔 <“바닥이 없다”… 전국 아파트값 10년 만에 최대 낙폭>, <서울 아파트값 30주 연속 하향곡선>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후 1월 초 정부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었다. 최근 부동산원 관련 기사 제목은 <서울 아파트값 14주 연속 뜀박질>, <전국 아파트값 오름세… 전세도 2주 연속 올라> 등이다. 한동안 정부가 규제 완화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부동산원 통계 외 민간 통계도 함께 보면 시장 이해도가 높아진다. 아파트값 흐름은 대체로 부동산 통계기관마다 비슷하지만, 낙폭이나 상승 폭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은 주요 아파트 표본을 정해 시세를 산출하는 방식인 데 비해 부동산R114는 120만 가구를 전수 조사한다.

조사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부동산원은 전문 조사원이 호가와 실거래가를 조사해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적정 가격’을 정한다. 반면 KB부동산과 부동산R114는 중개업소 관계자가 시세를 입력하고 추가 검증하는 방식이다. KB부동산은 표본주택이 거래된 경우엔 실거래가격을, 거래되지 않은 경우는 매매사례비교법에 따른 조사 가격을 넣는다. 부동산R114는 중개업소로부터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금액을 받는다. 대체로 호가보다 낮다는 설명이다.

부동산R114의 시세 산정식은 부동산원과 KB부동산보다 고가 단지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아파트는 하락장에서 거래량이 별로 없고 상대적으로 시세도 떨어지지 않아 다른 기관보다 낙폭이 적을 수 있다.

‘잠실이 봉이냐?’ 오해… 시장 상황 따라 관심 단지 바뀌어

통계 기사 못지않게 자주 나오는 게 실거래가격에 기반한 시황기사다. 이 실거래가격 기사도 논쟁이 될 때가 많다. ‘우리 동네는 집값이 이만큼 오르지(혹은 내리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 ‘집값 띄우기를 위한 허위 거래’ 등의 반응이 줄을 잇는다.

기사화하는 아파트 단지는 대표성을 띤다. 지역에 따라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나 매매가격이 비싼 대장 단지가 주로 많이 인용된다. 시황기사는 현재 시장 흐름을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만큼 대표 단지도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뀐다. 집값 상승기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시세를 대표하는 단지로 자주 등장했지만, 요즘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최근엔 잠실 대단지가 주요 대상이다. 작년 하반기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대단지, 신축, 중소형 평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 조건들에 들어맞는 잠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일명 ‘엘리트’) 단지 집값 기사를 자주 썼다. 지금은 ‘잠실 집값이 왜 자꾸 오른다고 기사 쓰냐’는 항의를 받지만, 작년 말까지만 해도 ‘잠실이 무슨 봉이냐’는 잠실 주민들의 항의가 거셌다.

부동산 투자 심리가 반영되는 대장 아파트 중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있다. 은마아파트는 중층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대장 격이다. 은마아파트가 오르면 강북의 중층 재건축 단지들과 경기도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움직인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선 다소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은마아파트 같은 곳은 전국 부동산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단지라서 대외 변수에 따라 며칠 사이에도 호가가 수억 원씩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시세가 크게 요동치는 단지와 내가 사는 단지(혹은 내가 사고자 하는 단지)를 동일시하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장 흐름 자체는 기민하게 느껴야 한다. 강남 집값은 서울 강북, 수도권, 지방 등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 지역이 오르면 다른 지역이 키 맞추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기사에 나온 사례가 일회적으로 끝날 수도 있다. 적어도 <은마아파트, 한 달 새 2억 원 올라>라는 기사를 보면 ‘우리 동네는 하나도 안 올랐는데, 거짓 기사’라고 볼 게 아니라 시세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단지들의 시세 동향을 눈여겨보면 시장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실제 상승 폭과 낙폭을 가늠하기 위해선 우리 동네 단지를 몇 군데 잡아두고 꾸준히 시세 흐름을 살필 것을 추천한다. 지난달보다 같은 주택형 매물이 5,000만 원 호가가 올랐다면 다음 달엔 더 오를 것인지 가늠해보고, 다음 달에 예상만큼 올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두 달 뒤, 1년 뒤엔 어떤지 확인해보는 식으로 감각을 키우는 게 좋다.

허위 거래에 대해선 허점이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집값 띄우기 허위거래신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허위 실거래가 띄우기가 실제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2년여 동안 아파트 거래 가운데, 불법 의심 1,086건 중 절반에 가까운 541건에서 의심 정황이 적발됐다. 대표 사례는 자전거래다. 쉽게 말해 아는 사람끼리 짜고 치듯 집값을 부풀렸다는 얘기다.

거짓 거래 여부는 기자도 걸러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파트값 기사를 쓸 때는 현장 반응과 더불어 국토부의 실거래가 정보공개 시스템 확인을 거치는데 이 정보 자체가 거짓이라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정부가 지난 7월 25일부터 아파트 실거래 정보공개 시 등기 완료 여부를 공개하고 작전 세력에 의한 집값 띄우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만큼 정보 신뢰도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 집 마련 적기? 신문을 펼쳐보라

부동산 집값 기사를 읽는 건 결국 내 집 마련을 위한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무주택자, 다른 집으로 옮기려는 1주택자, 여러 가구를 사려는 다주택자 등 각자 집을 사기 위한 좋은 타이밍에 재고 있다.

내 집 마련 적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방법도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전문가들이 만류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 마련)’을 통해 성공한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모두가 ‘투자 불패 지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집을 샀어도 재테크에 실패한 사람도 있다. 내 집 마련 타이밍은 각자의 자산과 현금흐름, 생활주기 등에 따라 다른 만큼 정답이 오답이 되기도 하고, 오답이 정답이 되기도 한다.

확실한 건 내 집 마련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과제를 풀 때 신문 읽기는 좋은 조언자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슬로건이 ‘성공을 부르는 습관’인데,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기사뿐 아니라 금융, 국제, 산업 등 다양한 부문의 기사도 골고루 읽기를 추천한다. 신문을 펼쳐보고 꾸준히 부동산 시장을 읽는 감각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구독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