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 소파 뒤 등 평소 눈에 잘 띄지 않아 무심코 지나쳤던 집안 곳곳.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수익이 잠들어 있다. 화폐로서의 가치는 낮지만, 잘 찾아보면 액면가의 몇 배에 달하는 비밀을 가진 동전들이다. 희귀동전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수익을 살펴보자.
글. 신동현(경성문화사 편집실)
신용카드, 디지털 결제 등이 늘어나며 동전을 포함한 현금을 접할 기회가 많이 줄고 있다. 그런데 현금 없는 사회에 접어든 요즘, 희소한 동전을 수집하는 ‘동전재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런 희귀동전 수집이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과거 희귀동전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인사동, 종로 등지의 희귀동전 거래소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온라인 거래소가 등장하면서 접근성이 편해지고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 여기에 2019년 한국은행의 ‘동전 없는 사회’
선언 이후 화폐 발행량과 화폐 유통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어우러지며 이런 화폐의 수집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동전은 바로 1998년 발행된 500원 주화. 500원 주화는 1982년부터 매년 100만 개 이상 발행되었지만, 1998년 주화는 당시 IMF로 인해 8,000개만 발행되어 동전 하나가 수백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밖에도 1970년 10원권, 1972년 50원권,
1974년 100원권 등의 동전들도 적게는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모든 동전이 액면가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다. 희소가치를 지니려면 발행연도도 중요하지만, 발행량이 적어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발행 직후 포장을 뜯지 않은 미사용 동전이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며, 사용 흔적이나 흠집이 많은 등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면 액면가 수준의 가치만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국가적 행사, 역사적 사건·인물, 문화유산 등을 홍보·기념하기 위한 기념주화를 발행한다. 이런 기념주화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통용화폐와는 달리 소장을 목적으로 하기에 특수한 가공 등을 거친다. 이에 더해 한정된 발행량으로 희소성이 커 새로운 취미나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높은 가치를 자랑하는 기념주화는 1970년 8월 15일 발행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 대한민국 최초로 발행된 기념주화이기도 하지만 전량 해외에서만 발행되어 국내에서는 그 희소가치가 상당한 편이다. 특히 금·은화 12종 세트의 경우 수집가들 사이에선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기념주화는 발행량과 도안의 디자인, 발행 당시 품질에 따라 희소가치가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한국은행은 현용 주화 6개를 묶어 매년 현행주화 세트(Mint Set)를 10~15만 세트 판매하고 있다. 이중 지난 2020년 한국은행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한국의 주화 세트’는 발행 직후 책정 가격인 3만
원에서 4배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수집가치가 높은 편이다. 창립 70주년 기념주화 세트는 기존 현행주화 세트와 달리 ‘프루프(Proof)급’으로 발행되었는데, 이 프루프급 기념주화는 1982년 발행된 프루프 기념주화가 유일해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전의 가치가 오르다 보니 이를 콘텐츠 삼아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늘고 있다. 집안에 잠들어 있던 저금통을 갈라 희귀동전을 찾는 등 콘텐츠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해당 콘텐츠로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2011년 미군 웅변대회에서 ‘독도는 한국땅’을 외치던 영상의 주인공 ‘미국아재’ 마이클
페레스가 대표적이다. 그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금속탐지기를 들고 산과 해변에서 수집가치가 있는 희귀동전 등을 찾아내는 것. 이렇게 찾아낸 동전은 기념주화·희귀동전 경매장 등을 통해 판매하여 수익을 올린다.
최근 해외에서는 10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동전재테크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호주의 한 SNS 채널에서 위험 부담 없는 투자로 소개된 ‘코인 누들링’ 때문.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동전교환기에 1,200달러의 지폐를 넣어 동전으로 교환한다. 그 뒤 동전 하나당 2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들을 추려낸 뒤, 나머지
동전들은 다시 지폐로 교환한다. 해당 영상을 게시한 채널 관계자는 노력에 따라 최소 1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운이 정말 좋다면 수십 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들로 인해 정상적인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 무분별하게 동전을 교환하는 사람들로 인해 동전교환기가 고장이 나거나, 준비된 동전이 바닥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인적이 드문 지방의 무인 빨래방 등을 돌며 동전교환기에서 동전을 수백 개씩 교환해가며 동전이 바닥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혹 동전수집에 입문할 생각이 있다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취미를 즐기는 지혜를 발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