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견

향수의 고장,
옥천으로 떠나는 만춘 여행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커다란 호수인 대청호를 품은 옥천은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유산,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여행지다. 여행지로 크게 알려지지 않아 별다른 기대 없이 찾았다가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과 반드시 다시 찾겠노라 다짐하게 되는 반전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국적인 유럽의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수생식물학습원, 옥천 여행의 메카 옥천 전통문화체험관, 정지용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정지용 생가 등 옥천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하룻밤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글·사진. 장은정(여행작가)

유럽의 정원을 걷다, 수생식물학습원

충북 옥천의 수생식물학습원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했던 시절,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비대면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면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유럽의 작은 성을 닮은 다섯 개의 건축물과 대청호, 아름다운 정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100년이 훌쩍 넘은 노송과 변성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수생식물학습원’이라는 다소 딱딱한 느낌의 공식명칭보다는 ‘천상의 정원’이라는 별칭이 더 잘 어울린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여기서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정원 곳곳에는 위와 같은 낭만적인 문구가 적힌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살랑거리는 대청호의 바람을 느끼고, 자연을 둘러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둘러보라는 마음이 담긴 글이다. 팻말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가에 핀 작은 풀과 들꽃, 그리고 탁 트인 대청호의 풍경에 마음을 뺏겨 저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하루 240명,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사람만 입장 가능하니 예약은 필수다. 정원을 보호함과 동시에 쾌적한 관람을 위해서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경쟁이 치열하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향수(鄕愁)가 흐르는 곳, 정지용 생가 & 정지용 문학관

충북 옥천 출신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이 지은 시 ‘향수(鄕愁)’다. 1995년에 발표된 같은 제목, 같은 노랫말의 노래로 더 익숙한 시이기도 하다. 정지용은 참신하고 절제된 시어와 시적 대상의 정확한 묘사력, 아름다운 언어 조탁 등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시인으로 꼽힌다.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의 청록파 시인들을 문단에 배출하고, 이상과 윤동주를 세상에 알리는 등 한국 현대 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로 불리며 1989년부터 ‘지용 문학상’을 통해 많은 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옥천군은 한국전쟁으로 허물어진 그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 1996년 원래의 모습으로 생가를 복원했고, 생가 옆에는 정지용의 생애와 문학을 총망라한 ‘정지용 문학관’을 세웠다. 매년 5월에는 정지용의 시문학 세계를 들여다보고 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시(詩)끌벅적’한 ‘지용제’가 열린다. ‘향수의 고장’이라 불리는 옥천에서 정지용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을 빼놓으면 섭섭한 이유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옥천여행의 메카, 옥천 전통문화체험관

2020년 7월에 개관한 한옥 체험관으로 전통음식, 전통공예, 한옥 숙박, 전시, 공연, 전통놀이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정지용 생가, 향수공원, 옥천향교, 조선시대의 관아 옥주사마소 등이 모여 있는 구읍 문화유산 거리의 중심에 자리해 옥천 관광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 매월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옥천에서 나고 자란 식자재를 이용해 다양한 주제의 음식을 만들어 보는 체험 행사가 진행되며, 정월대보름, 단오, 칠월칠석, 추석, 동지 등의 세시풍속일에는 해당 절기의 전통 풍습을 체험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세시풍속 행사가 열린다. 4인실과 8인실로 구분되는 한옥 숙박은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곳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두툼한 전통 보료가 깔린 8인실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는 가족에게 적극 추천한다.

Tip
  • 대한민국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옥천군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한옥숙박 숙박료 30% 할인 혜택과 옥천 관광지 입장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발급료는 무료.

사진 찍기 좋은 아름다운 성당, 옥천성당

옥천성당은 1955년 세워졌다. 파스텔 톤의 뽀얀 외벽과 뾰족한 첨탑을 가진 건축물로 1955년 미국인 사제들에 의해 건립된 서양식 성당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교회 건축의 변화 과정을 살피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녀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제 제7호로 등록되었다. 파란 하늘 아래 다소곳이 자리 잡은 단아한 자태의 성당과 성당 주변의 고요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요일에는 실제로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이니 주의해서 방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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