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C참가기

IVSC참가기

IVSC(International Valuation Standards Committee)회의를 다녀와서

전재덕
중앙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중국자산평고협회가 협회에 초청장을 보내와 이루어진 IVSC(International Valuation Standards Committee, 10. 9∼10. 13)회의 참석을 위하여 중국행이 결정되었을 때 중국대륙에 대한 호기심과 처음 경험하는 국제회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많이 설레였다.
우왕좌왕하는 중에도 출발일은 다가왔고 2시간여의 비행후에 북경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하는 긴 줄뒤에 서서 느낀 공항의 인상은 회색의 어두침침한 공간에 영어로 씌여진 안내문이 거의없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불친절한 곳이었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짜증섞인 푸념속에 짐을 찾고 두리번거리며 쨍쨍하게 내리쬐는 가을햇살 속으로 걸어 나오면서 중국에 대한 기 대와 호기심이 점차 걱정으로 변해감을 느꼈다.
IVSC 본 행사가 진행되기 전날 8일 저녁에 열린 칵테일파티는 생각보다는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여러 국가의 평가사들과 환담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지만 국제회의 참석이 처음인 나로서는 동행한 선배 평가사님의 도움에 의존하면서 파티 분위기를 익히려고 노력했다.
회의일정은 크게 국제감정평가포럼과 총회로 구성되었는데 대부분은 중국자산평고협회가 주최한 평가관련 포럼으로 진행되었고(9일∼12일) 일정 마지막날(13일) IVSC의 새로운 위원장 등 집행부선출 및 차년도 예산결정 등을 위한 총회가 열렸다.
포럼의 내용은 국제회의의 성격답지 않게 대부분 중국 평가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예를들면 시장가치(Market Value) 개념, 자산평가법(수익환원법, 매매사례접근법), 국내 평가기준 통일 등이 대부 부분을 이루었는데, 특히 시장가치의 정의에 대하여는 많은 토론이 오고갔다. 이는 중국경제가 자본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오는 혼란이 평가업계에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회의일정 중에 잠시 틈을 내어 북경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는 행운이 되었다. 사실 기대하던 중국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회의참석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 되었다. 호텔 바어에서 내려다 보는 중국거리는 한산했고, 주변건물의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에 이국적인 맛을 전혀 못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북경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그동안의 시시함(?)을 상쇄시키는 듯 거리는 온통 사람과 자전거와 자동차의 물결이었고 '건국50주년'의 대대적인 행사뒤의 어수선함까지 남아있어 천안문 광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물론 그 광장에서 서서 공산혁명이나 천안문사태의 민 주화요구 등을 떠올릴 겨를은 없었따. 사람들(주로 중국 각지에서 국경절을 맞아 북경관광에 나선 중국 현지사람들이었다)에게 떠밀려서 자금성에 도착했을 때는 그 규모의 거대함에 기가 질릴 뿐이었다. 자주와 독립을 외치기 보다는 스스로 속국임을 자처하며 중국에게 조공을 바치는 것이 현명한 생존방법이라는 것을 자금성의 드높은 벽들은 그 옛날 우리의 선조들에게 묵묵히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 나 라의 국력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왕궁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20세기 말에 며칠간의 중국체류로 잔뜩 중국에 대한 편견과 무시를 갖게된 내가 이 자금성을 둘러보면서 대륙의 저력과 그들의 중화사상이 언뜻 이해가 될 것도 같은 생각에 젖는데 무얼 더 설명하랴...
그 후의 일정 속에 찾게된 천단공원이나 만리장성, 이화원 등 모든 유적들이 거대한 규모속에서 화려했던 옛제국의 영화를 반추하고 있었다. 한폭의 산수화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했던 '용경협'의 수려한 경관과 '석화동굴'의 기묘한 자연미 또한 빠질 수 없는 북경관광의 매력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나 보존이 너무 허술해 보이는 것이었다. 인류의 자산이란 측면에서 좀 더 잘 보호 되고 유지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는 나라.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네들의 심성처럼 중국에 대한 인상이나 미래에 대한 예견 또한 단시간에 명확하게 말할 순 없 을 듯하다. 다만, 개인적인 측면에서 북경에서의 IVSC총회 참석과 일정은 편안한 일상에 젖기를 은근히 기대해오던 나에게 국제화와 세계무대로의 인식확대를 가져온 아주 뜻깊은 중요한 계기였다고 본 다. 새로운 세기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좀더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직업의식과 윤리가 돋보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