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 신화를 쓰면서 타오른 열기가 K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는 개막전부터 총 10만 명을 훌쩍 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승강제 도입 이후 역대 개막 라운드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개막전 ‘반짝 흥행’이 아니었다.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경기력과 치열한 순위 싸움이 이어지며 뜨거운 관심이 계속됐다.
여기에 올해부터 K리그1을 독점 중계하는 쿠팡플레이의 특별 게스트 초빙과 갖가지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며 관중은 꾸준히 늘어났다.
글. 주현철 기자(뉴스웨이 편집국 부동산팀)
이렇듯 올해 K리그 열풍은 심상치 않다. K리그를 직접 관람하는 관중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각 구단 최다관중 기록이 연일 경신되고 있다. 인기 트로트 가수 임영웅 효과로
FC서울은 구단 역사상 최다 관중(4만 5,000명 추정)을 기록했고, 대전 하나시티즌은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며 홈경기 전 좌석 매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K리그 평균 관중
1만 명 시대는 이렇게 찾아왔다.
K리그 흥행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는 가운데, 유럽 무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가장 먼저 꼽힌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자리에
올랐고,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실 해외 리거들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이영표를 비롯해 기성용-이청용 등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는 이들이 조연에 더 가까운
역할이었다 보니 팬들의 갈증은 컸다.
팬들은 이제 유럽 무대에서 조연이 아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해외 리거들의 활약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국가대표 경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전과 다르게 국가대표
경기 예매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해졌다. 손흥민-김민재를 보러 갔던 팬들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른 선수들도 함께 응원하게 되면서 K리그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대표팀의 국제무대 성과도 K리그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성인 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뤄냈고 20세 이하(U-20) 대표팀도 FIFA
U-20 월드컵 4강에 성공했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16강 진출이었고, 경기력과 결과 모두 잡은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조규성-나상호-백승호 등 K리그 소속 선수들의 돋보이는 활약은 K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사실 한국 프로축구가 출범한 지 어느덧 40년이나 됐지만, 태생부터 인기를 끌기는 힘든 구조였다. 프로구단들이 창단한 지역들을 살펴보면 광역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위주로
창단된 구단들이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인구 밀집도가 높지 않은 소도시를 연고로 하는 구단들은 팬들의 수요가 많지 않아 큰 구단에 비해 자연스레 뒤처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반면 국내 프로야구(KBO)의 경우 처음부터 광역중심으로 구단이 창단됨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호남을 대표하는 기아와 영남을 대표하는 롯데 간의 치열한 라이벌전
등 수많은 볼거리에 비해 K리그의 라이벌전이 빈약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기존 K리그와 전혀 다른 색다른 콘텐츠와 한준희-정용검 등 유명 해설자와 캐스터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였고, 다나카, 김아영, 이수지 등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물을 하프타임쇼에 초청하는 등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K리그 스토리라인도 풍부해졌다. 우승 라이벌 울산과 전북의 ‘현대家 더비’는 기존에도 치열했지만, 지난 시즌 울산 소속으로 17년 만의 우승에 이바지했던
일본 선수 아마노가 이번 시즌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생겨났다. 여기에 코미디언 김경욱이 연기하는 부캐(본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
다나카 유키오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원삼성 경기에선 SNL을 통해 유명세를 떨친 ‘맑눈광’ 김아영이 등장했는데, 김아영은 수원삼성의 유스 매탄고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또한, 서울과 울산
맞대결 프리뷰쇼에는 서울 레전드 이을용과 울산 레전드 이천수가 등장하면서 재밌는 호흡을 보여줬다.
문화와 문화가 혼합되는 멋진 광경도 연출됐다. 국민가수 임영웅이 FC서울 경기 시축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알려지자 수많은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축구와 음악 각자 다른 영역의 문화였지만 K리그 팬들은 가수의 노래를 듣고, 가수 팬들은 축구를 관람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멋진 모습이 나타나면서 K리그
흥행 열풍을 이어갔다.
이처럼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흥미를 키웠고 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K리그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이 어우러져 과거
안정환-이동국-고종수가 뛰었던 K리그 르네상스 시절처럼 K리그 부흥기를 이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K리그는 유럽리그에 비해 ‘약하다’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 축구와 관련된 역사적 기록과 통계를 작성 및 제공하는 단체 IFFHS(국제축구
역사통계연맹)에 따르면 K리그는 세계 18위 리그로 아시아 기준 1위다. 과거 기성용-차두리가 뛰던 ‘셀틱’ 구단이 참여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리그보다 높은 순위다. 물론
IFFHS가 랭킹을 매긴 리그 순위는 실제와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편이다. 유럽리그는 유럽끼리, 아시아는 아시아끼리 경쟁을 기반으로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시아 기준 가장 경쟁력 있는 리그인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지표다. 리그의 규모나 흥행, 선수 구성 등 인프라는 일본의 J리그와 사우디의 프로페셔널리그가 더욱
높지만, IFFHS 기준 우승 횟수가 집계에 큰 영향을 준다. 아시아축구연맹 기준 K리그 소속 클럽들이 우승한 횟수를 더하면 총 12회고 J리그가 7회, 사우디리그가 6회로
뒤를 잇는다. 이러한 기준에 의해 2011년부터 12년 연속 IFFHS 선정 아시아 프로축구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물론 기성용-차두리가 뛰었던 셀틱과 K리그 구단을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최근 국제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한국 국가대표 모습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를 잡았던 사우디아라비아, 강호 스페인을 격침한 일본 등을 보더라도 아시아 축구리그가 무조건 약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외 리그를 보면 수많은 라이벌 경기들이 존재한다. 정치적인 부분이 섞인 라이벌전부터 지역감정으로 시작된 라이벌전 그리고 같은 지역 내 프랜드리 더비까지 수많은 라이벌전은
축구경기를 보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다.
K리그 라이벌전 중 국제적 인지도로는 FIFA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슈퍼매치’와 ‘동해안 더비’가 가장 유명하다. 더비는 로컬 더비의 준말이다. 때문에 인접 지역에
위치한 구단 간의 대결이면 더비인 것이다.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나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동해안 더비’, 수원삼성-수원FC의 ‘수원 더비’가 좋은 예다. 특히 ‘동해안 더비’의 경우 과거
‘7번 국도 더비’로 불리기도 했다. 포항과 울산을 직통으로 잇는 가장 큰 도로가 7번 국도였기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에는 중요한 길목마다 포항이 울산의 발목을 잡으며
우승을 저지하면서 양 팀의 라이벌리는 더욱 심해졌다.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리버풀의 ‘노스웨스트 더비’처럼 양 구단 간 라이벌 의식이 크고 넓은 범위에서 동일한 지역에 있다면 더비라 칭할 수 있다.
국내에선 FC서울-수원삼성의 ‘슈퍼매치’가 대표적이다. ‘슈퍼매치’는 K리그에서 매우 치열하고 인기 있는 더비 중 하나로 꼽힌다. 2000년대 중후반에 두 팀이 인기와 성적
면에서 절정에 달하면서 자연스레 라이벌이 됐다.
수원의 수원화성과 전주의 전주성에서 유래된 수원삼성-전북현대 간 ‘공성전 더비’도 재미난 매치업 중 하나다. 또 전북현대-울산현대는 현대라는 명칭 아래 오래전부터 ‘현대家
더비’로 불려왔다. ‘슈퍼매치’나 ‘동해안 더비’와 같은 치열한 역사를 가진 더비는 아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양 팀이 K리그의 최상위권을 형성하게 되면서 둘의 관계가
부각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슈퍼매치’의 경우 재밌는 일화도 있다. 과거 ‘슈퍼매치’가 FIFA에서 뽑은 세계 7대 더비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돈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 FIFA가 홈페이지에 세계의 더비 매치 20개를 소개한 페이지를 오픈했는데 여기서 ‘슈퍼매치’가 7번째로 등록됐던 것이
와전돼 이러한 소문이 난 것이다.
정대세는 재일 조선인 3세로 한국과 북한의 이중국적자이며 일본에서는 특별영주권자 신분으로 거주한다. 다만 한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를 한국 단독 국적자로 취급한다. 따라서 정대세는 외국인 쿼터제에 포함되지 않고 K리그 자국 선수로 뛸 수 있었다. 반면 북한에서는 북한 단독 국적자로 취급하기 때문에 북한 국가대표로 국제대회를 뛸 수 있었다.
K리그에서 우승 문턱에서 가장 고배를 많이 마신 팀은 울산현대다. 울산현대는 준우승만 총 10회를 기록했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북현대모터스에 우승을 내줬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전북현대를 밀어내고 우승에 성공하면서 총 3회 우승(1996, 2005, 2022)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는 K리그 팀 가운데 7등에 해당한다.
K리그 역대 최다 골 주인공은 이동국이다. 504경기에서 215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골키퍼를 제외하면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출전횟수 기록도 가지고 있다. 최다 골 2위는 데얀으로 K리그에서 3년 연속 득점왕을 하는 등 역대 최고의 용병으로 꼽힌다.
서울 이랜드가 사용했던 서울 주올림픽경기장이 국내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서울 주올림픽경기장은 전용구장이 아니라 종합경기장이어서 수용 가능 인원수가 많은 것이다. 현재 서울 이랜드는 목동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K리그에서 가장 최근에 창단한 구단은 K리그1 기준 광주FC로 2010년 4월 창단했다. K리그2까지 범위를 넓히면 충남아산FC가 가장 신생구단이다. 2020년 2월 창단한 충남아산FC는 올해로 창단 3주년을 맞이했다. 포항스틸러스는 창단 50주년으로 K리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구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