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보는 눈

코로나가 바꾼 주택 설계 트렌드
넓히지 못하면 높여라

과거 고급 주상복합, 빌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높은 천장. 이제는 일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서도 키높이 천장을 속속 적용, 하나의 부동산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급 주거단지로 꼽히는 한남동, 성수동 등지에는 모두 높은 천장고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이제는 주거공간의 면적뿐 아니라 높이도 중요시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 장경철 대표(㈜부동산퍼스트 대표이사, 부동산 칼럼니스트)

층고 10cm만 높여도 장점이 ‘쑥쑥’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 넓고 개방감 있는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고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로나19가 아파트 설계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가로(넓이)를 넘어 세로(높이) 확장에 주력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데요. 세로 공간이 확장되면 개방감이 크게 개선되고 체감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입니다.

기존 주택의 층고는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고 있습니다. ‘거실의 실내 층고는 2.2m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최저선으로 맞춘 것입니다. 이보다 층고를 높이면 건축비가 올라가고 용적률이 감소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재의 층고 기준은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성인남성 평균 키가 170cm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30cm 내외 수준의 여유밖에 없어서입니다. 실제 국내 주택의 통상적인 평균 천장 높이가 법적 기준보다 10cm 안팎이 높은 2.3m 수준인 것을 감안해도 개방감을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로 보입니다. 옆 나라 일본 주택의 표준 천장 높이도 우리보다 10cm 높은 2.4m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주거공간의 안락함보다는 시공비와 효율성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젠 우리도 트렌드 변화에 맞춰 기준 자체가 바뀔 때가 되었다는 견해입니다.

최신 주택 시장 새로운 트렌드, 수직 확장

위에서 언급했듯이 요즘 분양시장 대세는 ‘키높이 천장’입니다. 기존 아파트가 수평적으로 공간을 확장했다면, 이제는 층고를 높이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그게 우리나라 10명 중 6명이 산다는 대표 주거유형인 아파트와 천장고가 무슨 관계냐고 묻는 사람도 있으실 겁니다.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심각한 불만으로 제기되는 것 중 하나가 천장의 높이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많은 이들이 멋진 인테리어 사례를 적용해봐도 이상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고들 합니다. 특히 조명을 달 때는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 아예 집을 옮긴 사례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천장이 10cm만 높아져도 개방감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층고에 따라 체감 면적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층고가 높아진 만큼 창문 크기가 커져 일조량이 늘어나거나, 최근 가전이나 가구의 대형화 추세 등도 층고가 높은 집에 대한 선호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수납장 역시 높이를 키울 수 있어 보다 많은 수납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들의 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고 있는 데다 거주자들의 평균 신장 증가 등 물리적인 환경여건도 변했기 때문입니다.

복층형 아파트를 아시나요

2000년 이전 지어진 아파트를 보다 보면, 복층으로 설계된 곳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지 중 하나가 1988년에 준공된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선수기자촌입니다. 총 5,540가구의 대단지 중 약 20%인 1,100가구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2004년 준공된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문정 래미안도 1,696가구 중 159㎡형과 199㎡형 주택 36가구가 복층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한동안 복층으로 시공된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특화 설계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일부 가구를 복층으로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는 593가구 중 60여 가구가 복층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다른 브랜드는 한 동 전체를 복층으로 설계한 경우도 있습니다.

복층 아파트는 공간을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한 층은 생활 공간으로, 다른 층은 자주 찾지 않거나 부피가 있는 잡동사니를 보관할 수도, 어린 자녀가 자유롭게 뛰놀거나, 사춘기 자녀를 위한 독립적인 공간 마련 등이 그것이죠.

주거용 오피스텔도 높이기 경쟁

주거용 오피스텔의 층고 상향 조정은 특성상 낮은 전용률을 보완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통상 공급면적 대비 전용률이 80%인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50% 수준에 불과하며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이 아파트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또 아파트는 서비스 면적으로 발코니가 있어 실제 전용면적이 큰 반면, 오피스텔은 발코니가 없어 상대적으로 좁으므로 층고를 높이면 같은 면적이라도 트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아파트와 차별화 전략으로 층고를 높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지자 업계가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역세권 등 입지가 좋고,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면 아파트가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도 꺼리지 않는 것이 요즘 분위기입니다. 아파트 선호가 높은 기성세대보다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싶은 젊은 층과 신혼부부의 관심이 높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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