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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으는 기체,
퀵보드처럼 타고 다니는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글. 김아름 기자(이데일리 건설부동산부 차장)

한국에도 헬기 승객 수송 서비스 나온다

“일부 대기업 총수만이 이용하고 있는 헬기를 대중에게 상용화를 해 도심항공교통(UAM) 서비스의 초석을 다지겠다.”

최근 국내 한 스타트업 기업이 헬기 승객 수송 서비스를 내년 1분기 상용화하겠다는 소식을 알렸다. 바로 ‘모비에이션’이라는 기업이다. 모비에이션 신민 대표는 미국의 헬기 셔틀 회사인 블레이드의 헬기 서비스를 이용해보고는 바로 한국에도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블레이드는 뉴욕 맨하탄에서 존 F. 케네디 공항까지 5분 만에 헬기로 실어다 주는 서비스를 좌석당 195달러부터의 가격으로 활발히 운행하고 있다. 그만큼 이미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헬기로 승객을 수송하는 범용 환경이 잘 형성돼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서비스가 일반 대중들에게 제공되고 있지는 않다. 현재 국내 헬기 운항사들은 정부 기관과 협력해 산불 진압, 응급의료 등 특수한 목적의 기체 운용 사업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다. 모비에이션이 내년 1분기 승객 운송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한다면 국내 첫 사례가 되는 것이다. 우선 잠실에서 인천공항까지의 노선으로 첫 스타트를 끊는다. 차량으로 1시간 20분가량 걸리는 해당 구간을 헬기를 이용하면 20분 만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올해 잠실 한강공원에 위치한 헬기장 운영권을 인수했고, 인천공항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인근에 있는 헬리패드1 의 이용권까지 획득했다.

  • 1 ‌헬리콥터 또는 드론 등의 수직 이착륙을 위한 비행장 기준 또는 그 기준을 만족하는 비행장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헬기에 주목했을까?

모비에이션이 국내 헬기 승객 운송서비스를 내놓겠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자 기자들은 잠실 한강공원까지 헬기를 타러 가고, 또 헬리패드에서 인천공항으로 다시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결국 기존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모비에이션 측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10분의 단축도 의미가 있어 분 단위로 움직이는 기업인들이나 연예인이 타겟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이 스타트업 서비스의 진짜 이유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를 테스트하는 시장에서의 활용성에 더 큰 비중이 있다. 헬기로 먼저 버티포트 등 UAM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버티포트란 ‘수직(Vertical)’과 ‘공항(Airport)’의 합성어로, e-VTOL이 충전·정비 등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터미널(공항)을 말한다. 신 대표는 헬기 역시 수직이착륙을 하기 때문에 내연기관만 전기로 바꾼 것이 e-VTOL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체가 검증되기 전까지는 UAM 사업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e-VTOL 대신 안정성이 검증된 헬기로 대체해 사용하는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차 전환 더딘 것처럼 e-VTOL 전까지 헬기 사용

완전히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전기차와 비교해보면 헬기가 e-VTOL로 완전히 대체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1996년 양산 전기차 1호인 ‘EV1’을 개발했는데 당시 한 번의 충전으로 최장 300㎞까지 최고 시속 150㎞로 달릴 수 있게 제작됐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자동차업계의 소송 끝에 「배기가스 제로법」이 없어지면서 GM은 EV1을 전량 회수해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폐기처분을 했다.

이후 전기차 기술 개발은 일본 완성차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쓰비시가 2009년 관공서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전기차 ‘아이미브(i-MiEV)’를 출시했으며, 2010년에는 닛산이 아이미브보다 경쟁력을 갖춘 ‘리프’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상용화 시대가 열렸다. 미국 GM도 ‘쉐보레 볼트’로 전기차 경쟁에 진입했다. 그리고 2012년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S’가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테슬라는 2017년 ‘모델3’와 2020년 ‘모델Y’ 출시를 통해 일반인이 구매 가능한 보급형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10년 9월 국내 최초의 전기차 ‘블루온’을 생산한 데 이어 2011년 12월 말 현대기아차가 국내 최초 양산형 고속전기차 ‘레이 EV’를 공개했다. 이후 2016년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라인업으로 ‘아이오닉’을 출시했으며, 2018년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km를 웃도는 코나 전기차가 나왔다.

이처럼 1996년 처음 개발돼 무려 27년의 역사를 가진 전기차도 아직까지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미흡한 실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도 전기차 인프라 미흡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 내놓은 2023 세계 전기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 판매는 전체 차량 중 14%에 불과하다. 필자 역시 아직 전기차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UAM 시장 선점 경쟁 ing

국토교통부가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현재 지하철을 타듯 실제 2025년에 e-VTOL을 타고 다니는 게 가능할까.

현재 정부는 기체, 버티포트, 교통관리, 운항서비스 등 UAM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참여 기관·업체가 안전성·통합 운용성 등을 검증하는 대규모 실증 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를 꾸리고 한창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전남 고흥 실증단지에서 시연 행사를 열고, 국내 기술로 개발된 UAM 기체, 버티포트, 교통관리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안전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대중에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e-VTOL과 그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내년 파리올림픽에는 독일 볼로콥터가 만든 e-VTOL ‘볼로시티’가 곳곳을 누빌 전망이다. 이를 위해 파리공항관리공단(ADP)은 현재 수백만 유로를 투자해 e-VTOL을 타고 내릴 수 있는 버티포트를 5곳에 건설하고 있다. 미국의 조비는 2025년 4인용 플라잉 택시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미국 아처항공은 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미드나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독일 에어버스도 3인용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을 개발 완료했다. 중국 이항홀딩스는 조종사가 필요 없는 자율 주행 에어택시를 개발, 올해 당국의 시범 운영 허가를 받은 상태다.

1996년 미국 GM이 처음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첫 상용화의 영광은 일본 미쓰비시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 것처럼 e-VTOL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미 헬기로 고객을 수송하고 있는 국가들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지도 모른다. 헬기로 고객을 수송한 데이터를 가지고 관련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상용화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군(NASA)에서는 UAM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우선 헬기 운항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제한하고 있다. 헬기는 UAM 기체로 정의되는 e-VTOL과 수직이착륙 방식, 운항고도 및 루틴 등 굉장히 흡사한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헬기 운항을 통해 UAM 관련 운항 데이터 확보, 인프라 구축, 승객 유치 등 UAM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UAM 산업 기반을 만드는 데 헬기가 꼭 필요한 요소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헬리패드-버티포트 갖춘 건물 가치 높아진다

모비에이션은 잠실-인천 노선 외에도 더 많은 노선 구축 및 헬리패드 확보를 위해 헬리패드를 구축한 도심 건물 등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생각보다 실제 헬기를 수용할 수 있는 헬리패드를 갖춘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과거 11층 이상 높이 건물의 옥상에는 의무적으로 헬리패드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2011년 이후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옥상 디자인이 제한돼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 과거 지어진 헬리패드는 대부분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방치돼 있거나 망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및 수도권 고층빌딩에 설치된 100여 곳의 헬리패드를 검토해 봤는데 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을 정도다. 헬기를 운항하기 위해선 바닥이 철판으로 돼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하는 등 최소한의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준 미달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등을 갖춰 접근성도 용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없는 곳이 허다했다. 이에 건물을 지을 때부터 헬리패드의 크기 및 디자인을 고려할 수 있게 건설사, 시행사와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가 최근 방문했던 한 아파트 착공 현장에서 시행사 관계자는 UAM 시스템을 단지 내에 포함하기 위해 버티포트 등의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는 귀띔을 했다. 해당 단지는 대한민국의 초호화 럭셔리 주거공간을 표방하는데 향후 e-VTOL 등이 상용화됐을 때 단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미리 UAM 시스템을 갖춘 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UAM 서비스가 보편화 된다면 기체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건축물의 부동산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바로 우리 집 옥상에서 e-VTOL을 이용해 전국을 다닐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의 가치가 높아졌던 것처럼 헬리패드나 버티포트를 갖춘 건물의 가치를 높여서 평가해야 하는 시대가 곧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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