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열

린

마

당

Black Beetle

이명신
대한감정평가법인사원

녀석이 어둠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요사이 녀석은 나를 자주 위협하고 있다.
어둠속에서 언제든지 튀어 나와 나를 놀래줄 준비를 하고 있는 녀석이다.
어제는 한밤중 목이 말라 일어서는 나를
조용히 움직이며 내쪽으로 다가서 나를 놀라게 했다.
흠짓 한걸음 물러서 녀석을 바라본다.
녀석도 나를 바라본다.
난 한순간 두려움을 느낀다.
혼자라는 느낌과 어둠속에서는 그녀석이 더 강하다는 생각에 녀석이 이대로 뒤돌아 갔으면 싶었다.
내 생각을 안 것일까,
때를 기다리는 것일까.
녀석은 뒤돌아 간다.
한순간 안심을 하며 녀석이 다시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게
발끝을 세우며 내 방안으로 들어 온다.
언제 또 녀석이 날 위협할 지 모르지만
오늘은 일단 안심이다.
며칠이 지났다. 녀석이 나타나지 않는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녀석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
내가 방심할 때만 나타나는 것 같다.
이제 어디론가 다른 곳을 갔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일을 마치고 거실에 들어설 때 난 화들짝 놀랐다.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정말 끈질긴 녀석이다.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어쩌면 여러날 나를 지켜 보았을지 모른다.
내가 잠자는 사이 녀석은 내 주위를 서성였을 것이다.
이제는 이 오싹한 기분을 떨쳐내고 싶다.
그래... 오늘은 기어코 결단을 내야겠다.
녀석이 움직이지 않았다.
녀석이 안심하고 움직이도록 난 숨을 죽였다.
너무 무더운 날씨다.
난 손에 쥐어진 부채에 힘을 주었다.
파란색 부채.
햇빛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색깔이다.
그래 조금만 더 내게 다가와라.
녀석이 안심을 한 것일까.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뒷뚱 뒷뚱.
걸음걸이도 그 녀석다웠다.
비열하고 음흉한 녀석의 걸음걸이에 난 긴장을 한다.
서서히 나와 가까워져 갔다. 식은땀이 흐른다.
그래 며칠간의 고통을 이제 끝내야겠다.
긴 순간처럼 느꼈다.
이마에 땀이 맺혀 볼에 서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흘러내리다 땅에 떨어지면
녀석은 또 몸을 숨기고 말 것이다.
이 땀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끝장을 내야한다는 얘기다.
다시 한번 힘을 주었다.
거의 내 발아래와 가까워졌다.
이때다.
딱!
땀이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녀석은 바르르 왼쪽 더듬이를 떤 후 조용해졌다.
휴-.
이제 안심이다.
내장이 터진채 벗겨져 있는 녀석의 몸이 마치
타다 남은 종이재 같이 보였다.
부채에 녀석의 잔해물이 남아있다.
버려야 할 것이다.
저토록 보잘 것 없던 것이 며칠동안
나를 공포 속에 밀어 넣었단 말인가.
100분의 1도 안되는 내 힘에 녀석은 죽음을 맞이했단 말인가.
순간.
나 역시 누구에겐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위협을 느끼는 그 누군가가
딱! 하고 한번 날 아무렇지 않게 내려치면 없어져 버리는
나 역시 바퀴벌레 같은 존재가 아 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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