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코스 마라톤(42.195km)첫 완주기

정 열 우 | 미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초조한 기다림

2000년 3월 19일 5시 기상, 초조하게 아파트창문을 열고 조심스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손에 무엇이 묻는 감촉이 있는지 온갖 신경을 기울인다. 전날 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것이라 했었는데 기상대 직원들의 명예를 위함인지 이미 아스팔트 바닥은 촉촉이 젖어있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하늘은 진회색 차일이 낮게 드리워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부을 것 같아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긴 가뭄으로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라 산불발생이 연일 보도되고, 도서지방에서는 식수난이 심각하다 하며, 농작물에도 피해가 크다 하지만, 제발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평소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오늘만은 일기예보가 틀렸으면. 비가 올 것이라면 오후 2시 이후에나 왔으면. 그런데 일기예보는 오전까지 비가 오다가 오후부터 갠다고 했다. 무엇이든 이렇게도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었을까.

5시 반에 간단한 아침식사. 평소 과식하는 습관이 있어 욕구를 억제하기 위하여 미리 내가 먹을 만큼만 내어놓고 나머지는 아내에게 치우라 했다. 아침식사란 것이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짠 특별한 식단인데 바나나 2개, 인절미 7개, 초컬릿 1조각 그리고 오렌지 쥬스 한잔이 전부. 평소 같으면 5분도 걸리지 않을 소량이지만, 조금씩 천천히 오래 씹어 식사시간은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8시에 바나나 한 개와 초컬릿 한 조각을 추가로 먹는다. 이후에는 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물 4분의 1잔씩만.

광화문을 향해 집(나는 대전에 거주하고 친척집임)을 나서기까지는 2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몹시 초조하고 온갖 생각이 머리를 감싼다. 책을 들여다봐도 머리에는 커녕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마라톤만을 생각하자. 양말을 뒤집어 실밥 한올 한올을 손으로 살살 문질러 가며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삐어져 나온 것이 있나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다음은 팬티-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양 뒤집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실이 있으면 머리깎는 가위로 조심스럽게 손질한다. 만약 무슨 부스러기라도 있어 살갗이 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다음 준비는 왼쪽 팔뚝에 5㎞마다 목표시간을 유성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정성스레 적어놓았다. 5㎞-10시 24분, 10㎞-10시 48분, 15㎞-11시 12분, 20㎞-11시 36분, 25㎞-12시, 30㎞-12시 26분, 35㎞-12시 52분, 40㎞-1시 18분, 이는 초반 오버페이스를 방지하기 위함이며, 결승선까지는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1시 30분이 목표다.

광화문을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지상의 날씨가 몹시 궁금하다. 만일 비가 온다면 끝인데. 이토록 날씨에 신경을 써 본 적도 없었다. 천만다행히도 이날 날씨는 마라톤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이었다. 달리는 동안 8∼10도씨 정도로 춥지도 덥지도 않고, 햇빛도 없었고, 비도 도지 않고.

세포의 원초성을 일깨우며

타-앙, 하는 총성과 더불어 뛰어나갈 때의 그 두근거리는 박동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할 수 없다. 완주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되는 박동이 쿵쾅쿵쾅 귀를 울리지만, 다리는 어느새 묵묵히 앞을 향해 달리고 있다. 도로의 주인은 차가 아니라 달리는 사람들이 된다. 그들은 이 세상에 더 이상 불평이나 농담 따위를 하지 않고, 각자의 침묵 속에 잠긴다. 조용한 세상이다. 발자국소리와 입으로 치며오는 가쁜 숨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는 조용한 세상이다. 간혹 인도에서 응원하는 시민들의 박수소리가 크게 들린다. 거기에는 승리와 패배 따위의 구분은 없다. 모두에 평등한 원시의 순간이다.
발자국소리와 숨소리만 들리는 침묵의 운동, 세포의 원초성을 일깨우는 원시의 운동, 호연지기를 배양시키는 운동인 마라톤의 매력에 점점 빨려들게 된다.

"천천히. 천천히. '롱 스트라이드 주법'은 절대 금물. 잰 걸음인 '쇼트 트로팅'주법으로 달려야 한다." 앞으로 튀어 나가는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자신을 진정시키느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특히 너무 큰 보폭은 무릎을 무자비하게 쾅쾅 찧게 하지 않는가? 목적지는 10㎞나 하프지점이 아니라 풀코스 잠실운동장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자꾸만 상기시키려 노력한다. 초반에 오버페이스 했다가는 지난 1년간의 노력과 85명의 '1M1원' 후원자와의 약속도 그리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백혈병 어린이들과의 소중한 만남도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아뿔싸. 5㎞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10시 21분, 10㎞지점에서는 10시 42분이다. 목적지가 10㎞라 할지라도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이다. 초반 오버페이스 하지 않는다고 그토록 신경을 곤두 세웠건만, 다른 사람들의 빠른 속도에 나도 모르게 휩쓸렸구나. 좀더 천천히, 천천히.

시원한 질주

10㎞지점을 조금 지나자 처음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거리는 1㎞정도로 표고차는 25m랬지? 금년대회도 예년처럼 경주에서 열릴 것으로 믿어 오르막길이 많은 경주코스를 상정하여 충분히 연습해 두었으니 걱정할 바가 아니다. 객기 좀 부려볼까?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발가락에 힘을 모아 힘껏 차 올라간다. 한 사람, 두 사람 20∼30명쯤은 거뜬히 추월한 것 같다. 기분이 좋다. 곧 잠실대교에 다다른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15㎞지점-11시 5분. 16∼17㎞지점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근처에 가족들이 응원나온다 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시계를 보니 11시 12분-그렇지, 11시 20분쯤 통과할 예정이라 했더니 아직 안나온 것이리라-날씨가 몹시 차가우니 아이들 건강을 염려하여 늦게 나와 이미 지나간 것도 모르고 기다리다 결승점인 잠실운동장에도 안가면 어떻게 하지?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心身一體

20㎞지점을 11시 27분에 통과-목표보다 빠르다. 이 정도면 100등 안에 들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마음과 행동은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처한 현실과 내가 원하는 마음은 분리되어 있다. 그것이 고통을 만들어 낸다.
종종 사람은 이 순간을 살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산다. 지금 이 순간을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흥분과 기대로 산다. 밥을 먹으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생각은 길들지 않은 야생마처럼 이쪽 저쪽을 돌아다닌다. 단 한순간도 만족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달리는 이 순간만은 달리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원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완벽한 삶이다.
정신을 집중하여 조금이라도 이상이 감지되는 신체부위가 있는지 점검해 본다.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고 궤도와 활동상황을 살피는 NASA직원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고모부!" 낯익은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 고개를 돌리니, 6살 채은이 녀석이 제 엄마와 함께 고사리 손을 흔든다. 귀여운 녀석-어떻게 나왔을까? 아! 그렇구나-지금 달리고 있는 이 부근 오금동 현대아파트가 집이지. 하이파이브로 답례하고 다시 내 세계로 빠져든다.

物我一體

달리기가 하나의 경지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자신의 체중을 느낄 수가 없는, 다시 말해 중력을 초월해 버리는 세계로 들어선다. 황홀한 세계가 그때부터 시작된다. 대지와 우주와 일치된 존재감이 그때부터 느껴진다. 25㎞지점을 목표보다 10분 빠른 11시 50분에, 30㎞지점을 12시 20분에 통과, 발가락 끝부터 손가락 끝까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지 세밀히 점검해본다. 아무 이상이 없다. 걱정했던 오른쪽 어깨도 정상이다. 모든 것이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이 상태라면 3시간 20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35㎞지점에서 12시 45분-목적지까지 여유있게 목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겠다. 아니 목표보다 10분 정도 빠른 1시 20분 안에 들어갈 수 있겠다.

고난의 가시밭길

마라톤은 진정 트릭을 허용하지 않는 솔직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솔직할까? 혼자 연습할 때 최고 거리가 35㎞이었다. 혼자 35㎞를 힘들이지 않고 달렸으니 대회에서는 분위기상 풀코스를 여유있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35㎞지점을 통과하자 곧바로 급격히 페이스가 처지기 시작했다. 한계가 온 것인가? 마음은 달리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원스런시밭길 질주가 아니라 힘겨운 고난의 가시밭길. 달리기를 멈추고 걸었다. 걷기도 힘이 든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오른쪽 아랫배가 끊어질 듯이 아픈걸까? 한발자국도 떼기가 어렵다. 차도와 인도경계석에 걸터앉아 머리를 양무릎 사이에 묻고 오른쪽 팔꿈치로 아픈 부위를 지긋이 누르고 한참을 있으니 통증이 가신다. '그래 다시 출발하자'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 무릎에 힘이 전혀 없고 아예 일어서지지를 않는다. 다시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여기서 그만둘까? 또다시 출발해볼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아저씨, 구급차 불러드릴까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교통 통제하던 젊은 경찰관이 걱정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일순간 그리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지만 결승점에서 기다리는 아이들한테 약한 모습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고 잘들 추월에 나가는데 나만이 지쳐 고통스럽게 걷고 있는 모습이 자신이 보아도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추월해 가는 수 백명의 뒷모습을 보노라니 자신에게 화가 난다. 앞으로는 하프코스 이상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아이들의 옹알거림이다. '아이들의 옹알거림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나는 행복하다'고 지난 연말 지인들에게 보낸 연하장에서 말했었다. 1월 12일 9000여명 중에서 1번으로 마라톤 참가신청을 하고, '풀코스도 완주하고 어려운 어린이들도 돕자'는 생각에 신청일로부터 대회당일인 3월 19일까지 백혈병 어린이를 돕는 '1M1원'후원자를 매일 1명씩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회사 동료들에게 이 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내가 풀코스를 완주하지 못할 경우에는 반환을 전제로 한 명당 42,199m에 해당하는 42,195원씩의 성금을 모금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의 적극적 호응으로 대회당일인 3월 19일에는 85명의 후원자로부터 3,600,000원 정도가 입금되어 있었다. 따라서 내 두 다리에는 85명의 성금보다 더 큰 '기대'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전해 줄 '희망'이 걸려 있는 터였다.
백혈병으로 '옹알거림'을 잊고 병상에 누워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눈물이 흐른다. 그래, 그 아이들을 위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완주해야만 한다. 아픈 배를 움켜잡고 걸었다. 걷다가 통증이 가시면 조금씩 뛰기도 하고, 걷다가 뛰다가를 몇번이나 반복하자 40㎞안내판이 보인다. 35㎞지점으로부터 무려 40분이 소요되었다.

신비한 오르가즘

예정했던 시간보다 7분이나 늦은 1시 25분에 어렵사리 40㎞를 통과하자 잠실야구장이 보이고,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 있었는지 내 자신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발걸음이 가볍고 빨라진다. 참으로 신비하다.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잡생각도 없어지고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몸에는 힘이 솟는다. 더 이상 어떤 고통도 분노도 자책도 없어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감이 차 올랐다. 이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의 고통은 환상이며 착각이라는 느낌이다. 아-! 그래서 누군가 마라톤에도 '오르가즘'이 있다고 했구나. 영원히 이렇게 달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이 순간의 경험은 그전까지 경험했던 어떤 만족감, 행복감보다 큰 것이었다.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이고, 정문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맞이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다리가 피곤하다. 특히 오른쪽 무릎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마지막 400m 트랙을 도는 순간의 기분은 일생동안 간직하고픈 만족감으로 가득 찼으며,  3시간 34분 48초(대회 당일밤 인터넷을 보니 참가자 2970명 중 526등)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1m1원' 후원자님들게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시골의 정취

삼창정평가법인 사원/심수진

 

저의 고향은 경기도 김포입니다. 가끔 "고향이 어디세요?" 라는 질문에 저는 "시골이예요! 김포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러면 "아유! 거기가 무슨 시골이에요" 라고 들 합니다.
하지만 김포도 김포 나름이지요.  제가 자란 곳은 드라마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신곡리 보다 1시간은 더 들어가서 거의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시골이지요.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하루에 5∼6번 정도 버스가 다니던 곳,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친구들을 12년 동안이나 봐야만 했던 그런 곳입니다.  어릴적에는 도시 아이들이 누리는 그런 문화적 혜택을 못 받고 자라는 시골이 싫었죠! 20년을 살고 지금은 인천으로 이사와서 살고 있지만, 좋아하지 않던 그 시골이 이제는 그리워집니다. 계절이 바뀜을 온몸으로, 향기로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시골이 나의 인간됨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살면 일부러 교외로 놀러가기 전엔 아파트 근처에 화단 정도가 계절을 알 수 있는 전부가 아니겠습니까? 시골은 봄이 되어 논을 일구어 모를 내고, 진달래가 온산에 만개하고, 산나물 뜯으러 다니고, 쑥이 얼굴을 내밀면 쑥을 뜯고, 냉이 캐고, 텃밭에 심은 토마토, 참외, 수박, 가지 등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채 익지도 않은 과일을 먹으려 애 태웠던 그 시절이 왜 그렇게 내게는 좋은지......
  저희 집은 동네 가게였기 때문에 길옆이며, 앞으로는 넓은 논이 있었습니다.
눈을 가만히 감고 집 앞의 풍경을 생각해 봅니다.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지요. 저 멀리 걸어오시던 아버지도 보이고, 계절마다 바뀌는 벼의 성장-황금물결이 출렁이던 논도 멋있고, 진초록의 고른 벼이삭도 너무 예쁘고..... 여름이 되면, 모든 세상은 진초록이 되고, 가을이 되면 황금색으로 물들고, 겨울이 되면 비닐푸대를 들고 눈설매 타고, 연 날리기에 바빴습니다.

  시골에서 성장했다는 것, 이제는 뿌듯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넓어지고, 평안해 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예전에는 동네에서 서리도 많이 해 먹었습니다. 특히 포도, 오이, 토마토 얼마 전에 시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갔더니 어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수진이는 예전에 서리도 많이 했다고... 난 그분들이 그것을 알고 있는 줄 요즘에야 알았다니깐요.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웠지요.  다 알면서 모른척 해 주시던 따뜻한 분들이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시골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이 모든 기억을 안고 사는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기억할 수 있는 시골의 정취가 있다는 것,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는 것, 도시에서 자라난 그 뻣뻣한 마음보다야 기름을 친 것처럼 한결 마음과 생각이 유연해지고 부드러워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지금, 아이들에게 그런 시골에서 맘껏 뛰어 놀며 정서적으로 풍요로워 졌으면 좋겠지만, 못해 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대신, 일요일이 되면 강화의 저희 외갓집에 자주 가서 놀며 보는 것으로 해결해 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시골에서 전원주택이 아니더라도 텃밭을 일구며 아침이슬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습니다.
 어떠세요. 시골에 살고 싶지 않으세요. 시간이 되고, 마음에 여유가 되고, 멋있는 인생을 살고 싶으시다면 시골로 내려가시죠?  

 

퇴사할 날을 생각하며 몇글자 적어봅니다

제일정평가법인 사원/전유미

 

 제가 사회라는 곳을 처음 접한 때를 생각해 봅니다. 밉게만 느껴지던 생활이었는데 그래도 이제 그만 두려고 생각하니 아프고 화났던 추억보다는 아름답고 즐거웠던 추억만 생각하고 싶고 또 생각이 납니다.
 열아홉살의 고교시절 상업계를 다녔기에 졸업도 하지 않은 채 친구들보다 반년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냥 무섭고 두렵기만 하던 때, 나무란 것도 아닌데 혹시 언니가 혹시 대리님, 과장님이 뭐라고 한 마디만 하면 가슴이 콩알만해지던 때, 그렇게 지내다 보니 사회라는 곳을 알게되었고 그 사회에 적응하려면 내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제는 알듯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졸업도 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년식도 치뤘고 그러면서 운전면허증도 따고 뿌듯한 일도 많았습니다. 사실 졸업을 할 때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컸습니다. 이제는 나 혼자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고 어른이 된다는 사실이 두렵고 싫었기 때문에 그리고 성년의 날은 그냥 저냥 회사친구들과 함께 보냈고 내 일생에 기억에 남을 만한 자랑거리인 운전면허증도 스무살에 땄습니다. 지금은 운전면허증이 필수고 다들 따고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면허증을 소지한 사람(여자들)이 별루 없었거든요. 스무살에 면허증을 따고 스물두살에 차를 몰고 다닐 줄이야... 아무래도 하늘의 뜻이 있었나 봅니다. 사무실에서 인원이 모자라 사송하는 부분을 생각하던 끝에 면허증을 소지한 여직원을 운전연습 시킨 후 사송을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세 명의 여직원 중에 제가 선택이 되어 티코를 가지고 다니게 되면서 저의 운전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운전연습을 시키라는 사무실의 평가사님 지시하에 남직원들이 하루씩 시간을 내서 제게 연수를 시켜주었습니다. 아마 하기싫어도 어쩔 수 없었겠죠? 사고날뻔한 일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식은땀만 흘리며 옆에만 앉아 있으시던 분들, 사무실에 들어오면 운전이 터프하네 긴장 안할 수가 없네..... 여러 가지 말씀들을 하셨지요. 그래도 꿋꿋이 배웠습니다. 그후 키도 작고 몸집도 작고 얼굴도 어려보여서 스물두살의 나이지만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밖에 안보이던 시절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처다보는 눈빛 '저렇게 어려보이는 애가 운전을 하다니... 그런 눈빛과 또 어떤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높이 올리며 표현을 하던 사람, 차 창문을 열면서 물어보던 사람. 그 때는 정말 제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지요. 더 자랑스러운 건 큰 사고 없이 이때까지 운전 잘 하면서 지내왔다는 것입니다.  처음 운전연습을 할 때는 고맙다는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이제나마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직원들간에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나이가 먹어서인지 아니면 일이 많아지니깐 그런지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보다는 사무적이면서 내 할 일만하는 사무실이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좀 더 넓은 환경과 좀더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는 2주 동안이지만 그런 좋은 기회가 있어서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그 곳에 가고자 큰 결단을 하고자 합니다. 갔다가 와서 다시 한번 이런 기회가 있다면 어떤 생활을 했는지 제 생각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비록 재미없고 따분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자신의 인생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늘 행복하세요...

 

증자의 자녀교육

경북 봉화군청 민원봉사과장/이준열

 

  자식을 가르침에 있어서 가장 엄히 꾸짖어야 할 일은 거짓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지 전지전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는 흔히 있는 법이요, 실수를 즉시 고칠 수만 있다면야 과히 나무랄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거짓말은 만가지 죄악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서 일찌감치 그 뿌리를 뽑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부풀어 다스릴 수가 없게되고 또 그것이 하나의 버릇이 될 때에는 참으로 가공할 사회악을 낳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짓말을 엄히 다스리면서도 그에 대해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거짓말을 시키면 안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거짓말을 시키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에 노나라에는 孔子의 제자중에 한 사람인 曾參이라고 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특히 효성이 지극했던 관계로 후세 사람들은 그를 曾子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날 증자의 아내가 물건을 사러 시장엘 가려고 하는데 그의 어린 아들이 엄마를 따라 나섰습니다. 증자의 아내가 아들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니 아들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달랠 셈으로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시장에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맛있는 반찬을 해 줄 터이니 엄마를 따라오지 말고 집에서 놀아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돼지고기로 반찬을 만들어 준다는 바람에 울음을 그치고 집에서 놀았습니다. 증자의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니 그 남편은 돼지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증자의 아내는 놀라 왜? 돼지를 잡으려하느냐고 물었더니 증자의 대답인즉, 『당신이 아이에게 돼지를 잡아 반찬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으니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증자의 아내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거짓말을 잠시 시킨 것 뿐인데 그걸 가지고 돼지를 잡으려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하고 돼지를 잡지 못하도록 말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증자는 다음과  같이 아내를 타일렀습니다. 『아이는 함께 거짓말을 할 상대가 아니오. 아이는 아는 것이 없어 부모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며 부모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오, 이제 우리가 돼지고기로 반찬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서도 이를 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어미된 사람이 자식을 속이는 것이니 자식이면서도 그 어미를 믿지않게 된다는 것은 자식을 가르쳐야하는 부모로서의 도리가 아니오』 이렇게 말하고서 증자는 돼지를 잡아 아들에게 먹임으로써 그 아내로 하여금 자식에 대한 약속을 지키도록 해주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비행에 관한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걸핏하면 학교에서 애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애들이 그렇게 불량하게 되었느냐고 학교의 교육을 탓합니다. 그러나 이미 가정에서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병든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비행의 원인을 학교에만 돌리는 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판에서 잘못 자란 묘목을 잘 키울 수 있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자니 재배하는 사람이 무던히도 애를 써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선은 원만하고 웃음이 흐르는 가정 속에서 건전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이 인생의 교육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문제가 발등에 떨어져서야 허둥대지 말고 일찍부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데에서부터 이 사회의 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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