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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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인가 대세상승인가

권구찬
서울경제신문 사회부기자

지난 4월의 구리시 토평지구 아파트 청약열기를 보면 '부동산시장은 IMF졸업'이라는 착각에 빠질 법하다. 모델하우스는 수만명이 구름처럼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속칭 '떴다방'이라는 이동중개업소까지도 등장했다. 당첨만되면 수천만원을 앉은 자리에 서 챙길 수 있다는 소문에 일반 시민까지도 계약금조차 마련치 않고 청약대열에 합류 했다. 급기야 국세청과 검찰이 투기꾼 단속에 나서는 등 IMF 이후 유례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더욱이 재정경제부는 산하기관인 국세청에 투기단속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의 청약열기는 여전하다. 4차 서울지역 동시분양 청양경쟁률 이 평균 6대1을 넘어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되레 부동산시장의 훈풍이 토지와 오피스텔 등 다른 부동산 상품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4분기 중 땅값이 IMF 이후 첫 상승(0.35%)하는가 하면 거래건수도 환란이후 최 고치(45만4,101필지)를 기록하는 등 토지시장의 본격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찬찬히 들여다 보면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아직까지 국지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지난 3 월 중 전년대비 30% 떨어졌고, 수도권 분양열기에 아랑곳 없이 주택건설 실적도 예년 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수가 8개월 째 감소했다지만 지방 미분양 적체현상은 여전하다.
건설교통부는 토평분양 당시 언론들이 투기망령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아랫목에 온기가 생기기 시작했으나 윗목에는 아직도 냉기 만 있다"면서 "부동산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어 경기를 부양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물경기는 분명 나아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다소 풀렸고, 각종 산 업지표도 호전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종합주가지수도 8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의 최근 동향은 대세상승이라기 보다는 급락에 따른 회복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더욱이 이같은 회복은 한자릿수대의 저금리와 각종 규제완화 등 외부요인에 힘입었지 시장내부 요인에 따른 것만은 분명 아니다. 아직도 실 직과 소득감소 등 부동산 시장회복을 가로막는 악재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