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둡시다

알아둡시다1

여름 나기

이경섭
경희대학교 강남한방병원장

무더위 속에 무력하고 나른해져 식욕이 떨어지고, 심하면 설사, 현기증, 어깨결림 등 여름피로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여름피로증은 많은 땀을 흘려 체력 소모가 심한데 영양공급을 제대로 하지않아 피로감이 쌓이고, 더위로 부진해지고 심하면 자 율신경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발생한다.
냉면 등 찬음식을 많이 섭취하여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오고, 수분의 과다섭취로 위액이 묽어져 소화능력이 저하되는데다 위 액의 분비를 돕는 비타민 이나 니코틴산까지 함께 배출되어 식욕감퇴가 가중된다. 지 나친 냉방도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하여 피로에 시달리게 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여름피로증을 이기고 약화된 체력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우리 선조들이 즐겼던 보양 식을 섭취하면서 가벼운 목욕이나 운동을 한 후 잠을 푹 자면 도움이 된다. 너무 찬 음 식이나 음료 등을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무더위 속에서 체력이 소모되고 입맛을 잃 었을 때 삼계탕 같은 보신음식으로 여름을 이기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영계나 오골 계에 인삼의 잔뿌리와 찹쌀, 마늘, 대추 등을 도기그릇에 넣고 오랫 동안 끓여서 반주와 곁들여 먹는다. 닭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되며 단백 질이 풍부하므로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에게 적당하다.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므로 설 사를 멎게하거나 부인병, 빈혈, 신경쇠약 등에 강장효과가 크다. 닭은 양성(陽性)식품 이므로 양성체질인 사람이나 피부염증, 발열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뱀장어는 정력을 증강시키는 식품 중에 단연 으뜸이다. 뱀장어는 교미기에 깊은 바다에 도달할 때까지 수 십일이 걸려도 절대로 먹이를 찾지 않으며, 연안으로 올 라올 때 어떤 장애가 있어도 돌파한다고 하니 그 스테미너가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허약을 보하고 신경통, 자궁출혈, 치질 등을 다스리며, 야뇨증이 있거 나 침을 자주 흘리는 어린이에게도 효과가 있다. 비타민A가 쇠고기의 2백∼5 백배가 된다고 하니 약효가치는 놀랄 만하다. 구워먹는 것이 효과가 있으며 지방과 단백질의 덩어리이므로 갑자기 많이 먹게되면 소화장애를 일으켜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
추어탕은 칼슘의 공급원이다. 무더위로 느슨해진 소화관을 자극하여 식욕을 돋우고 기력을 도와준다. 추어탕에 넣는 향신료인 산초는 습기를 제거하여 더위를 이겨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름철 찬 것을 먹고 설사를 할 때 이열치열의 방법과 같이 찬 음식으로 치료하는 방 법이 있다. 바로 메밀국수이다. 메밀은 단백질, 무기질, 섬유질 등이 풍부하며 다량의 전분은 입자가 미세하여 소화가 잘 되므로 여름철의 소화촉진제로 좋은 역할을 한다. 성질이 차므로 과식을 피해야 하며 변비가 있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 베개속에 메밀껍질을 넣으면 머리를 시원하게 해줘 잠이 잘 오고 혈압을 내리게 해준다. 메밀껍질 베개는 긴 겨울밤의 메밀묵과 무더위에 시원한 메밀국수의 맛과 함께 우리 조상의 지혜와 멋일 것이다.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과일과 야채를 즐겨찾기 마련이다. 이런 여름과채 가운데 으뜸 은 수박, 참외, 오이 같은 종류들이다. 더울 땐 찬물에 발 담그고 수박을 먹는게 최고라 는 말이 있듯 수박은 최고의 여름철 과채이다. 수박의 당분은 대부분 과당과 포도당이 므로 체내에 쉽게 흡수돼 피로를 잘 풀어준다. 이뇨작용을 도와 열을 식혀주므로 여름철에 제격이다. 중국에서는 전채요리로 볶은 수박씨나 호박씨를 내놓는데, 수박씨는 영양이 풍부하고 건위의 효과가 크다. 특히 비 타민F가 들어있어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좋다.
참외는 수분이 많고 당분이 있어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을 없애며 이뇨작용을 한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냉해지고 무력 해지므로 허약한 사람에게는 적합치 않다. 오이는 열을 식히는 효과가 있고 이뇨제로서 수분대사를 조절해주며 찬 것을 먹고 체해 소화가 안될 때 효과가 좋 으므로 입맛없는 여름철 반찬으로 권할만하다. 영양가는 그리 높지않지만 칼슘과 인 산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외 노폐물을 배설시킨다. 오이를 짓앃어 만든 생즙 은 피부를 자양하고 피를 맑게 하며 부종이 있거나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 태양볕에 익은 피부나 땀띠, 화상, 열상 등에 오이즙을 바르면 좋다.
호박은 최근 성인 병,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소화흡수가 잘되고 영양이 풍부해 회복기의 환자나 위장이 약한 사람, 간질환자나 산모에게 좋다. 즐겨 먹으면 중풍과 암을 예방하고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
식중독이 많은 여름철에 매실을 먹으면 좋다. 사과산과 구연산, 호박산 등이 많이 있 어 신맛을 강하게 내고 유산을 빨리 분해시켜 피로를 회복시키며 갈증을 덜고 입맛을 돋운다.
해독작용과 살균력이 강해 저항력을 기르고 식중독을 예방하며 오랜 기침과 설사, 이질을 다스린다. 매실이 익기전 상한데가 없는 청매의 씨를 빼고 강판에 갈 아서 헝겊으로 짜서 청색의 즙을 낸다. 이 즙을 토기그릇에 놓고 햇볕에 쪼이거나 약한 불에 올려 잘 저으면서 끓이면 청황색의 액체가 갈색으로 변하며 거품이 많아지고 걸죽 한 액체가 될 때 식혀서 밀봉하여 보존하고 그대로 조금씩 복용하거나 차로 만들어 마신다. 즙을 짜낸 찌꺼기로 꿀을 넣고 약한 불에 오래 끓이면 청매잼이 된다. 폭음, 폭식으로 인한 복통, 설사, 감기, 변 비 등에 좋다. 물같은 설사에는 매실을 소금에 절일 때 나오는 즙에다 차조기의 잎을 짓찧어 넣어 빨 갛게 물드는 매실초가 좋다. 매실주는 식욕증진, 피로회복에 좋다. 식전에 먹으면 식욕이 왕성해지고 식후에 먹으면 소화제의 작용을 한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오미자차를 장복하는게 좋다. 땀을 조절하는 데에는 오미자 같은 시 큼한 맛을 내는 것이 좋은데, 신맛은 땀샘이나 장관, 혈관까지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껍 질은 달고, 살은 시고, 속씨는 맵고 쓰고 짠맛이 깃들여 있어 다섯가지 맛이 나므로 오미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차를 끓일 때는 직접 끓이는 것이 아니라 싱싱한 오미자를 냉수에 10시간 정도 담가 두 었다가 오미자를 1백도의 뜨거운 물에 10분간 담갔다가 꺼내 약간의 단맛을 가해 마시면 좋다. 갈증을 그치게 하며, 기침과 천식을 가라앉혀 주고, 남자의 유정이나 몽정증상에도 수렴작용을 보이므로 정력 증강에도 좋다. 면역증강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지혜발달 능력을 높여준다는 임상 실험보고도 있다. 만성간염 환자에게도 좋으며, 혈액 중의 혈당치를 내려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당뇨병 때문에 갈증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도 장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여름철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씻겨 나가기 때문에 허사라고들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여름나기가 힘든 사람들은 생맥산(生脈散)같은 청량성 보약으로 원기를 돋아주면 한결 쉬울 것이다. 생맥산은 인삼, 오미자 같은 양에 맥문 동을 배로하여 차로 달이면 된다. 맛과 향기가 좋은데 꿀을 넣고 차게 해 음료수로 마셔도 된다. 체질 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여름철 음료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