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코로나19가 퍼진 지난 2년간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암흑기를 겪었습니다.
대부분 상권은 정부의 거리두기 규제로 유동 인구가 줄고 상가 수익률이 바닥을 쳤습니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종료되고 엔데믹(풍토병)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일상이 회복되면서 움츠렸던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에 쏠렸던 뭉칫돈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엔 누구나 답답함을 느꼈을 겁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과 거리를 거닐고 싶은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큰 시기였습니다. 엔데믹 시대가 본격화하자 가장 먼저 도보 상권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둘러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도보 상권은 엔데믹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상권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친구, 가족, 회사 동료 등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쁨도 크지만 이와 더불어 도보 상권에서 거리를 걷는 행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찾은 안도감을 줍니다.이국적인 상점과 매력적인 카페, 미술관 등이 어우러진 곳이라면 금상첨화입니다. 용산 한남동 상권이 대표적입니다. 전통적인 이태원 상권은 음식점과 술집, 유흥주점들이 주로 있는 데 비해 한남동 상권은 미술관, 갤러리, 고급 레스토랑 등이 자리합니다. 주로 제일기획 본사로부터 한강진역(블루스퀘어)까지를 한남동 상권, 녹사평역에서 제일기획 본사까지를 이태원역 상권으로 구분합니다.
한남동 상권은 패션 거리로도 부상 중입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 작년 5월 서울 강북 지역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구찌 가옥’을 한남동에 선보이면서 골목 상권까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등 초고가 주택가에서 접근하기 쉽고 남산 산책로를 끼고 있어 여러모로 핫플레이스의 면모를 갖췄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여파로 삼청동, 서촌 등의 상권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청와대 통행이 제한됐던 만큼 이 일대 상권은 뻗어 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겨가고 청와대가 개방되면 유동 인구가 당연히 급증하게 됩니다.
삼청동 상권은 74년 만에 청와대를 개방한 이후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둘러본 관람객들이 가까운 삼청동을 찾으면서 식당과 카페들이 북적입니다. 청와대 관람객은 하루 3만9,000여 명에 이릅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청동 개업 건수는 17건으로, 전년 동기(9건)보다 8건 늘었습니다. 아직 올해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삼청동 곳곳에서 상권이 살아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삼청동 일대는 청와대 개방과 더불어 이건희 기증관 설립이라는 개발 호재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바로 ‘송현 지름길’ 조성 사업입니다. 청와대 공원화와 더불어 이건희 기증관이 송현동에 들어서고 삼청동 국군서울지구병원 부지가 주차장으로 개발되면 관광명소들이 하나의 길로 연결됩니다. 서울시는 송현동을 광화문~북촌∼인사동을 잇는 거점으로 삼아 이른바 ‘송현 지름길’을 조성합니다. 송현동 부지(3만6642㎡)는 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부활하는 상권도 있습니다. 바로 청담동 상권입니다. 이곳은 요즘 ‘MZ세대의 놀이터’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숍과 레스토랑, 바 등이 몰려있는 청담동 상권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더 뜨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리테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청담동 공실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주요 상권인 명동(26.7%), 가로수길(17.3%), 한남·이태원(11%), 강남(10.1%), 홍대(5.9%) 공실률이 대폭 높아진 것과 대비됩니다. 이 기간 서울 6대 상권의 전체 공실률은 전년 대비 평균 10.8% 상승했습니다.
젊은 층이 해외여행 대신 고가의 명품을 사는 게 사회적 트렌드가 되면서 청담동 상권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품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엔데믹 시대에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특히 청담동은 걷기에 좋은 도산공원이 근처에 있어 걷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권이기도 합니다. 도산공원 근처는 수년 전부터 압구정로데오거리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넘어온 식당, 편집숍 등이 들어섰습니다. 요즘엔 압구정로데오거리의 인기를 넘어서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꼽힙니다.
도보 상권을 중심으로 상권이 회복되는 추세이지만 대내외 환경은 상가 투자자에게 녹록지 않습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시각으로 상가 투자에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입지와 배후 수요가 탄탄한 초우량 상가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피스보다 주거지를 기반으로 한 상권이 인기를 끌었었는데, 엔데믹 시대에도 이런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가 투자를 위해선 특정 지역에 주목하기보다 각 지역 내 1급지 상가를 고르길 추천합니다. 상가별 양극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초우량 상가들은 코로나 기간에도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졌고 상가 가격도 올랐습니다. 이전까지는 수익률이 좀 떨어지는 2, 3급지 상가도 가격이 쌌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초우량 상가가 아니면 폐점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주목받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집합건물 내 상가는 옥석 고르기를 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상품기획(MD)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하면 상권이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MD 특성화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