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Vol.146 SUMMER 2022

똑똑 부동산 핫이슈

5년간 집값 올랐는데···
새 정부, 내 집 마련 ‘구원투수’ 될까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렸습니다.
2017년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 정부의 임기 5년간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지만,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급등한 집값에 성난 민심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고스란히 분출되며 정권 교체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글. 노해철 기자(서울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20번 넘는 대책에도 멈추지 않던 집값 상승

부동산, 특히 주택은 우리가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3가지 요소(의식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정부가 20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주거 문제 해결에 공들인 이유겠지요.

그러나 결과만 보면 이러한 노력이 무색해집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 매매가격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보다 61.85% 올랐습니다.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5월) 10.45%,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3.16%와 비교해도 높은 상승률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피해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몫입니다. 오른 가격만큼 내 집 마련 문턱은 더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0억 9,062만 원에 달합니다. 5년 전 6억 635만 원(2017년 5월)보다 무려 79.87% 오른 금액입니다. 중위가격은 아파트를 가격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으로, 서울에서 중간 정도 하는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최소한 10억 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오죽하면 “오늘 집값이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집값 상승이 계속되자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영끌’, ‘패닉바잉’ 열풍이 불었습니다. ‘지금 아니면 주택 구입은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선 겁니다. 이와 반대로 당시 정부가 경고했던 ‘집값 고점론’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룬 무주택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집값 상승에 주택 보유자와 자산 격차만 더 벌어진 탓입니다.

이런 시장 상황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지난 정부의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그중 하나입니다. 투기 차단이라는 목적으로 강화해온 대출 및 세금 규제는 ‘현금부자’만 유리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지적입니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규제는 도심 주택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며 수급 불균형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지난 2021년 ‘2·4 공급대책’ 등을 발표하며 뒤늦게 공급 확대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급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마저도 공공재개발·재건축,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공공 개발에 편중돼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공공이 토지주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개발하는 방식에 대해선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수요 억제 → 공급 확대… 새 정부서 250만 가구+α 공급

반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도심 입지에 공급을 늘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5년 임기 동안 전국에 250만 가구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142만 가구(수도권 74만 가구)를 공급합니다. 이 밖에도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수도권 30만 5000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가구(수도권 13만 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가구(수도권 14만 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가구(수도권 6만 5000가구) △상생주택, 매입약정 민간개발을 포함한 기타 방법으로 13만 가구(수도권 12만 가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각 물량은 인허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분양이나 입주까지는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표치가 단순 숫자에 그치지 않으려면 촘촘한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텐데요. 부동산 정책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16일 장관 취임식에서 정부 출범 후 100일 이내 ‘250만 가구+α 주택 공급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연도·지역·유형별 상세 물량과 공급 방안을 토대로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꼽았습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건설주택포럼, 건설주택정책연구원과 함께 국내 부동산 전문가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32.4%는 ‘윤 정부가 최우선 시행해야 할 정책’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라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세제 개편(21.0%) △1기 신도시 외 도심 지역 주택 대규모 공급(18.1%) △임대차 3법 개정(13.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비사업 규제로는 재건축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려면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는데, 지난 정부에서 기준이 강화되면서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는 과도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고 저렴한 분양가로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현장에선 과도한 규제로 작동해 공급 가뭄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공급 확대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인데요. 당장 6월에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손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 청년층에 대해선 분양가의 20%를 내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청년원가주택’ 30만 가구, 반값 주택인 ‘역세권 첫 집’ 20만 가구 등 총 50만 가구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새 정부 정책으로 내 집 마련 문턱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자칫 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개발 기대감이 큰 지역에 투기 수요가 몰리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부동산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3.4%는 올해 하반기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봤습니다. 집값 상승 원인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46.8%)’,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37.7%)’에 대한 응답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속도에 쫓기며 졸속으로 마련한 공급대책은 더 큰 혼란으로 번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 하나하나에 즉각 반응하기에 반드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공급 확대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시기와 범위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정부가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적의 시장 안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해봅니다.

구독하기
TOP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