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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치악산 그리고 ..... 글·사진 김 민 용 | 한국감정평가협회 어디론가 유난히 떠나고 싶은 가을. 높푸른 하늘과 해맑은 자연을 찾아 떠나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일까. 복잡한 도시를 뒤로하기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원주, 한반도의 중심부이자 강원도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반도의 백두대간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삼고시대의 철기문화를 시작으로 많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역사적 인물이 태어나고 지금도 그 이름들이 영언히 살아 있는 곳. 즐비한 은행나무들과 봄에는 장관을 이룰 것 같기만 한 장미의 넝쿨. 그리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 소설 '토지' 속의 도시이자 집필지인 원주에는 복사꽃이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이면 서어나무 잎이 지는 곳 '토지'속의 길상과 서희가 되어 보고 싶다. 태백산맥의 허리 남서쪽으로 내리 닫는 차령산맥의 남쪽 끝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남대봉(1,181m)과 북쪽으로 매화산(1,085m) 등 1천여 미터의 고봉들이 연이어서있고, 그 사이사이로 흐르는 계곡들 험준한 산세에 따라 울창한 숲에는 소나무, 전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층층나무, 까치박당나무, 단풍나무, 복자기나무 등 수묵이 무성하고, 제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무릉교를 지나 법흥사 가는 길에 요선정 절벽에서 바라다보는 주천강의 그 절경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데, 금세라도 돌아온 세월을 잊고 서 있는 것 같다. 흥법사지 간현국민관광단지를 지나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를 접어들다 보면 우측으로 의민공사우(懿愍公祠宇 : 조선 제14대 선조대왕의 장인인 김제남의 위패를 모신 곳)가 있고, 그 좌측으로 작은 이정표 '흥법사지'를 따라 좁은 길로 접어들어 올라가다 보면 만여 평의 들녘으로 외롭게 서 있는 3층 석탑을 볼 수 있다. 외롭다 못해 쓸쓸한 석탑위로 비가 내리던 내가 찾아간 날에 그 석탑은 눈물을 흘리고 서 있고, 흥법사지 3층 석탑을 바라보는 마음 한구석에 밀려오는 그리움 같은 것이 꿈틀 거린다. 흥법사지(興法寺址)는 문화재자료 제45호로 신라때부터 고려때까지 거찰이었으며 흥법사가 폐사된 것은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임진왜란 와중에서 폐사된 것으로 추측된다. 약 만여평에 달하는 사지에는 보물 제464호인 3층 석탑 1기와 보물 제463호인 진공대사탑비의 귀부(龜趺)와 이수가 있다. 치악산 구룡사 흥법사지를 돌아나와 구룡사를 향하는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옥산유원지를 지나 세말에 접어들면 치악산. 구룡사 가는 길, 그 길가로 계곡의 물은 굽이쳐 흐르고, 잠시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는 물밑으로 그 깊이를 가름할 수 없어 '어쩜 그리도 맑을 수 있을까' 자아내는 탄성은 입을 다물지를 못하게 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약 1km 정도의 구룡사 향하는 길가로 어둠같이 숲은 그늘을 지게 하는데, 그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 따라 흐르는 범종의 종소리는 천지봉 깊은 골을 따라 들리는 듯 싶다.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6년(666)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의상대사가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을 메우고 사찰을 창건하여 九龍寺라고 하였으나, 조산 중엽 때 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 때문에 사세가 기울어진다고 하여 그 혈을 끊었으나 더욱 쇠잔해지자 다시 거북바위의 정기를 살리고자 거북구(龜) 자를 써서 오늘의 龜龍寺로 개칭하였다. 구룡사는 신라말기 도선국사의 수도를 비롯하여 고려말기에는 무학대사, 조선중엽 사명대사 등 고승대덕의 수도처 였으며, 지방문화재 제24호 대웅전과 보광루, 범종각, 삼성각, 사천왕문 등의 건축물과 3층 석탑, 구룡사 송비 등의 많은 보물이 간직되어 있다. 특히 대웅전은 조선후기 건립한 것으로 정면 '3간' 측면 '2간'의 자연색으로 쌓은 축대위에 세워져 있는데 대웅전 내의 닷집은 화려하고도 장중한 것이며, 조선후기 대표적인 건물이다. 치악산 치악산은 장엄하고 험난한 산세를 자랑한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치악산에는 구룡폭포, 부곡폭포, 금대계곡, 등의 아름다운 계곡과 신선대, 구룡소, 세렴폭포 등이 있다. 원래의 치악산은 적악산 이었으나, 구렁이에게 죽을 뻔한 나그네를 구한 꿩의 전설로 인해 적악산을 꿩이 보은한 산이라 하여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바꾸었다 한다. 이렇듯 원주에는 많은 문화유적과 문화재가 있다. 구룡사, 구룡사 대웅전, 상원사, 국향사, 보문사 청석탑, 동악제단, 삭경사와 운곡묘비, 영원사, 입석사, 입석사 석탑, 홍장금표, 치악태봉, 영원산성, 금태산성, 금두산성과 복사꽃 축제, 한지 축제와 순박한 농부의 인심과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전승되어오는 영서지방 특유의 민속악으로 오리현농악이 있고, 그해의 길운과 면약을 정월달에 많이 기원했다. 정월초하루와 보름날 갖가지 제와 놀이들을 했는데 보름을 상원이라 하고 아직도 원주에는 원주상원놀이가 전승되어 오고 있다. 많은 유적과 전통을 이어가는 원주를 이틀에 걸쳐 돌아보기에는 마음의 욕심이 컸던가. 가을의 비가 촉촉이 내리는 원주를 뒤로하기에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고 허무한 마음만이 앞서가는 듯 하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의 길상이 되어 돌아본 원주. 깨끗함 그 자체였을까(?) 물론 남원주를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는 신도시는 밤새도록 그 불이 꺼지지 않는데, 개발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유적을 바탕으로 백두대간의 그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원주의 개발(?)을 기대해 보고 싶다. 원주를 뒤로하고 떠나오는 여행자의 마음일까. 마음속에는 흥법사지 3층 석탑의 그 모습이 여명처럼 떠나질 않아 한번은 꼭 다시 찾아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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