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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가치를 재음미하면서 한국감정평가협회 회장 송 태 영 모든 정치사·경제사·사회사·문명사의 바탕에는 토지가 있어왔다 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든 역사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토지는 그 나무의 뿌리에 해당되는 것이다. 박경리의 '토지'나 펄벅의 '대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지는 인류의 생존과 경제활동의 터전인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나는 몇 달 동안 링컨토지정책연구소(Lincoln Institute of Land Policy)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링컨토지정책연구소는 클리블랜드의 성공한 상공업자 존 C. 링컨이 19세기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며 사회철학가였던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1974년에 설립한 세계적인 토지연구기관이다.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생산요소 중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단일세제도가 경제정의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빈곤, 실업, 주기적 불황 등 현대 경제의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는 바로 구약성서의 토지철학 내지는 토지제도와 그 맥이 상통하고 있는 것이다. 구약시대에는 7년에 한번씩 오는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49년째. 즉, 50년이 되는 해를 희년(禧年, Jubilee)이라 하여 이 해에는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땅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드보르(자유 또는 해방)'가 선포되어 그 땅을 되돌려 주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이론이나 제도의 중심에는 토지는 하늘이 내려준 시혜물로써 인간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라 토지에 대한 이용권만 있으며, 따라서 토지는 인류전체의 행복을 위해 이용되어야 한다는 '토지 공유'의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97년도 한국의 IMF 위기는 외환위기로 촉발되었지만 그 근저에는 부실금융, 부실경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부실금융, 부실경제의 중요한 원인으로 토지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0년간 땅값이 계속해서 올라 땅을 사두면 큰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토지신화가 형성되었고, 이것은 곧 자금의 만성적 부족 및 비효율적 배분의 중요 원인이 되었다. 토지를 「흙」의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땅」의 개념으로 대할 때 경제적 혼란이나 사회적 가치의 혼돈이 발생하게 된다. 「흙」은 온갖 오물을 말없이 받아들이면서 또한 깨끗한 새싹과 아름다운 꽃, 그리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어 낸다. 토지의 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하여 토지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하는 우리 감정평가사 역시 토지가 갖는 흙의 의미를 항상 되새겨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성스러운 토지를 다루는 감정평가사란 직업을 갖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토지를 다루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오늘의 세대와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삶의 터전이 될 소중한 토지의 가치를 깊이 음미하면서 토지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글은 (사)일본부동산감정협회(회장 安藝哲郞)의 요청으로 이 협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감정광장>, '화단'에 일본어로 게재된 것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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