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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 기업퇴출조치와 부동산시장 정 훈 식｜파이낸셜뉴스 건설부동산부 기자 정부의 11.3 부실기업 퇴출조치 이후 주택시장 전반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연초부터 초강세를 보이며 숨돌릴 틈 없이 지속되던 주택전세시장이 맥없이 추락, 최근 들어서는 매물이 쌓이고 있고 전셋값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택분양시장도 그 동안 주요입지별로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그런 대로 경기 활황을 유지해 왔으나 지금은 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내 식어버리고 말았다. 분양권 시세도 힘없이 빠진 상태에서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수 십 조원에 이르는 시중의 부동자금도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 기미가 없다. 오히려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택공급물량 급감, 택지개발 지연 및 표류, 준농림지 및 도심지 재건축규제 강화 등 향후 주택공급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표상으로는 분명 주택시장은 올 가을철 성수기부턴 이미 달아올라야 정상적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을 성수기 경기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시장상황이 크게 위축돼 경기실종으로 여겨질 정도다. 지난 4월말 정부의 수도권 난개발 대책으로 준농림지에 대한 아파트 건설이 사실상 불허되고 도심지 재건축사업에 대한 용적률 강화로 아파트 건설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그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수도권의 주택보급률도 지난해 83%대에서 꺾여 앞으로 2∼3년 뒤에는 오히려 8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택지공급원인 택지개발지구 신규정면적도 올해에는 수도권에서 50만평정도에 불과,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는 아파트공급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주택공급실적도 지난 9월말 현재까지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까지 합쳐 30만 가구에 불과해 연말까지 50만 가구를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주택서민들을 위한 주택금융인 국민주택기금의 중도금 및 전세자금 지원금도 올 초부터는 지원가격을 대폭 완화하고 지원액 수준도 크게 상향조정했음에도 대출실적이 목표치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주택공급여건은 이처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데도 수도권의 인구집중은 계속돼 지난 한해동안만 6만 여명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다는 통계청 발표도 있다. 결과적으로 주택공급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데 반해 수요기반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늦어도 올 가을 성수기에는 상당부분 강세를 보인 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어야 옳다. 그럼에도 주택공급시장은 오히려 냉각되고 있고 미분양물량도 늘어나는 등 침체국면을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주택경기 활성화라는 정부의 대책이 일반 실수요자측면보다는 주택업체 살리기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려면 주택사업자에게 각종 세제나 금융지원 등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부동산시장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취득·등록세 감면 등 수요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경기활성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초대형 건설업체들의 유동성 위기와 부도, 청산 등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심리 이전에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자하는 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다. 이같은 불안심리가 곧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실수요자가 잠재수요로 돌아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주택마련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주택투자에 앞서 일정 투자수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 같은 기대심리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주택업체들의 아파트고급화 경쟁으로 주변아파트와 시세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역전돼 수요자가 챙길 몫이 전혀 없고 향후의 기대치 역시 수요자가 나눠 갖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욱 투자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기업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고 연봉제 확대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장래를 준비할 여유가 없어진 것도 요인이다. 예년 같으면 10∼11월은 주택업체들에겐 '가을잔치'나 마찬가지였다. 계절적으로 분양시장이 자연스레 형성돼 웬만한 아파트들은 미분양 걱정 없이 잘 팔려나가고 수요자들도 가급적 이 시기를 택해 아파트분양에 나선다. 한 해의 모든 사업을 이 기간에 집중, 사업실적을 올리고 다음연도의 사업방향을 세우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업체 사정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자칭 '하루살이'라 할만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뿐 더러 중장기계획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월간계획마저도 공수표로 돌아가기 다반사다. 건설교통부가 주택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월 말 발표하는 그 다음달 아파트 분양계획 물량 중 실제 분양이 이뤄지는 비율은 30%를 밑돈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 잘 짜여진 틀 속에서 수 십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세운 주택업체들의 계획이 이럴진대 부동산시장의 '개미'인 무주택서민들이 느끼는 내집마련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어떻겠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알맹이 없는 대책들만 나열하며 수요자들의 내집마련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데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정부와 건설업체의 몫이다. 정부는 우선 주택수요자에게 예측가능한 일관성 있는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시장도 과열은 방지하되 어느 정도의 시장분위기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나 정부여당간 갈등을 떠나 대국적 견지에서 무주택서민들의 고충과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되짚어 봐야 한다. 신도시문제도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지난 10월 섣불리 꺼낸 신도시문제는 그 동안 부동산시장은 물론 주택수요자들에게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했다. 이왕 들고 나온 정책이고 현재로선 최선의 방책이라면 하루 빨리 추진여부를 결정짓고 공론화해 왜곡된 주택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이야말로 수요자들을 부동산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다. 주택업계도 과거 내놓으면 무조건 팔리던 시대의 환상에서 깨어 몸집을 줄이고 분양가 거품을 걷어야 한다. 입지여건이나 분양가 자율화라는 도구만 믿고 터무니없는 분양가격을 제시하거나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한탕주의'식 시대착오적 발상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대신 경쟁력 있는 품질개발을 통해 왜곡된 주택분양시장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에야 만이 시장에서 떨어질 대로 떨어져 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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