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Vol.145 SPRING 2022

똑똑 부동산 부동산을 보는 눈

부동산 시장서 발 넓히는

‘MZ 세대’

MZ세대. 요즘 어느 분야든 주목하는 세대입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M)세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유행과 다른 사람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합니다. MZ세대가 등장하면서 부동산시장도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가질 수 없다면 빌려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돌아다니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이들이 가는 곳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입니다.

글. 이송렬 기자(한경닷컴 금융부동산부)

부동산시장 ‘한 축’ 된 MZ세대

MZ세대가 부동산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커졌을까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101만5171가구 가운데 27만3699가구를 ‘30대 이하’가 샀습니다. 전체의 26.96%에 해당합니다. 주택시장의 전통적인 수요자인 40대(23만2286건, 22.88%)보다 4만1413건이나 많습니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선 더 뚜렷합니다. 작년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66만9182가구였는데, ‘30대 이하’가 산 아파트는 20만7392가구입니다. 전체의 30.99%에 해당합니다. 작년에 거래된 아파트 3분의 1 이상은 ‘MZ세대’가 샀다는 뜻입니다. ‘20대 이하’를 제외한 ‘30대’만 놓고 보더라도 24.85%(16만6281가구)를 기록했습니다. 40대가 차지한 25.38%(16만9838가구)에 비해 0.53%포인트 밖에 차이나질 않습니다. 이런 흐름은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2019년 28.31%에 불과했던 ‘30대 이하’의 거래 비중은, 2020년 29.19%로 상승해 40대 비중(27.53%)를 넘어섰고, 2021년엔 30.99%로 30%대로 올라왔습니다.


‘페르소나 원픽’ MZ세대, 부동산에도 반영

MZ세대는 자신의 재력과 명품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개인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선언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등을 추구합니다. 이런 추세는 ‘페르소나 원픽(Persona One-pick)’이라는 단어에 반영되는데, 이는 ‘나의 자아를 담은 딱 하나의 내 것, 내 공간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내 눈에 비친 가치, 내가 느끼는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MZ세대들의 마음속에 ‘내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진 것입니다. 부동산 디벨로퍼 피데스개발과 서울연구원 등이 전국 만 18~34세 3,520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서울 청년의 73.9%는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이유는 ‘자산을 불리고 유지하기 위해서’가 30.30%로 가장 많았습니다. ‘임대료 상승이 부담돼서’(28.00%), ‘이사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어서’(25.9%) 등의 이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집값은 빠르게 치솟고 있고, 월급을 모아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2030 청년의 주거 여건과 주거 인식’이라는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무주택 본인의 소득과 자산을 고려했을 때 10년 이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청년은 42.6%에 그쳤습니다. 10년 이내에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대답한 이들의 60.3%는 일반 전·월세 주택, 37.6%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가질 수 없다면 빌려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MZ세대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가질 수 없다면 빌리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공급됐습니다. 이전과 달리 ‘닭장’이라는 이미지도 벗었고, 구조도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혔습니다. 그런데도 MZ세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한 탓입니다. 최근 임대주택시장에서 주목받는 곳이 있습니다. SK D&D에서 짓는 ‘에피소드’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완성하는 삶의 이야기’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이름에 담은 이 곳은 단순 의식주를 해결하는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수요자들의 다양한 생활방식과 취향에 맞게 개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방’을 계약하면 누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이 따라옵니다. 카페, 개인 운동 공간, 공유 주방, 세탁실, 회의실 등 작은 원룸에서 누리기 어려운 곳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용공간은 ‘이케아’, ‘무인양품’ 등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 상품을 활용해 꾸며졌습니다. 나만의 공간도 ‘빌려서’ 꾸밀 수 있습니다. 필요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도 돈만 내면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가 질린다면 구독을 취소하면 그만입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20~30% 비싸지만 입주한 실수요자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에피소드에 입주한 한 수요자는 “생활에 필요한 공간들이 가득 있다는 인식을 받았다. 구색만 맞춘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공간을 구성한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MZ세대가 찾는 곳은 ‘뜬다’

MZ세대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내국인 역시 이동에 제약이 걸렸습니다. 내로라하는 상권들도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광화문, 남대문, 명동, 종로 등 서울 도심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11.2%로 나타났는데,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50.3%로 가장 높았고, 광화문 21.7%, 종로 9.8% 등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MZ세대가 찾는 상권은 ‘딴 세상’입니다. 일찍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와 유행을 선도하는 강남 분위기는 다릅니다. 성수동 인근 뚝섬과 청담동의 공실률은 작년 내내 0%를 유지했습니다.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중심의 신사역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4.4%로, 전분기보다 3.3%포인트, 테헤란로는 1.3%로 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업계에서 자연 공실률을 통상 5% 내외로 보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실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수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젊은 창업자들이 젊은 감각으로 가게를 차리다 보니 젊은 수요층들이 몰려드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 관계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은 코로나19에도 소비가 전혀 줄지 않았다. MZ세대를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 여부에 따라 상권도 크게 뒤바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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