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을지는 포구와 문화재의 보고, 강화도

백 선 주 | 여행작가


갈매기 뒤를 좇다

근래 들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물론, 전국의 해수욕장과 계곡 등 올해도 전국 피서지의 거의 대부분의 곳에서 쓰레기 등 피서객들의 무질서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는 있지만, 초·중학생들의 방학숙제를 겸한 각종 문화재나 박물관 견학이 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해서 시간적인 여유를 이유로 아직 피서나 방학숙제를 못해 애태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곳이 강화도다. 강화도는 예전에는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살인적인 교통체증으로 사람들이 기피하기도 했으나 4차선 도로의 완공으로 많이 나아졌다.
강화도는 섬 곳곳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요, 천혜의 관광자원이다. 고인돌 등 선사시대의 유적에서부터 강화전적지 등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이면서도, 서해안의 갯벌과 나지마한 산 사이의 부락, 점점이 홀로 떠 있는 섬 등, 이름하여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그럼 당장 강화도로 떠나볼까. 강화도의 최대의 명소는 역시 석모도다. 유적지 운운해도, 갈매기가 뒤따르고, 잔잔한 물결 사이로 언뜻 언뜻 지나치는 이름 없는 섬들은 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특히 석양에 노을지는 포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빚어내는 조화에 넋을 잃게 되는데, 이 광경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석모도는 강화도 서쪽 끝에 위치한 외포리에서 배를 타야한다. 외포리에서 석모도까지는 배로 10분. 이 곳을 운행하는 배는 승용차 20-30여대를 태울 수 있는 대형이어서 승선 후에는 대부분 차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리하면 반드시 후회를 한다.
일단 차에서 내려, 미리 준비한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선미로 가면, 당신들은 영화에서 많이 본듯한 장면을 실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갈매기떼가 배 뒤로 당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까-악 울며 날개짓 하는 갈매기떼는 이미 많은 경험을 한 터여서, 당신들은 본 척도 않고, 던져주는 새우깡을 향해 달려든다. 새우깡을 들고있으면 채 먹을 정도로 이미 사람에겐 익숙해진 갈매기들이다. 10분이란 짧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광경으로, 특히 아이들이나 연인에게는 싱그러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석모도 선착장에 내리면 시골 읍내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선착장은 석모도에서는 버스종점이요, 섬의 시작과 마지막이 공존하는 곳인데, 다시 돌아오기보다는 그대로 지나치는, 시골 소읍의 나른한 오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선착장에서 100여m를 지나면 삼거리다.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일 필요가 없다. 어느 길을 택하든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 우리는 왼쪽으로 가볼까.
석모도는 섬을 일주하는 19km의 회주도로를 갖고 있는데, 차를 가지고 갔다면, 섬을 일주하면서 주로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게 좋다. 왜, 바다가 거기에 있으니까. 삼거리에서 10여분을 직진하면 '어류정항'이라고 쓰인 빨간색 기둥의 팻말이 보인다. 그 곳에 들어서면 삼량염전이 펼쳐진다. 아침나절에는 그저 물이 있는 밭같이 느껴지지만, 해질 녘이면 거대한 소금탑으로 변한다. 염전 맞은편은 저수지와 수로를 갖춘 어류정낚시터로 물경 15만평의 규모를 자랑한다.
거기서 1km를 더가면 언덕길이 나타난다. 좌우로 적당히 굽은 이 길은, 특히 겨울철에 더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언덕에 올라서면 석모도에서 하나 뿐인 민모루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여기서 잠깐, 등산을 위해 석모도를 찾은 사람이면 이 곳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석모도는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능성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석모도만 가지고 있는 천혜의 등산로여서 등산을 하기 위해 석모도를 찾는 여행객도 제법 있다.
석모도에 단 하나 뿐인 민모루 해수욕장은 넓지는 않지만 반달처럼 움푹 들어가 안락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바닷물이 빠지면 한없이 드넓은 갯벌, 갯벌으로 조개나 게 등을 잡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재미를 더해 준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문사이다. 보문사는 남해의 보리암, 낙산사의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히는 명소. 낙가산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으며, 낙가산은 관음보살이 상주한다는 보타낙가산의 줄임말이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에 희정대사가 금강산에서 내려와 창건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가로 11.3m 세로 8m, 높이 4m의 거대한 석실이 유명하며, 이곳에는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는 23나한상이 모셔있다.
대웅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보문사가 자랑하는 눈썹바위 마애석불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마애석불은 정확히 425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마애석불에 치성을 들이면 소원을 들어준다 하여 일년내내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계단 숫자를 세며 오르는데, 정확히 425계단을 알아맞히는 사람 또한 흔치 않으니 희한한 일이다.
이 곳은 되도록 이면 저녁 어스름, 노을지는 시간에 오르는 것이 좋다. 이때면 노을이 불타는, 주문도, 대승도, 소승도를 배경으로 불타는 바다, 그대도 불타고 나도 불타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30여분에 걸쳐 나타나는 낙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 때문에 석모도를 나오는 배 시간을 놓치고 그냥 1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토담마을 등 통나무 집, 콘도를 방불케 하는 민박 등 잠 잘 곳과 먹거리가 풍부하다.

민족의 성산(聖山) 마니산

강화도는 석모도 외에도 함허대사가 절경에 취해 오랫동안 머물렀다는 함허동천, 동막해수욕장, 고려궁터, 광성보, 전등사 등 섬 전체가 문화의 보고이다.
그 중에서도 마니산은 단군이 천제를 올렸던 곳으로, 매년 전국 성화가 채화되는 곳이다. 해발 높이는 469m. 그러나 해발이 낮은 곳에서 출발하므로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정상까지의 대부분이 계단으로 되어 있어 더 힘이 들고, 특히 겨울에는 아이젠 없이 올라갈 수 없다.
등산의 참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관리사무소 서쪽의 화도 초등학교를 끼고 등산을 시작하는데, 정상까지 암릉으로 이어져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주 능선에서 천제단까지는 발아래 바다 물이 넘실대는 색다른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회정대사가 창건사 정수사가 산 아래에 있으며, 절 마당에서도 서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 가는 길

- 대중교통 이용

신촌 시외버스터미널(신촌 그랜드백화점 왼쪽 서강대교 방향 200m)에서 강화행 버스가 20분마다 운행한다. 영등포역에서 완행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5호선 송정역에서 내려 강화행 직행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강화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외포리행 버스로 갈아타고, 외포리선착장에서 석모도를 오가는 카페리(승용차 왕복 1만4천원, 일반 왕복 2천원)를 타면 된다. 비교적 교통편이 잘 연계돼 있어 여행의 기분을 느끼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 자가용 이용

서울에서 올림픽도로를 타고 김포공항 못 미쳐 들어가는 이정표가 있다. 좀더 빠른 길을 원하는 사람은 올림픽도로 끝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김포까지 직행할 수도 있다. 강화읍에서 좌회전하면 외포리와 마니산, 전등사가 나온다. 섬이 그리 크지 않아 어느 방향으로 가도 목적지에 어렵지 않게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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