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Vol.147 FALL 2022

KAPA 인사이드 제2회 감정평가사 수기 공모전 우수상作 ①

자라와 함께한 어느 5월

글. 윤현호 감정평가사(삼창감정평가법인 광주전남지사)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감정평가 업무에 매진하고 있을 어느 화창한 5월의 시기였다. 총무이사님으로부터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하나 배정받았다. 평가내용을 살펴보니 시(市)에서 하는 도로 보상이었고, 보상내용이 육상양어장의 자라와 관련된 영업 보상이었다. 감정평가사 생활을 하면서 장뇌삼, 돼지고기, 돼지, 닭 등 별걸 다 평가해봤다고 생각했지만 자라는 처음이었다. 평상시에 하던 토지, 건물이 아닌 생물의 영업 보상이어서 약간의 긴장과 함께 나름의 공부와 준비를 하고 파트너 감정평가기관과 약속을 잡고 공사현장 사무실에서 담당 공무원과 소유자를 만나 관련 사항을 이야기하였다.

소유자의 주된 이의신청 내용은 자라 전체 마릿수의 수용, 영업 보상 인정, 포획되지 않는 자라 수량 인정, 물건조사로 인한 폐사율 인정 등이었다. 움직이는 생물이면서 일반적, 통상적이지 않은 평가사항이니 협의 감정평가 때보다 더 세심하게 담당 감정평가사님께서 수량 파악 및 보상평가를 잘하셨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의신청 내용은 정말 의외였다.

당시 자라 숫자 파악 및 보상액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협의 감정평가사에게 문의해보니 자라 숫자의 경우 양어장의 크기가 작아서 전문기관에 맡기기가 어려워 포크레인으로 양어장 물을 다 퍼 올린 뒤 안의 자라를 하나하나 잡아서 망에 포획했다고 한다(물론 자라 숫자 파악하는데 몇천만 원씩 하는 대형용역을 맡기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협의 감정평가사가 보내준 사진을 보았는데 양파망에 하나씩 잡혀 줄줄이 세워진 자라와 그 뒤편으로 포크레인, 그리고 흙탕물에 옷이 더럽혀진 자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진을 보니 참 감정평가사 생활도 쉽지만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간에 수량 등 목록의 확정은 감정평가사가 어떻게 할 사항이 아니라서 보상담당자와 소유자 간에 협의가 된 수량이 넘어왔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협의 감정평가 때 담당 과장님께서 도로 보상 과정에서 일부 편입된 부분만을 기준으로 자라 숫자를 잡고 협의 보상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예를 들어 양어장 내 자라가 1,000마리라면 전체 면적 중 편입된 부분의 면적 비율이 30%인 경우 300마리를 기준으로 자라 마릿수를 확정하여 보상액이 나간 것이었다.

움직이는 생물을 단순히 편입면적으로 계산하여 수량을 확정, 보상액을 평가한다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담당 주무관님께서 재결 시점에서 마릿수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고 하여 우선 협의 당시 양어장을 다 파서 잡은 마릿수를 소유자와 협의 후 전체 계산하여 목록을 확정했다.

그리고 영업 보상인정과 관련된 내용은 협의 때 단순 이전비만을 계산하여 전체 영업과 관련된 보상액은 약 1천만 원만 나갔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업인정고시일 이전부터 내수면 어업신고를 득한 적법한 영업장에 왜 정당하고 합리적인 영업 보상이 나가지 않았는지가 전체적으로 다 의아할 뿐이었다. 이에 이번 수용재결 시점에서는 전체 마릿수를 기준으로 한 전체 영업 보상까지 진행하기로 담당자와 협의하였다.

감정평가의 일반적인 절차는 기본적 사항을 확정하고 처리계획을 수립한 후, 대상 물건을 확인하고 자료수집 이후 정리된 자료를 검토하여 감정평가액을 결정하면 끝이 난다. 이제 기본적인 사항이 확정되었으니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영업 보상은 일반적으로 폐업이 아닌 이상 휴업 3개월의 영업 손실액(당시는 3개월)과 3개월 휴업에 따른 고정적인 경비지출액 그리고 이전에 따른 감손액 및 이전비 등을 합하여 보상하게 되어있다. 영업 보상을 하도록 하였으니 소유자분의 매출액을 분석하여야 하는데 매출자료를 제출받는 게 쉽지가 않았다. 소규모로 하는 영세업자가 재무제표 등이 완성된 매출자료 등이 있을 턱이 없었다. 끝까지 없다고 버티던 소유자분께서 내미신 매출자료는 그동안 손으로 쓴 해진 다이어리 하나가 전부였다.

영업 보상 규정에는 최근 3년간의 평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가계지출비를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가계지출비를 해당하는 영업이익으로 본다고 되어 있어서 본 자라 영업장의 매출액이 가계지출비를 초과하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자라 거래처는 어디일까 개인적으로 물어보니 절의 방생용 자라나, 용봉탕의 식용용 자라로 나간다고 하였다. 소유자분께서 내미신 다이어리를 처음부터 다 살펴봤다. 약 4년 전부터 단순 기록만 하셨는지 띄엄띄엄 매출과 관련 자료들이 있었는데 전체를 엑셀 파일에 정리해서 매출자료를 계산해보니 평균적인 1년 매출액이 월평균 가계지출비보다 적어서 영업손실액은 월평균 가계지출비로 확정하였다.

하루 내내 다이어리를 분석하고 이제 숨 좀 돌리나 했더니 영업 보상의 하이라이트인 생물의 이전비 산출과 물건조사 당시의 폐사손실액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업손실액이야 자료보고 계산기 두들기면 될 일이지만 생물 이전비 및 폐사손실액을 산출하려면 현재 시점에서 거래되고 있는 자라의 시장가격을 조사해야 했다. 또한, 이놈의 자라라는 녀석의 습성을 조사해보니 공기 호흡을 하고 겁이 많고, 수온의 변화 및 소음 진동에 매우 민감하고 발톱 등에 의해 대량으로 운송할 경우 상처가 나거나 폐사할 가능성이 높아 그물망에 소량 포장하거나 나무상자에 넣어 수온을 유지해 운반해야만 했다.
그 까다로움이 상전 저리가라였다.

자라의 시장가격을 어디서 조사할까 궁리하다가 소유자분께서 말씀하신 절과 용봉탕 집이 생각이 났다. 먼저 근처의 절에 전화하여 자라를 방생하는지 문의 후 절에 방문하였다. 부처님께 절을 한 후 마당을 쓸고 계신 스님께 이래저래 해서 자라 가격을 좀 들어보려고 왔다고 하니, 스님께서 빛나는 머리를 닦으시고 친절히 알려주시길 보통 300g짜리 방생용 작은 자라를 마리당 만 원씩 주고 산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다음은 용봉탕 집이다. 인터넷 사이트 지도 앱에서 ‘용봉탕’을 검색하니 몇 개의 집이 나왔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답을 해주겠는가. 당연히 찾아갔다. 인상 좋으신 아주머님이 보신탕과 더불어 용봉탕 집을 하고 계셨다. 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래저래 사정을 이야기하고 현재 자라의 매수 시세를 알아보았다.

아주머니께서 멀쩡하게 생긴 젊은 놈이 안타까웠는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역시 세상은 죽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kg당 35,000원에 사서 탕으로 만들어 kg당 70,000원에 나간다고 하셨다. 그리고 요즘은 혐오식품이 되어서 탕 집을 찾는 곳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일반적인 매수가 등을 알 수가 있어서 가격조사에 도움을 받았다.

사무실로 돌아와 영업손실액과 이전비 및 이전에 따른 감손액, 마지막으로 물건조사 폐사액을 계산하여 최종영업보상액을 계산하니 전체 보상액이 약 6천만 원 가량 나왔다. 협의 보상 때 1천만 원이었으니 약 6배가량이 오른 셈이다.

이처럼 협의와 수용재결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나면 토지수용위원회에서 협의 감정평가사와 수용재결 감정평가사가 서로 본인의 가격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건은 목록의 불일치로 인해 가격이 달라진 것이므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부분이라 파트너 감정평가사와 협의를 거친 후 6천만 원 가량의 수용 보상평가액으로 감정평가서를 제출했다.

감정평가서에 사인하고 수수료를 확인해보니 70만 원이었다. 하하하하.

다섯 개의 감정평가서를 작성한 것 같은 느낌인데 수수료가 70만 원이라니.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번 평가 건은 책에서만 보았던 통상적인 수용절차 상의 문제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피수용자의 재산권 보호에 앞장섰다는 어떠한 뿌듯함과 감정평가사로서의 보람이 느껴져 수수료와 별개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파트너 감정평가사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자라의 소유자가 당초 7천만 원의 보상액으로 협의를 원했는데 수용재결 보상액이 8천만 원 정도 나온 뒤 협의 가격을 1억 3천만 원으로 올렸다고 한다. 참,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내 책상 옆 서랍장을 가끔 열어보면 당시 소유자가 주신 다이어리가 있어서 그때의 일이 종종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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