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Vol.147 FALL 2022

쉼표 교양 여행의 발견

순천으로 떠난

황금빛 가을 여행

뜨거웠던 여름의 기세가 꺾이고 밤낮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마음에 갈대 바람이 분다. 정확히는 순천만의 갈대 바람이다.
갯벌 위에 바닷물 대신 갈대가 파도치는 순천만 습지의 가을.
저물어가는 태양 빛을 머금고 이리저리 춤추는 갈대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넋을 잃는다.
여의도의 2배에 달하는 드넓은 갈대밭을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갈대밭 아래 갯벌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천천히 걷다 보면 갈대밭이 품은 갯벌의 진짜 속살을 만난다.

글, 사진. 장은정 여행작가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갈대숲 아래에는 갯게, 농게, 칠게, 짱뚱어, 방게 등 습지의 양분을 먹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

황금빛 갈대숲 사이를 걷다

순천만의 사계절 중 언제가 가장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가을이다. 검은 갯벌 위로 황금빛 갈대가 파도를 치고, 선명한 자줏빛의 칠면초가 붉은 물결을 이룬다. 갈대밭 위 하늘에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두루미 떼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하나둘씩 모여든다. 노을이 질 무렵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가을이 되어 더욱 선명해진 S자 모양의 물길을 따라 여행자를 태운 나룻배가 유유히 노닌다. 평화롭게 물길을 유영하는 나룻배와 갯벌에 비친 붉은 노을이 아름다움을 넘어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순천의 가을은 순천만의 갯벌 위에서 더욱 짙게 물든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모여든 흑두루미떼.

용산전망대에서 만난 대자연의 신비로움

순천만을 제대로 보려면 자연생태공원 동쪽에 있는 용산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높이 77m의 낮은 산은 용이 순천을 향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용산이라 이름 붙었다. 40분 정도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초입의 오르막이 생각보다 높기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르막을 오르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갯벌에서 불어온 바람과 시원한 솔바람이 더위를 쫓아낸다. 용산전망대에 오르자 가장 먼저 S자 모양의 물길이 펼쳐졌다. 강의 하구가 댐으로 막히지 않아 자연스레 바닷물이 들고 나며 생긴 자연의 흔적이다. 이 물길은 갯벌에서 자라는 생물에게 탯줄 같은 생명선이 된다. 동그란 원형 군락의 갈대는 미스터리서클처럼 신비롭다. 동글동글 신비로운 갈대 군락 너머로 숨 막히는 낙조를 만날 수 있는 와온해변이 보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일몰, 와온해변

“봄날의 꽃보다도 와온 바다의 갯벌이 더 아름답다.”
- 소설가 故 박완서 -

박완서 작가가 찬사를 쏟아낸 ‘와온’은 순천만 와온 해변의 일몰이 내려앉은 갯벌이다. 언젠가 잡지에서 이 글과 함께 와온 해변의 사진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지도에 별을 새겼다. ‘꼭 가볼 것, 꼭!’이라는 메모와 함께.

말간 대낮의 와온 해변은 평범한 해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인내심을 갖고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면 봄날의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일몰을 만날 수 있다. 솔섬이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 너머로 드넓은 갯벌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넘어가는 석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압도적이다. 해가 완전히 넘어간 뒤에도 갯벌 위에는 한참이나 노을이 머문다. 붉은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갯벌에 남은 노을을 보고 또 보았다.

노을이 내릴 무렵, 용산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S자 물길.

와온해변의 꽃보다 아름다운 일몰.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성한 정원으로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폐막한 후 개조와 재단장을 거쳐 문을 열었다. 112만m²에 달하는 면적에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83개 국가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약 86만 그루의 나무와 65만 송이의 꽃이 자라고 있으며 그 종류는 약 620여 종에 달한다. 드넓은 정원을 구석구석 다 둘러보려면 약 3~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묶어서 둘러보고 싶다면 국가정원 내의 정원 역과 문학관 역을 오가는 스카이큐브를 이용하면 된다. 문학관 역에 내려, 갈대 열차를 타고 약 5분 정도 달리면 순천만 습지에 도착한다. 2023년 4월 1일,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0년 만에 개최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의 봉화언덕과 순천만 언덕의 전경.

50년 전으로 타임워프, 순천 드라마 촬영장

옛 육군 95연대 5대대의 부지에 조성한 촬영장으로 2006년에 개장했다. 군부대가 이전한 후 약 53,000㎡에 달하는 부지의 활용 방안을 찾던 중,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세트장을 이곳에 설치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오픈세트장이 형성되었다.

드라마 촬영장은 순천읍 세트, 서울 변두리 세트, 서울 달동네 세트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순천읍 세트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의 소도시와 번화가를 재현한 세트장으로 1960~1970년대의 지방 소도시의 풍경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 변두리 세트는 1980년대 변두리의 번화가를 재현했고,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빼곡히 세워진 세트장의 언덕에는 서울의 달동네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사랑과 야망>을 시작으로 <자이언트>, <제빵왕 김탁구>, <늑대소년>, <인간중독>, <강남 1970> 등 굵직굵직한 드라마와 영화 약 3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누구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순천 드라마 촬영장.
그 시절의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 촬영을 할 수도 있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순천만국가정원 Tip

교류 도시의 시민은 입장권 50% 할인 혜택이 있다.

서울 강서, 양천, 송파 / 경기도 오산 / 전라남도 구례, 완도, 여수, 광양, 고흥, 보성 / 경상남도 진주, 남해, 하동, 사천주민이라면 신분증을 지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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