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2023
Vol. 149
SPRING 2023 Vol. 149

리포트 ①

회복이냐, 침체냐 : 2023년 부동산시장을 보는 눈

글.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KB국민은행)

주변의 한 무주택자에게 주택 구입에 관해 물어보니 “연말에 집값이 가장 저렴할 테니 그때 사겠다.”고 했다. 그렇게 답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서너 명이나 되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유튜브에서 들었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연말쯤 바닥이 올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마디 했다. “당신의 예측대로 시장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은 당신보다 똑똑하다.”
다른 후배에게는 “전망에 목숨을 걸지 마라. 잘 안 맞는다.”고 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연말에 바닥이 올 것이라는 후배들의 전망은 그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 이전에 올 수 있고, 내년 이후에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전망은 잘 안 맞는다. 이번에 서울지역 아파트값 반등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표 1> 서울시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연월 실거래 가격지수 전월 대비 상승률 전년 말 대비 상승률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2023.01. 143.0 0.81% 0.81% -21.01%
2022.12. 141.8 -3.51% -22.18% -22.18%
2022.11. 147.0 -6.19% -19.35% -20.33%
2022.10. 156.7 -4.52% -14.03% -16.63%
2022.09. 164.1 -2.40% -9.96% -12.42%
2022.08. 168.1 -2.88% -7.75% -8.89%
2022.07. 173.1 -4.21% -5.01% -4.51%
2022.06 180.7 0.23% -0.83% 1.85%
출처 :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월 서울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보다 0.81% 올랐다. 실거래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지난해 6월(0.23%) 이후 7개월 만이다. 예상보다 빠른 반등세다. 하지만 표본통계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왜 반등했을까. 고금리 태풍에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급락하다 보니 반등도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추세적 회복세로 보기는 쉽지 않다.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자율반등이나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서울아파트는 지금처럼 거래가 늘어나면 곧 저렴한 물건이 다 팔려버려 계륵 장이 될 수 있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급매물이 사라져 집사기가 모호한 장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세는 비관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했던가. 일부 극단론자들의 공포 세일이 한창일 때, 모두가 벌벌 떨고 있을 때, 그때가 바닥이었다. 하지만 경기, 인천 등 대부분 지역은 1월 기준으로 실거래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차별화 현상이 극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속의 시대, 시장도 빠르게 움직인다

요즘 주택시장은 옛날 그 시장이 아니다. 시장은 막대한 돈과 빠른 정보 유통, 구성원 간 ‘정보 되먹임’으로 힘이 세지고 민첩해졌을 뿐만 아니라 고지능화되었다는 것이다. 덩치는 공룡, 머리는 슈퍼컴퓨터, 움직임은 광속으로 달리는 매머드급 유기체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한마디로 모두 똑똑하다. 이번 반등은 시장의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의 힘일 수도 있다.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 없이도 구성원의 끊임없는 되먹임과 재구성으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능력을 키우고 대응방안을 찾는다. 정보가 전광석화처럼 빨리 전달되는 스마트폰 시대에는 자기 조직화도 빨라질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도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일각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로 거래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9억 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이용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을 2023년 1월 30일에 출시했다. 출시 한 달 동안 실적을 조사한 결과 기존 대출 상환이 55%에 달했다. 지역별로도 지방 대출이 전체의 62.4%를 차지한다. 수도권은 37.6%에 불과했다. 서울 1월 반등은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보다 1.3대책에 시장 자체의 자기 조직화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1,417건이다. 2월에도 2,000건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인 6,040건에 비하면 아직 모자라다. 시장이 여전히 침체국면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것이다.

낙폭과대 지역에 모험적 투자자 기웃

1월 서울에서 월 100건 이상 거래된 지역은 송파구(148건), 노원구(133건), 강동구(122건) 등 3곳이다. 이들 지역은 2030 세대가 ‘영끌’, ‘빚투’를 하거나 혹은 갭투자의 타깃이 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수요가 몰려들면서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고금리 태풍에 하락 폭도 그만큼 가팔랐다.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른 지역보다 저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많이 유입됐다. 거래는 저렴한 것부터 팔린다. 바닥권에서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저렴한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월 서울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반등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림 1> 아파트 가격지수

출처 : KB 부동산

하지만 표본조사를 통한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월에 전월 대비 1.78% 하락했다. 2월에도 -1.08%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간 통계로는 3월 들어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낙폭은 줄여가고 있다. 이미 반등한 실거래가 통계와 표본통계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는 조사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가령 시세가 100원이라고 해보자. 급매물이 지난 12월에 95원에 팔렸다. 그 매물이 팔리니 남은 매물가격이 96원이다. 이 매물이 1월에 팔렸다.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서 유사 물건이 반복 거래되니 실거래가지수는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만든다. 하지만 매매가격지수는 이미 정해진 샘플의 가격 움직임을 통해 파악한다. 매매가격지수에는 거래가 안 된 대다수 아파트도 표본에 포함되어 있다. 거래절벽 상태이던 아파트에서 거래가 하나둘씩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이제서야 시세 포착이 가능해진다. 거래가격은 시세보다 낮을 텐데, 이럴 경우 표본조사 통계에선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표본조사 시각에서 보면 거래가 이뤄져도 그냥 시세 이하 급매물이 팔린 것뿐이다.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매물 소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게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것일까. 집을 사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거래가지수가 정확하다. 평상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절벽 속에 특정 지역만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국면이다. 실거래가지수만 보면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을 좀 더 정확하게 보려면 표본조사도 병행해서 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거래된 곳과 거래되지 않은 곳을 모두 조사하는 표본조사가 전체시장의 흐름을 더 잘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다.

비서울아파트시장은 여전히 냉랭

1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기준으로 광주, 울산, 제주도는 서울처럼 상승세가 나타났다. 나머지 지역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여전히 내림세다. 경기는 전월 대비 1.3% 하락, 인천은 1%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5대 광역시 역시 0.82%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79% 떨어졌다. 지역별로 온도 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전국적으로는, 특히 경기와 인천지역은 약세가 좀 더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이미 낙폭이 컸던 지역은 추가 하락보다는 매물이 소화되면서 바닥 다지기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상품별로도 차별화 양상이 뚜렷하다. 이번 서울 반등장을 이끈 아파트는 동남권의 대단지 랜드마크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의 나홀로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은 그동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가 재개된다면 금리 부담만큼 하락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아직 심리나 수급지수도 미지근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분위기는 다소 나아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2.1로 전월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지수가 100 미만으로 내려앉은 이후 7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이 지수는 0부터 200까지 값으로 표현된다. 102.1은 보합권(95~114)에 속하는 데 115 이상이 되어야 상승 국면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기준치 이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5.4로 전주 대비 1.3포인트 올랐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도 같은 기간 68.4로 기준치 이하다. 여전히 시장은 일부만 온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시장은 글로벌 금융이슈나 부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출렁거릴 것이다. 여전히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매매시장, 분양시장도 차별화 심할 듯

요즘 일부 분양시장은 청약자들로 북적인다. 미분양이 지난해 말 기준 7만 5,000가구에 달할 정도로 소화불량에 걸렸지만, 또 한쪽에서는 과열 양상을 빚는다. 이처럼 청약 시장의 호조는 시장 체질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규제 완화의 약발이 더 큰 것 같다. 바로 분양시장에 참여하는 청약통장 개수와 추첨제 물량이 늘어난 데다 전매제한까지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분양시장은 무주택 세대주를 중심으로 국지적 수요에 타깃을 맞춘 시장이 아니다. 서울에서도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에선 세대원까지 뛰어들 수 있다. 말하자면 종전에는 대부분 세대주 통장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배우자 통장, 아들 통장, 딸 통장까지 다 장롱에서 나오는 셈이다. 청약수요가 더 많아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구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역시 1순위 경쟁률이 198대 1에 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분양가가 주변보다 1억 원 정도 저렴한 장점도 있지만, 중소형 추첨제 물량이 60%로 높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 영등포구는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곳이다. 지난해만 해도 중소형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모두 가점제였다. 이제는 제도가 바뀌어 청약가점이 낮은 1주택자들도 행운을 노리고 청약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매제한이 대폭 완화되었다. 화제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막판에 선전한 것은 분양권 전매 1년이란 카드였다. 1년만 지나면 언제든지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곳이라면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주택경기도 안 좋은 데 왜 분양시장이 이렇게 달아오르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기존 주택시장은 위축되는 가운데 인기 분양시장만 수요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파트시장이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아파트시장은 과연 어떤 모형으로 회복세를 보일까? 대체로 전문가들은 올해 급반등은 없을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고금리에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역전세난,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서다. 일각에선 W자형, 즉 ‘더블딥(Double Dip)모형’을 예상한다. 잠시 오르다가 다시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08~2012년 모형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논리에 따르면 2008년은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은 미국발 고금리 태풍이라는 외부 충격이 주택시장을 강타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대폭적인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었고, 윤석열 정부도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는 점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현재 미분양 수가 2009년(최대 16만 가구)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또 2009년 들어 금리를 낮춰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지만, 지금은 물가부담에 금리를 크게 낮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서로 다른 셈이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2008~2012년 주택시장 흐름은 어땠을까? 한국부동산원의 서울지역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보자.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했다. 그해 12월에 가서는 리먼 사태 발생 직전인 8월 말보다 15% 하락했다. 4개월 만에 한마디로 폭락한 것이다.

그 이후 완만히 하락하다가 약 1년만인 2009년 8월에 가서 리먼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한다. V자형 반등이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다시 하락을 시작한다. 규제 완화의 약발이 다한 것이다. 결국, 서울 공동주택가격은 약 3년 뒤인 2012년 12월에 가서야 바닥에 도달한다.

이 당시 하우스푸어 사태가 극에 달했다. 그 이후 반등을 시작해 등락을 오갔지만 2021년 10월 고점을 찍을 때까지 장기 상승을 하게 된다. 이런 시세 흐름을 두고 W자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연도별 아파트 실거래가로 보면 더욱 실감 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실거래지수는 2008년 전년 말 대비 10.21% 하락했다. 2009년에는 21.21% 급반등했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내렸다. 즉 2010년(-3.16%), 2011년( -2.97%), 2012년(-7.31%) 3년간 아파트값은 조정을 거친 것이다.

<표 2> 연도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단위 : %)
연도 서울 전국
2007 5.21 4.56
2008 -10.21 -4.01
2009 21.21 9.46
2010 -3.16 1.66
2011 -2.97 6.46
2012 -7.31 -2.63
2013 3.13 4.4
2014 4.18 4.99
2015 9.02 6.56
2016 8.07 2.89
2017 10.64 1.01
2018 18.01 1.23
2019 10.49 1.87
2020 22.46 16.69
2021 13.03 18.16
2022 -22.09 -16.84
출처 : 한국부동산원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모형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정보전달속도도 빠르고 시장 참여자들도 훨씬 똑똑해졌다.

다만 유동성이나 물가에 비해 여전히 집값이 비싸다는 점, 단기간 내에 저금리 시대가 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집값이 일부 하락했지만 PIR(Price to income ratio,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이 너무 높다.

KB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대출자의 연 소득과 주택담보 평가 가격을 기준으로 조사한 서울의 KB 아파트담보대출 PIR 지수를 기준으로 보자. 이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PIR은 13.4배로, 전 분기(14.5배)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리먼 사태가 발발한 2008년 3분기 7.5배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가보지 않은 미래를 예단하긴 어렵다. W자 모형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일 것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그럴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고, 이를 감안해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표 3> KB아파트 담보대출 PIR
지역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연도 가구소득
(Income)
주택가격
(Price)
KB아파트
PIR
가구소득
(Income)
주택가격
(Price)
KB아파트
PIR
가구소득
(Income)
주택가격
(Price)
KB아파트
PIR
2020 4Q 5,589 71,500 12.8 4,314 39,700 9.2 3,772 32,500 8.6
2021 1Q 5,142 65,500 12.7 4,140 40,500 9.8 3,772 32,500 8.6
2Q 5,519 73,750 13.4 4,441 46,000 10.4 3,876 34,250 8.8
3Q 5,652 77,000 13.6 4,656 49,800 10.7 3,971 37,500 9.4
4Q 6,002 80,625 13.4 4,680 53,450 11.4 4,207 43,000 10.2
2022 1Q 5,588 81,000 14.5 4,436 49,750 11.2 4,054 41,750 10.3
2Q 5,910 87,500 14.8 4,344 47,000 10.8 3,873 42,000 10.8
3Q 5,701 82,875 14.5 4,562 47,000 10.3 4,116 37,500 9.1
4Q 4,289 57,500 13.4 3,893 42,750 11.0 3,717 37,500 10.1
출처 : KB국민은행

또 하나의 착각, 입주 물량과 아파트값

“불황기에 입주 물량이 늘면 집값도 폭락이 오겠죠?”

주변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는데,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2023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보다 늘어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1만 86가구다. 이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입주 물량 27만 1,578가구보다 14.2% 늘어난다. 내년 입주 물량 역시 27만 8,048가구로 역대 평균치보다 소폭 늘어난다.

<그림 2>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출처 : 직방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시를 보자. 서울시가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5,499가구다. 올해는 3만 3,338가구가 입주하는데 평균치보다 1만 2,000가구가량이 적다. 이중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 물량이 1만 8,739가구에 달한다. 같은 입주 물량이라도 서울 입주 물량은 허허벌판에 짓는 수도권 신도시와는 다르다.

개발 이전에도 누군가는 살고 있었을 테니까 순수하게 늘어나는 ‘순증’을 따져야 한다. 재건축은 순증을 기존 가구 수의 30%로 본다. 100가구 짓는다면 30가구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내년 입주 물량도 3만 8,512가구로 이중 정비사업 물량은 2만 2,889가구다. 다만 대단지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권은 전세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표 4> 2023, 2024년 서울시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
구분 지난 5년
(2018~2022)
향후 2년
(2023, 2024)
연평균 2023년 2024년 합계 2년 평균 %
  아파트 45,499 33,338 38,512 71,850 35,925 100
정비사업 27,906 18,739 22,889 41,628 20,814 57.9
비정비사업 17,593 14,599 15,623 30,222 15,111 42.1
출처 : 서울시

입주 물량이 늘면 전셋값은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크게 떨어진다. 전세 시장은 현재의 수급만을 반영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계분석결과 특정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하면 입주일로부터 3~6개월간 집중적으로 충격을 준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늘어도 매매시장에는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뿐 곧바로 하락하는 게 아니다.

하락의 한 요인일 뿐이다. 매매시장은 손실 회피와 미래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당장의 수급을 반영하는 전세 시장과는 달리 매매시장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전체 수급을 반영한다. 시장 참여자의 향후 전망이 더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매매시장은 입주 물량 못지않게 금리, 정책, 거시 환경변수 등을 다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 물량이 폭탄급이 아닌 이상 물량 증가만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 도식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전세가격이 떨어져 전세가 비율 역시 낮아지면 갭투자가 줄고 결국 매매 수요기반이 취약해진다. 역전세난이 계속되면 보증금을 못 돌려줘 세입자로부터 소송을 당할까 집사기도 겁이 난다. 가뜩이나 불황기에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소화불량이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타격은 매매시장보다 전세 시장에 더 심하게 입는다. 매매시장은 하락세를 띠겠지만 전세 시장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한 번 더 강조하건대, 입주 물량 증가와 역전세난은 수요를 줄여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지, 곧바로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대도시 주택시장이 삶의 안식처라는 홈 성격이 강했다면 많은 입주 물량은 매매시장에도 폭탄이 될 것이다. 가령 실수요 중심의 지방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리면 매매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지방은 입주 물량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받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처럼 아파트가 사고파는 하우스 성격의 투자재가 되면 입주 물량은 가격을 결정짓는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좀 큰 요인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입주 물량이 적으면 곧바로 집값이 올라갈까?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2011~2013년 입주 가뭄이었던 시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폭락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25만 5,353가구)이 역대 평균치보다 낮았지만, 아파트값은 곤두박질쳤다. 결국 집값은 입주 물량만 보지 말고, 즉 한 변수에만 노예가 되지 말고,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판단하란 얘기다.

전망은 옷깃에 스치는 바람 같은 것​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일수록 자신이 출렁이는 부동산시장에서 ‘파도타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한다. 이는 시점을 잘 포착해 사고파는 일을 능수능란하게 해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다. 문제는 예측의 낮은 적중률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는 “미래를 예측해서 부를 일군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40년 가까이 금은방을 운영하는 70대 주인도 “솔직히 금값이 오를지 내릴지 맞힌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측할 때 쓰는 도구는 주로 과거의 경험과 추세다. 피터 린치의 말처럼 ‘자동차 백미러로 앞을 내다보는 꼴’이다. 하지만 미래는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망은 자주 틀린다. 오죽하면 ‘전망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까. 투자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측해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실력 덕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운이 그만큼 따라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장은 수시로 움직이는 유기체다. 내가 ‘이쪽으로 움직이겠지’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달아나버린다. 전망은 마치 옷깃에 스미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예측하거나 전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오픈마인드가 중요해진다. 오설리반의 <도시경제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경제예측을 하는 사람은 사시(Cross-Eye)의 투창선수와 같다. 그는 정확성을 다투는 시합에서는 별로 이기지는 못한다. 그러나 군중의 이목을 계속 받을 것이다.”

​요즘 경제예측이 하나의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되어버렸고, 예측에 빌붙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틀리더라도 손해 배상하라는 항의가 없으니 틀려도 그만이다. ​​어떻게 보면 예측산업이라는 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활용한 리스크 없는 장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전망에 목숨 걸지 마라. 잘 안 맞는다.”하는 것이다. 지금은 광속의 시대라 자료를 모아 분석하는 순간 구버전이 된다.

​​그래서 전망 얘기가 나오면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런 견해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도 수시로 헛다리 짚는 불확실성의 시대, 특정 전망을 맹신하는 팬덤만큼 무서운 게 없다. 거듭 말하지만 전망은 잘 안 맞으니까. 섣부른 전망을 하기보다는 우연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타이밍을 재고 싶다면 조건이 있다​

모든 자산이 그렇듯이 부동산도 매수·매도 타이밍을 딱 맞추기 어렵다. 그래도 사람들은 부동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 ‘집을 언제 사고팔면 좋으냐’고 묻는다. 아마도 부동산시장이 불확실하다 보니 혹시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것, 누구나 바라는 바다. 하지만 매수·매도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매수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여유 자금이다. 동원 가능한 자금 없이 매수 타이밍을 논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타이밍은 현금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만의 영역이다. 저점에 집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예·적금 같은 현금성 자산이나 현금을 쥐고 있어야 가능하다. 환매가 불가능하거나 환매가 가능하더라도 큰 손실이 뒤따르는 금융상품은 현금성 자산에 포함하기는 어렵다. 이러다 보니 큰 위기로 급락 장세가 오더라도 실제로 급매물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살 때라는 것을 알지만 막상 행동을 뒷받침할 돈이 없는 것이다. 이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현금 부자인 것처럼 수시로 매매 타이밍을 잰다.

만약 전세금이 전 재산인 세입자인 경우 위기 때 집 사기는 더욱 어렵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아야 하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아닌 이상 계약만기 이전에 보증금을 내주는 집주인은 드물어서다. 위기 때는 취약한 사금융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떨어지고 역전세난이 함께 일어난다. 보증금을 되돌려 받기 힘든 상황에서 매수 타이밍을 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폭락이 왔을 때 집을 사려면 전세로 살기보다는 보증금은 은행에 예치하고 월세로 살아야 가능하다. 만약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조용히 실탄(자금)을 만들어라.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덮칠 뿐”이라는 아프리카 작가 월레 소잉카(Wole Soyinka)의 말을 가슴에 담을 필요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행하려면 그만큼 평소에 착실하게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거래가 빈번해야 매도자든 매수자든 타이밍을 잴 수 있다.​ 거래가 빈번하다는 것은 부동산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먼저 매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거래가 거의 없는 시골 땅은 길게는 2~3년에 한 번 매수자가 나타난다. 매수자가 있을 때가 최상의 매도 적기인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팔 기회가 오랫동안 오지 않을 수 있다. 주택도 거래가 빈번하지 않으면 매도 타이밍을 재는 일은 역시 무의미하다. 나홀로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대규모 단지라도 대형 평형 아파트나 빌라, 다세대주택 등은 거래가 뜸하다.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시장에서 매도자는 교섭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 더욱 불리하다. 매수자는 매도자보다 느긋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가 끊긴 시장에서 매도자가 시기를 따진다는 것은 백일몽에 가깝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부동산 상품 중에서 그나마 대규모 단지의 소형 아파트는 매도 타이밍을 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래가 뜸한 침체기라면 이 역시도 어려운 일이다.

거래가 잦지 않은 시장에서는 매수자도 조심해야 할 게 적지 않다. 이런 시장은 주로 표준화되지 않은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구획이 정리되지 않은 토지, 단독주택, 상가 등은 여기에 해당하는 상품이다. 비표준화된 부동산은 표준화된 아파트보다 타이밍을 재기 어렵다. 거래량이 많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매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비표준화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는 타이밍 못지않게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물건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다르므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 역시 중요하다. 요컨대 매수·매도 타이밍은 무조건 재지 말고 자신의 처지나 상품의 특성별로 달리 접근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불확실성 시대, 부동산 투자 원칙을 지켜라

요즘 부동산시장은 한 치를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이다.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안전 위주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부동산 설계에도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조급함을 버려라

부동산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을 이루며 등락을 거듭한다. 최근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라 단기적으로는 크게 오르기 벅찬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구매는 거주와 투자 목적에 따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순수한 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은 구매력이 된다면 공급과잉 지역을 제외하곤 시기를 굳이 따지지 않고 매수해도 된다. 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지금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럴 때는 마켓타이머보다는 바겐 헌터(Bargain Hunter, 헐값 사냥꾼)처럼 인내력을 갖고 기다리면서 저가 매수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부동산시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일수록 투자할 기회도 많아진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는 또 온다. 부동산 설계에서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은 입지 선택 못지않게 가격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 성공 자산관리의 출발인지 모른다. 특히 부동산시장이 대세 상승기가 아닌 불황기에는 매입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낮은 가격에 매입했기 때문에 가격이 일부 떨어져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가 매입은 불확실성이 강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저렴하게 사는 것, 그것은 보수적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저렴하게 사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필요’는 ‘투자’보다 먼저다

지금 부동산을 사야 할 때인지를 놓고 많은 사람이 갈등을 겪는다. 나중에 후회할까 두려워 의사결정을 쉽사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투자’보다는 ‘필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집도 투자보다 필요로 구매하면 맘이 편하다. 가령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일 때는 마음이 가격이 춤출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월세를 목적으로 분양을 받을 때는 수시로 출렁이는 가격 변화에 덜 불안해진다. 월세를 놓기로 했다가도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이 입주하겠다는 탄력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마음이 더욱 평온해질 것이다. 투자는 필요를 충족한 다음 여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른 자금 운용은 사람에게 여유와 느긋함이라는 마법을 안겨준다. 투자가 필요보다 앞설 때 삶도 그만큼 살얼음판이 된다. 자신에게 되물어보라. 당신이 사려는 부동산이 투자인가, 필요에 의한 구매인가.

거래절벽 속에서 아파트 갈아타기 잘하는 방법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이 불황일 때 사람들은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을 꿈꾼다. 갈아타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보다 비싼 지역, 혹은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주거 프리미엄이 줄어든다. 흔히 말하는 블루칩과 비(非)블루칩과의 가격 차이가 감소한다는 얘기다. 과소비보다는 실속 소비를 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지금은 갈아타기를 시도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3년 들어 아파트값이 상급지보다는 중급지 혹은 하급지에서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 상급지 갈아타기 만만치 않아

KB국민은행 표본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월까지 인천과 경기도 아파트값은 각각 4.58%, 4.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아파트값은 3.26% 하락했다. 그렇다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는 갈아타기는 괜찮을까? 올해 2월까지 노원구와 강북구 아파트값은 각각 4.07%, 4.33%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같은 기간 3.3%, 1.74% 떨어졌다. 이처럼 수도권과 강북의 낙폭이 큰 것은 2030 세대인 MZ세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들 지역으로 몰려들어 가격이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주택시장 키워드는 ‘탈서울 내 집 마련’과 ‘비강남의 반란’이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집값도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지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서울로 진입하거나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상급지 갈아타기는 실속이 없을 수 있다. 내 집은 싸게 팔고 남의 집은 비싸게 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2012년 당시 집값이 하락할 때만 해도 상급지로 갈아타기 여건이 좋았다. 버블세븐(강남 3구, 분당, 용인, 평촌, 목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버블이 붕괴되었다. 이 여파로 강남과 비강남 간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 옮겨타기에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갈아타기가 무조건 금물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시세를 잘 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동네에서 옮기는 것은 무난하다. 동일 지역에서 집값 흐름이 같았을 수 있으므로 갈아타기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 그래도 갈아타기를 잘하고 싶다면

서울이나 강남권으로 진입하고 싶다면 대단지 랜드마크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 하락기에 랜드마크 아파트값이 더 많이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 집을 싸게 팔고 다른 집을 싸게 사는 전략을 구사해도 무난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랜드마크 대단지 아파트는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랜드마크 대단지 아파트는 시세 포착이 잘 되는 게 특징이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5,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한두 건은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단순히 급매물이 아니라 급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급급매물은 다른 매물에 영향을 줘서 호가를 떨어뜨린다. 급급매물이 급급매물을 부르는 꼴이다. 이러다 보니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는 하락할 때 생각보다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홀로 아파트나 소규모 단지는 하락기에 거래가 없으므로 시세 포착이 어렵다. 물론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면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의 상승 폭이 클 것이다. 최근 강남권에서 잠실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5,000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적 특성이 작용한 것 같다. 실거주 외에 갭투자 수요가 접근하기 어려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급락의 또 다른 요인이다. 하지만 대단지의 시세 포착이라는 특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수요자들은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의 급급매물을 골라보는 것도 좋다. 급급매물은 시세보다 크게 싼 매물이므로 쏟아질 만큼 많지는 않다. 따라서 미리 여러 곳의 중개업소에 연락해서 급급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해놓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켜라

지금처럼 거래절벽 상황에서는 새집을 먼저 사놓고 종전 집이 팔리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종전 집을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전세를 놓았다면 더 큰 골칫거리다.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는 갭투자 수요가 적어 전세를 안고 있는 집은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팔기와 사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령 오전 10시에 매도 계약금을 받았다면 당일 오후 4시 매수 계약금을 지급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집을 판 뒤 늦어도 열흘을 넘기지 않고 집을 다시 사는 게 좋다. 벽돌을 빼냈으면 더 늦기 전에 다시 끼워 넣는 것이다.

일이 꼬이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새로 산 집을 다시 되팔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 내에서 옮기는 것은 그나마 낫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길 때는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 갈아타기의 또 다른 포인트

이제 곧 월세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갈아타기를 할 때는 가급적 월세 수익률이 높은 곳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월세 시대가 되면 아파트 평가도 전세 시대와 다를 것이다. 투자금 대비 월세 수령 액수(월세 수익률)가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아파트도 미래 예상되는 수익을 기초로 적정 가격을 추산하는 수익환원법이 각광받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은 주로 다세대나 다가구(원룸)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을 사고팔 때 매겨왔으나 이제는 아파트도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아파트는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시세 차익형 부동산에 더 가깝다. 갭투자가 하나의 재테크 방식으로 자리 잡았던 것은 바로 전세제도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갭투자는 현금흐름보다 자본이득으로 보상받는 구조다.

부동산시장에서 정신 승리하는 법

집을 잘 사고 잘 판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변화무쌍한 부동산시장에서 집 사고 팔기는 바람 부는 날 외줄 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투자 결과는 언제든지 예상을 빗나갈 수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럴 때를 대비해 자신이 다치지 않을 ‘마음의 요새’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정신 승리법’이다. 두 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집을 산 뒤에는 무조건 자신을 합리화하라. ‘계약 전에는 가격 흥정을 위한 흠집 잡기, 사고 나면 장점 발견하기’ 전략이다. 심리학에 ‘선택 후 지지 편향(Choice-supportive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어차피 산 집이니 지금 와서 물릴 수도 없다. 모든 물건에는 장단점이 겹쳐 있는 법이다. 이제 내 집이 되었으니 장점만 발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판단이 옳았다고 의미 부여하는 게 자신의 정신 건강상 이롭다. 어떤 사람은 결혼 후에 ‘선택 후 지지 편향’이 행복한 마취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을 살 때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인 것 같다.

또한, 원하던 아파트를 사지 못했다면 ‘신포도 전략’을 사용해도 좋다. 그 아파트를 샀어도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기변명을 하는 것이다. ‘당시로선 어쩔 수 없었던 거야. 아마 그 아파트를 샀다면 집안에 우환이 생겼을지 몰라. 주위가 저렇게 지저분한데 우리가 어떻게 살아. 돈이 전부가 아니잖아.’ 그래도 힘들다면 자기 기억을 약간 조작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 아파트는 내 집이 되지 않으려고 그랬나 보다’, ‘되돌아보니 그 아파트는 확 당길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았고 우리가 간절하게도 필요한 집도 아니었어’라고 자기 위로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돈이 없어 ‘못 산 것’이 아니라 물건이 좋지 않아 ‘안 산 것’이라는 생각이다.

혹시 사지 못했다면 ‘이번이 아니더라도 싸게 살 기회가 또 온다’는 생각을 갖자. 쉽지는 않겠지만, 세상은 돌고 돈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인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에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이 대목에 딱 맞는 것 같다. “저의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죠. ‘집하고 짝은 찾아다니는 게 아니다. 때가 되면 온다.’ (반드시) 내게 옵니다.”

둘째, 부동산을 팔고 나서는 가급적 그 주위를 벗어나는 게 좋다.
만약 매각한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선택을 매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주변에 집을 팔고 난 뒤 그 집 가격이 급등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혐오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동네에 살면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시세를 알게 된다는 점이다.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를 지나다가 밖에 붙여놓은 시세표에서, 혹은 옆집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보기만 해도 열불 나는 그 동네를 아예 벗어나는 것이 낫다. 불교에서 8가지 인식 작용을 뜻하는 팔식(八識) 가운데 제1번이 안식(眼識)이다. 사물은 눈으로 보는 게 가장 강한 자극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매매계약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지만 그나마 그 아파트를 안 보면 아픈 기억이 덜 떠오른다. 잘 모르는 게 오히려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된다.

매도자 역시 스스로 잘 팔았다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출퇴근하기에는 너무 멀어. 살지도 않을 집인데, 언젠가는 팔았어야 했어’ 팔고 난 뒤 집값이 올라 마음이 다소 쓰리더라도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 스스로 주입하면 덜 괴롭다. 집을 잘못 팔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집을 사더라도 자신의 과오가 떠오르지 않는 다른 동네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기분 나쁜 감정이 유발되지 않는 대체재를 구매하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을 넘어 마음의 생채기가 덧나 우울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샐러리맨의 슬기로운 부동산 설계 방법은?

일반적으로 불황이 오면 틈새 상품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뭔가 불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틈새 상품은 오히려 불황기에 취약한 상품이다. 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평상시에는 몸통(메인 상품)과 곁가지(틈새 상품)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뭄이 한두 달 아니라 3년 이상 오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몸통은 끄떡없지만, 곁가지는 말라비틀어져 결국 부러진다. 틈새 상품은 주류시장이 아니라 비주류시장에 속한다. 비주류시장은 수요자가 많지 않아 거래가 뜸하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과거 한때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수익형 펜션, 테마형 쇼핑몰,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부동산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다. 틈새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은 거래를 먹고 사는 유기체다.

중개업자가 드물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 활발하지 않아 거래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틈새시장에서는 중간에 손절매하고 싶어도 살 사람이 드물고 중개할 사람도 없어 뜻을 이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하나, 틈새 상품의 단점은 용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옷가게 중심의 테마형 쇼핑몰이 임대되지 않을 경우 주인이 직접 나서 옷 장사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틈새 상품인 생활형 숙박 시설, 분양형 호텔의 미래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수익 약정기간에는 수익률이 높더라도 그 이후에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며 매각 또한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수익을 약정하는 업체가 공공기관이 아니라 중소규모 시행사라는 것도 체크해야 할 것이다. ‘월 000만 원 보장’, ‘연금처럼 꼬박꼬박’, ‘평생 수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치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뻥튀기식 광고를 하는 곳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다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틈새 상품보다는 메인 상품이 낫다. 남들이 많이 사고파는 메인 상품인 대단지 아파트가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아파트는 여의치 않으면 임대할 수 있고 나중에 되팔기도 좋다. 강조하건대 직장인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퇴직 전에는 부동산은 아파트만 고집하는 것이 좋다. 수익용 부동산으로 꼽히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은 퇴직 이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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