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2023
Vol. 149
SPRING 2023 Vol. 149

슬기로운 직장생활

세대 갈등 차이가 아닌 공통점에 집중하기

여러분은 MZ세대 언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습니까? 오하운, ㅈㅂㅈㅇ, 스불재, 방방봐, 구취, 무지성, 머선129…. 절반도 못 맞췄다면 반성해야 합니다. 어휘력은 곧 소통 능력입니다. 우리가 외국에 가면 그 나라 언어로 소통하듯이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어떠세요? 그럴 듯하죠? 그런데, 이러한 세대 간 소통에 관한 우리의 믿음은 진실일까요? 신조어를 많이 안다고 소통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신조어를 많이 아는 꼰대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세대 간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요?

글. 박진우(심리학 박사)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

우리는 흔히 차이가 크면 갈등도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심리학이 전하는 진실은 사뭇 다릅니다. 간단한 실험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두 단어 쌍 중에 어떤 단어 쌍에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십니까? 먼저 단어 쌍 A는 호텔과 모텔입니다. 다음으로 단어 쌍 B는 호텔과 고양이입니다. A와 B 중, 어떤 단어 쌍의 차이가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호텔과 모텔입니까, 호텔과 고양이입니까?

사람들은 호텔과 고양이의 차이가 호텔과 모텔의 차이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 단어 쌍에서 실제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호텔과 고양이의 구체적인 차이는 뭘까요? 생물, 무생물… 더이상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생각하는 차이의 대부분이 공통점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호텔과 고양이의 공통점은 뭘까요? 공통점도 떠올리기 쉽지 않죠? 그래서 차이점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겁니다. 그렇다면, 호텔과 모텔의 공통점은 뭘까요? 침대, 욕실, 테이블, 의자, 커튼 등 공통점이 많습니다. 차이점은 뭘까요? 열거한 이 모든 것이 다 차이점을 야기합니다. 호텔에 침대는 이런데, 모텔에 침대는 이렇고, 호텔의 테이블, 의자, 커튼 등등은 모텔과 다릅니다.

사실 우리와 갈등이 생기는 대상은 차이의 크기가 아니라 공통점에 기반해 비교하기 쉬운 대상입니다. 회사에서 여러분은 사장님의 연봉을 보며 갈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만약 누군가의 연봉을 알게 되면 갈등이 생기는 대상이 있습니다. 바로 옆자리 동료입니다.

차이가 커서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라, 공통점에 기반한 비교로 인해 갈등이 커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가 차이를 아주 크게 느낄 때는 오히려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장님의 연봉은 쉽게 수용하지만, 입사 동기와 여러분 간의 연봉 차가 크다면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세대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란 환경과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세대 갈등을 느낀다면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전 세계의 모든 MZ세대와 갈등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결코 아르헨티나 MZ세대와 세대 갈등을 느끼지 않습니다. 스페인, 우간다, 베트남의 MZ세대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기성세대가 세대 갈등을 느끼는 대상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MZ세대 밖에 없습니다.

세대 간 소통을 원활히 하려면

그렇다면, 세대 갈등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로 공통점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공통점이 차이점을 만들지만, 공통점에만 집중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영국 랭카스터 대학교 심리학과 마크 레빈(Mark Levine) 교수는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을 모집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축구팬들은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도중에 뛰다 넘어져 발목을 붙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목격하게 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팬들은 쓰러진 사람을 도와줬을까요? 정답은 쓰러진 사람의 유니폼에 따라 달랐습니다. 자신들의 응원팀인 맨유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쓰러졌을 때는 무려 92%가 도와주러 달려갔지만, 라이벌 팀인 리버풀 유니폼의 경우, 겨우 30%만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번엔 실험을 약간 변형해, 실험자는 실험에 참가한 다른 맨유 팬들에게 자신이 축구를 왜 사랑하며, 자신의 삶에 축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전 실험과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이때, 맨유 팬들이 맨유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도와준 비율은 90%였고 라이벌 팀인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무려 80%가 도왔습니다. 응원하는 축구팀이 다르다는 차이점이 부각되는 상황에선 라이벌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에 대해 갈등을 느꼈지만, 축구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에 집중하니 차이는 줄었습니다.

세대 차이를 느끼신다면 공통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때 군대는 이랬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나도 군대에서 힘들었는데, 너도 한참 때 군대 가서 힘들었겠구나’라고 말이죠. ‘내가 입사할 때는 진짜 분위기 험했었어’가 아니라, ‘나도 처음에 적응이 힘들었는데, 너도 적응하기 쉽지 않지?’라고 말이죠.

차이가 클수록 갈등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공통점에 기반한 차이에서 갈등의 소지가 많습니다. 갈등의 불씨를 줄이기 위해서는 차이를 줄이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공통점에 집중한 대화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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