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2023
Vol. 149
SPRING 2023 Vol. 149

핫이슈

집값 바닥일까, 아닐까...
‘카이로스’, 내 집 마련을 부탁해!

글. 한지연 기자(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부동산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 1월 3일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시장 정상화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서울 4개 구(강남, 서초, 송파, 용산)를 제외한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청약 규제 완화 등 그동안 시장을 옥죄던 규제를 폐지하면서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죠. 덕분에 서울 분양 경기는 살아나고, 시장에 적체됐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거래량도 서서히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 시장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라는 낙관론과 함께 “데드캣 바운스(일시적 반등)다.”라는 비관론이 동시에 나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3월 12일 “바닥이라고 하기는 아직 이르다. 바닥 밑에 지하가 있을 수 있다.”라며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인터넷, SNS, 유튜브 등 사회정보망의 발달로 집값 예측에 대한 각종 정보가 넘쳐나고, 경제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재테크의 제1원칙은 저렴할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입니다. 기회를 잡기 위해선 부동산 경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여야겠죠.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주택 소유통계’에 따르면 전국 무주택 가구는 938만 6,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43.8%에 달합니다. 2가구 중 1가구는 집이 없다는 의미죠. ‘내 집 마련’은 무주택자들의 영원한 고민이자 평생의 숙제입니다. 과연 올해는 부동산을 ‘줍줍’하기 적기(適期) 일까요? 지금부터 몇 가지 시그널을 살펴봅시다.

맏형 ‘강남’이 먼저 움직인다... 막차, 벌써 떠난 거 아니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2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하락해 전주(-0.21%) 대비 하락 폭이 줄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낙폭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역대 최대 수준(-0.76%)을 기록한 이후 1·3 대책 발표와 함께 매주 잦아드는 분위기입니다. 2월 6일(-0.31%) 이후 5주 연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강남 4구 하락률이 두드러집니다. 서초(-0.01%), 강남(-0.07%) 송파(-0.01%), 강동(-0.02%) 등에서 모두 전주 대비 낙폭이 줄었습니다. 특히 최근 1~2년간 갭투자가 몰렸던 송파구에서는 하락 폭이 깊었던 만큼 반등이 강하게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금리 부담을 못 이긴 영끌족(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주택을 구매한 자)들이 급매로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타지역보다 급하게 떨어졌고, 급매물이 소진되자마자 가장 먼저 반등에 성공했다.”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실제 송파구 잠실 엘스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1월 18억 7,000만 원에 팔리면서, 2021년 10월 27억 원 거래 이후 1년 3개월 만에 8억 3,000만 원이나 빠졌습니다. 그러나 올해 10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3월 3일에는 21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저점 대비 2억 8,000만 원 올랐습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지난달 18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반등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이 단지는 2021년 9월 23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이후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하락, 지난 1월에는 15억 3,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습니다.

강북 지역에서도 하락 폭 축소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노원구(-0.10%), 마포구(-0.21%), 도봉구(-0.29%), 광진구(-0.34%), 강북구(-0.26%), 동작구(-0.19%), 양천구(-0.18%) 등 서울 대부분에서 낙폭이 전주 대비 크게 줄었습니다.

청약 경쟁률 등도 ‘집값 반등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9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 9,478명이 몰려 19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아파트의 899가구 무순위 청약에서는 무려 4만 1,54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46.2대 1을 기록했습니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눈치를 보던 대기 수요층도 시장에 속속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건 앞으로 2~3년 후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분양가는 집값의 안전마진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핵심 입지에 자리한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3,411~3,800만 원 수준입니다. 최근 책정된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7,700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 이하로 집값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개별 단지에서는 극심한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초급매 장세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지만, 신고가와 신저가 거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압구정 현대 6차 전용 157㎡는 지난 2월 58억 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45억 원)보다 13억 원이나 올랐습니다. 압구정 2구역 신현대 전용 199㎡도 지난달 33억 5,000만 원에 거래돼 2021년(30억 5,000만 원)보다 3억 원 올랐습니다. 반면, 같은 달 현대 1차 전용 131㎡는 35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월 거래가격(44억 원)보다 무려 8억 5,000만 원 하락한 모습입니다.

거래량, 전셋값, PIR 지표는 악화… ‘아직도 비싸다’는 수요자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2,223건으로 1년 전(2022년 2월, 820건)보다 무려 171% 증가했습니다. 아파트 거래량은 집값 향방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부동산 선행지표로,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가격도 상승탄력이 붙습니다. 올해 거래량은 작년보다 월등히 높아 주택경기 심리 호전으로 볼 수도 있지만 2021년(3,841건), 2020년(8,300건)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수준입니다.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전셋값도 여전히 약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7.5%로, 지난해 12월(68.2%)보다도 떨어졌습니다. 전국 전세가율은 2020년 12월 70.9%를 기록한 이후 매월 하락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북권역은 55.7%(2022년 12월)에서 55%(2023년 1월)로, 같은 기간 강남권 전세가율 역시 55.1%에서 53.8%로 떨어졌습니다. 수도권인 경기 과천(51%), 안양(59.4%), 성남(52.2%), 남양주(66.4%), 하남(57%), 인천(66.1%) 전세가율도 여전히 약세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역전세난이란 현재 전세 시세가 2년 전 계약 때보다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뜻합니다. 특히 2021년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을 때 맺었던 계약은 올 하반기 대거 만료가 다가옵니다. 이 때문에 역전세에 의한 투매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전셋값이 떨어지고 역전세난이 부각되는 상황에서는 실수요자는 물론, 갭투자자들도 주택 구매를 꺼려 수요가 위축될 더욱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도 부동산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입니다. 실제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13억 원에 거래돼 2021년 9월(17억 2,000만 원)보다 4억 2,000만 원 내렸지만 2019년 9월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부 아파트의 시세는 2020년 상반기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가계소득 대비 전국 주택가격 비율(PIR)은 6.8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서울의 PIR 지수는 16.9배로, 약 17년간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카이로스’를 알아볼 수 있을까… 모두 기회를 잡는 ‘희망의 시기’ 되길

요즘 시장에서는 ‘희망이 생기는 시점이 가장 위험할 때’라는 말이 나옵니다. 전문가들도 “올 연말까지는 매수를 미루고, 천천히 지켜보자”고 조언합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은 데다 하반기 역전세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어 집값이 ‘대세 상승장’으로 진입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다시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부르고, 호가가 오르면 매수 심리가 다시 움츠러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가격에 따라 거래가 선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방으로 가든 하방으로 가든 특정 가격대로 수렴하기 시작하면 그때 매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급매가 늘어나면 또 다른 매수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올해까지는 바닥을 다지면서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누구나 바닥을 잡고 싶어 합니다. ‘집값의 바닥을 잡았다’는 것은 결국 시장의 방향이 확실하게 전환되는 것을 확인하고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한번 상승 사이클을 타면 보통 5~7년은 지속되니 거래량, 전셋값, 청약 경쟁률, 법원 경매 낙찰가율 등 주택선행지표를 확인한 뒤 시장에 뛰어들어도 결코 늦지 않다는 설명이겠죠.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만 무성한 채 벌거벗은 기괴한 모습입니다. 옷을 입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함이며, 앞머리는 무성하지만 뒷머리가 없는 이유는 눈에 띄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으나 지나간 후에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회는 알아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유의미한가 봅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모두 나만의 카이로스를 맞이하는 희망의 시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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