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Vol.148 Winter 2022

쉼표 교양 POETRY

등받이의 발명

※ 본 작품은 2022년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글. 배종영 감정평가사(동명감정평가법인 본사)

의자는 누구든 앉히지만
스스로 앉아본 적은 없다
의자가 특히 이타(利他)적 사물인 것은
등받이의 발명 때문이다
사람의 앞이 체면의 영역이라면
등은 사물의 영역이지 싶다

기댄다는 것, 등받이는 혈족이나 친분의
한 표상이지도 싶다
갈수록 등이 무거운 사람들
등받이에 등을 부려놓고
비스듬히 안락을 느끼는 것이다
언젠가 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취한 남자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몸에 등받이 달린 의자 하나
들어 있지 싶었다

취약한 곳에는 대체로
이타적인 것들이 함께 있다
혈혈단신한테도 온갖 사물이 붙어있어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지 싶다
등받이는 등 돌리는 법이 없듯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등에서
절대적인 등을,
등받이를 배운 사람이다

계산 없이 태어난 사물은 없지만
정작 사물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물은
일상사 대부분의 표준이 된다

배종영 감정평가사
  • 고려대 법대 졸업

  • 시 현실 등단(2014)

  • 매일신문 매일시니어문학상(우수상)

  • 경북일보 호미문학상(금상)

  • 노계 박인로 전국 백일장

  • 천강문학상(대상) 수상

  • 전 (주)경일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 역임

  • 현 (주)동명감정평가법인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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